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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강맨 Jul 05. 2024

그녀가 잠을 못 자는 이유 05

근황 이야기 + 지금까지의 내용 요약


꽤나 오랜 시간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않았다. 작년 말부터 몇 번 올리던 것이, 2024년에 들어서 아예 올릴 수 없었다. 고작 5개의 글을 올리고 나가떨어지는 모양새라니. 어쩌면 ‘용두사미’ 기질이 있는 필자가 필자짓을 했다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편으론 이 공백이 PD 직종의 단점을 드러내어 준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작년 말부터 프로그램을 하며 연말에 열리는 송년회, 연초 신년회 등 아무것도 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글은 뭔 놈의 글! 일이 끝난 후 ‘씻고 눕고 기사 읽다 보면‘ 어느새 잠에 들 수밖에 없었다.


“일본에 다녀온 게 꿈만 같아요”, “어제 저희가 안성에 다녀온 게 꿈만 같아요”


올해 초부터 팀원들과 줄곧 했던 말들. 사람이 하루를 기억하려면 자고로 일하고 먹고 떠들고 쉬고 운동하고… 등등 ‘마침표를 찍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나와 팀원들은 하루종일 ‘일 - 점심 - 일 - 저녁  - 일 - 잠’밖에는 없는 삶을 살아왔다. 내가 오늘 오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 정리할 새도 없이 내일이 시작되는 하루를 몇 달간 반복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일본으로 해외 촬영을 다녀왔다는 것이(4월에 촬영으로 일본을 다녀왔다), 오늘 오전엔 남쪽에 있다가 강을 두 번 끼고 오후엔 북쪽으로 돌아온 것이(하루 촬영 스케줄이 이랬다) 도통 믿기지 않았다. 한 시간 전의 일만 기억하기에도 벅차도록 다이내믹한 날들이었다.


제가 일본을 다녀왔었다구요…? 언제요?

물론 그런 과정을 지나오면서도 불면증이 다시 도지진 않았다. 다행히 불면증 치료가 잘되었고, 제작기간 중에도 하루에 8시간은 꼬박꼬박 자자고 다짐했었기 때문이다. 선배가 일하고 있어도 11시면 편집실을 박차고 나오는 그런 용기를 갖고 임했다. 하지만, 건강만 챙기면 무얼 할까. 사회생활도 좀 하고, 취미생활도 하고, 요즘 말하는 ‘갓생’대로 자기 계발도 하는 게 모두 정신건강에 포함이 된다면 필자와 팀원들은 모두 정신건강이 박살 났다. 그리고 이건 모두 이미 써둔 글에 나온 내용들 때문이다!


1) 제작기간 동안엔 불규칙적으로 시간이 늘어진다. (모든 절차마다 조금씩 엔트로피가 늘어난다.)

2) ‘그분‘은 이상하게 밤에 주로 오신다. 고로 중요한 편집은 오후 9시 이후 이뤄진다.

3) 간헐적으로 빌런들이 힘들게 한다. 국힙 원탑 민 모 씨의 명언을 따르면 “전방위적으로“

4) 그 와중에 퀄리티에 대한 집착이 퇴근을 막는다.

5) 제작과 잠, 수다를 제외한 모든 활동이 사라진다.


이 일들이 모두 지난 7개월 동안 고스란히 일어났다. (이러고도 PD가 하고 싶습니까????) 고로 지금까지의 여정은 내 글을 상기시키는 또 한 번의 시간이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할까?


앞으로는 브런치를 통해 문제점에 대해서만 쓰진 않으려고 한다. 제작 업무를 하며 여가시간이 줄어들기도 했지만, 적어도 일을 하는 동안 팀원들과 행복했기 때문이다(제작과 관련한 것). 또 서로서로 건강을 챙기기 위해 좋은 음식을 골라 먹었고, 서로에게 근육을 키우라 잔소리도 많이 했다(진짜 건강과 관련한 것). 따라서 제작 업무가 한 사람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먼지만큼이라도 찾아내어 써보려 한다. 실제로 그렇게 느낀 것도 있는 데다가, 필자도 나 자신의 직업이 ‘사람의 인생을 희생해서 시청률을 뽑아내는 직종’이라고 통칭되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그렇게는 버틸 수가 없다.


각설하고, 꾸준히 읽는 독자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다시 써보자. 제작은 아직 남아 있으므로, 현장에서 실천하고 브런치에 와서 기록하는 ‘생생함 그 자체’의 글이 될 것 같다. 누군가 한 명이라도 ‘PD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알아준다면 그것만으로도 뿌듯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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