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와 자책의 연결고리를 파헤쳐라!
엄마가 화내고 나서 자책하는 이유
화에 대한 후회와 자책은, 많은 엄마들의 패턴입니다.
화를 내고 나면 올라오는 그 쌉싸르함. 겪어 본 이라면 다들 알고 있지요.
‘조금만 더 참을 걸’, ‘그 말은 하지 말 걸’,
‘그렇게까지 심하게 할 필요는 없었는데’, ‘
나는 왜 이렇게 참을성이 없을까?’ 등등.
화낸 자신이 싫고, 화낸 것에 대해 자신을 꾸짖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다음엔 절대 화내지 말아야지’ 다짐으로 이어집니다.
우리 이전 세대의 부모들은 아이에게 화를 내고
아이를 혼내는 것에 대해서 ‘부모의 마땅한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를 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선 필요하다고 여겼고,
바른 행동을 가르치는 것이
아이의 감정을 살피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왜 이렇게 아이에게 화내는 것을
‘나쁘다’고 생각하게 되었을까요?
아이의 자존감과 애착
부모 세대와 달리 자존감과 애착에 대한 지식이 생긴 우리는,
부모의 화가 아이의 자존감에 상처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부모와 안정적 애착을 맺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요.
우리는 아이의 자존감과 애착이,
아이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 밑거름인지도 알게 되었고,
부모와의 애착패턴이,
인간관계의 밑바탕이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엄마의 화에 아이가 주눅들고
자존감에 상채기가 날까봐 걱정되고,
아이가 사람에 대한 신뢰와 안정감을 잃을까도 걱정됩니다.
어린시절의 상처
어린 시절 부모의 화에 자주 겁먹었다면,
‘화내면 안된다’는 생각은 더욱 강할 것입니다.
어른의 화가 어린 아이에게 얼마나 뜨겁고
아픈 화상을 남기는지 잘 알기에 그렇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님이 무섭게 화내던 순간이
생생히 기억나는 것을 보면, ‘화의 위력’은 대단합니다.
저의 경우는, 부모님 화가 너무 무서워,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비위맞추는 능력이 발달했습니다.
상대가 화내는 모습이 싫어서,
내 감정과 욕구를 누르는 게 일상이 되었었죠.
부모가 자녀에게 내는 ‘비합리적인 화’에 아파보았기에,
아이에게 퍼붓는 화에 대해서 자책감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따뜻한 엄마’에 대한 집착
또 중요한 이유는, ‘바람직한 엄마상’이 우리를 강하게 옥죄고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엄마들이 ‘따뜻한 엄마’, ‘다정한 엄마’,
‘친구같은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일을 안하고 전업주부로 있다면,
그만큼 ‘좋은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강박이 강하고,
일을 하는 워킹맘이라면 아이와 떨어져 있는
길고 긴 시간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붙어 있는 시간이라도 다정하게 해줘야지라는 강박이 강합니다.
이러나 저러나, 엄마들은 ‘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 그러니 아이한테 화내지 말아야지’라는 다짐을 수없이 합니다.
화에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
‘화’에 대한 사회 정서적 분위기도 영향을 줍니다.
우리 사회는, 화를 포함한 감정 전체를 그다지 존중하지 않습니다.
부모와 교사로부터 ‘네가 화가 났구나’라는 말을
듣고 자란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울면 안돼”라는 노래문구처럼,
‘화내면 나쁜 사람이야’ ‘징징대지 말고 똑바로 말해야지’,
‘울면 나약한 사람’이라는 패러다임이 우리에겐 더 익숙합니다.
개인의 감정과 기분보다는 이성과 합리, 관계와 상황에 맞게
처신하는 것이 우리의 오랜 문화지요.
화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화내는 것은 성숙하지 못하고 무절제한 사람으로 비춰집니다.
여성스러운 여자
특히 여성의 경우 ‘착하고 예쁜’ 가면 속에 화를 감춰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와 ‘여자’는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
구글에서 ‘분노’를 검색하면,
상위 100개 이미지 중 대다수가 남성이고, 17개만이 여성입니다.
‘여성스럽다’라는 단어에
‘화’와 같은 거친 감정의 결은 해당이 되지 않습니다.
화를 내는 여자는 여성스럽지 못하고, 억
센 여자, 예민한 여자라는 꼬리표가 붙습니다.
약자에겐 허락되지 않는 감정, 화
나아가 여성을 포함해 약자 전체에게 화는 허락되지 않습니다.
화는 강자의 감정입니다.
어른, 부모, 남자, 권력자, 상사는 화를 낼 수 있지만
(때론 그래야 권위가 있다고 생각될 정도입니다),
아이, 자녀, 여성, 사회적 약자, 부하직원에겐 ‘감히 넘볼 수 없는 감정’입니다.
권력이 있어야 화도 낼 수 있습니다.
약자에게 화는 ‘사생결단의 반란’이고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 듯, ‘생존을 위한 아우성’입니다.
엄마-아이 관계에서 엄마가 화가 나도 화를 내지 못하고
화를 내고 나서 아이에게 미안해 어쩔 줄 몰라한다는 것은,
때론 둘 사이의 관계에서 엄마가 약자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형제가 서넛씩 되던 이전 세대와 달리,
지금은 아이가 하나둘 밖에 안되니, 아이가 더 우위에 서는 경우도 많습니다.
친구 같은 엄마가 되는 것은 좋지만,
아이에게 끌려 다니고 화가 나도 화를 못내고,
화 한번 내고 나서는 죄인처럼 눈물을 흘리며 반성하는 것은 부모로서의 권위 상실입니다.
무분별한 화의 발산도 문제지만, 화에 대한 지나친 죄책감도 문제입니다.
욱하는 마음에 화를 쏟아내서도, 그렇다고 화를 무조건 참아서도 안됩니다.
그 사이쯤 어딘가 균형이 필요합니다.
화의 실체와 정확한 원인을 알고,
충분히 소화한 후 표현하는 것이지요.
다음 포스트에서는 ‘화의 실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할께요.
by 지혜코치
http://blog.naver.com/coachjih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