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 화날만 하다!
엄마의 분노를 일으키는 5가지 상황
엄마들에게 ‘화코칭’ 워크숍을 진행하기에 앞서 ‘언제 화가 나는지’를 사전설문했습니다. 영유아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의 ‘분노상황’ TOP 5를 소개해 볼께요.
1. "아이가 말 안 들을 때"
안 자겠다고 버티고, 밥 먹을 때 돌아다니고, 어린이집 갈 시간인데 더 놀겠다고 하고, 공공장소에서 뛰고 소리지르고, 친구를 밀고 장난감 뺏고, 아휴, 아이가 말을 안 듣는 상황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아이가 어리면 대화가 안 통해서 답답하고, 아이가 말귀가 통하는 나이가 되면, 알아들으면서도 말을 안 들으니 화가 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조근조근’ 말하는 엄마가 되는 게, 가능은 할까요? 아이 생기기 전까지 늘 탑재하고 다녔던 ‘우아’는 어디로 실종되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2. " 시간이 촉박할 때 "
외출시간에 늦어서 급한 마음에 서둘러 신발을 신기는데 ‘응가’하겠다고 할 때, 집에 가서 얼른 밥해야 하는데 눈에 보이는 건 다 만져보고 놀이터란 놀이터는 다 들르겠다고 할 때 엄마의 속은 부글부글 끓어 오릅니다. 제일 압권은 아침 등원 준비 시간이지요. 눈떠서 등원까지 거쳐야 할 코스가 엄마의 머릿속에는 훤히 보이는데, 아이는 세월아 네월아 꾸물럭거립니다. 밥 한 숟갈이 목구멍을 넘어가는데 걸리는 1분이 10분처럼 느껴집니다. 시간은 없는데 왜 또 옷은 자기 취향에 꼭 맞아야 할까요? 무더위로 숨이 차는 날 겨울 코트를 입겠다고 하질 않나, 눈 내리는 날 얇은 치마를 입겠다고 하지를 않나, 엄마의 분노지수는 오르락내리락, 아침부터 요동칩니다.
3. "피곤하거나 아플 때"
몸이 피곤할 때는 여지없습니다. 쉽게 예민해지고 쉽게 거슬리고, 쉽게 화가 납니다. ‘내가 이렇게 힘든데 너는 왜 내 마음 몰라주니?’라는 생각에 아이가 원망스럽기까지 합니다. 하루 중 아이 재우는 시간이 가장 빈번한 ‘화’타임 중의 하나인데요. 그 이유는 대체로 피곤해서입니다. 머릿속은 ‘빨리 재우고 누워서 쉬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차 있는데, 아이가 더 놀겠다고 하거나 책 더 읽어달라고 할 때, 엄마의 인내심은 결국 바닥을 드러내고 말지요. 아플 때도 쉽게 예민해집니다. 똑같이 남편이 늦어도 컨디션이 괜찮을 때는 넘어갈 수 있지만, 아프거나 파김치처럼 지쳐있을 때는 화가 납니다.
4. " 여러 번 반복해서 말해도 변화가 없을 때"
친구를 때리면 안된다는 것, 찻길에는 뛰어들면 안된다는 것, 밥을 먹을 때는 한 자리에서 먹어야 한다는 것, 이런 규칙들을 얼마나 반복해야 아이에게 입력이 될까요? 같은 이야기를 수도 없이 반복할 때, 그럼에도 아이가 문제행동을 되풀이할 때, 엄마는 화가 나고, 나아가 무기력감까지 느낍니다. 아이 뿐인가요? 남편에게도 그렇습니다. 치약은 쓰고 제자리에 놓을 것, 속옷과 겉옷류는 구분해서 세탁바구니에 놓을 것, 퇴근 시간을 미리 알려줄 것, 수차례 말해도 도루묵입니다. 아이 앞에선 스마트폰을 쓰지 말아달라고 수없이 이야기했건만, 스마트폰에 코박고 불러도 대답없는 남편을 볼 때는 속에서 천불이 나지요.
5. "불평등한 가사분담"
엄마들은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으로 아이 다음으로 남편을 꼽았어요. 출산 전까지 사이가 좋았던 부부들도, 아이가 생기면서는 대화가 줄고 불만과 오해가 쌓이고 거리가 멀어집니다. 아이 챙기기도 바쁜데 자기 일 스스로 못하는 남편이 어떤 때는 ‘애물단지’처럼 느껴지지요. 설거지가 쌓여 있어도, 빨래가 건조대에 며칠씩 걸려 있어도, 화장실 개수대에 머리카락이 가득해도, 남의 집 일인 듯 무심한 남편을 보면 ‘내가 밥벌이를 안한다고 무시하나’ 싶은 생각까지 듭니다. 워킹맘이라면 더합니다. 똑같이 일하고 돈 버는데도 집안일은 여전히 여성이 남성의 5배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가사분담 불평등은, 부부갈등의 제1 원인으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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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의견으로는 아이가 울거나 보채거나 화낼 때, 이해받지 못할 때, 비난받거나 판단받을 때, 아이들의 요구가 끊임이 없을 때, 내가 나답지 못하다 생각될 때 등이 있었습니다. 이 상황들 중 2~3개가 겹치면, 말 그대로 화가 폭발하는 거죠. 몸이 피곤해서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데, 설거지는 쌓여 있고 남편은 나몰라라 누워 자고 있고, 아이는 더 놀겠다고 버티는 상황, 화 안내고 넘길 수 있는 엄마가 얼마나 있을까요? 약속 시간 다가와서 마음이 초조한데 아이는 계속 놀아달라 보채고 그 와중에 남편이 음식물 쓰레기에 벌레 생겼다고 잔소리 하면, 없던 화도 끓어오를 거예요. 이 인간들이 ‘나를 괴롭히려고 일부러 저러나’ 생각마저 들 수 있습니다.
저도 아이가 4살 때쯤의 일이 기억납니다. 아이가 잠자는 시간이 되었을 때 저는 그 날의 에너지가 이미 바닥난 상태. 몸이 축축 처지면서 말 한마디 더 꺼내기 어려웠지요. 거실은 난장판이지만 눈 딱 감고 자려고 아이에게 “잘 시간이야”라고 했건만, 아이는 “싫어!”라며 쌩하고 거실로 가더군요. “더 놀고 싶어? 엄마는 지금 피곤해서 쓰러질 것 같아. 얼른 자자.” 친절한 말을 쥐어 짜냈건만 아이는 묵묵부답. 10여분의 실갱이에도 아이는 들어오질 않습니다. 보통 때 같으면 “엄마는 누워 있을 테니까 한 10분 정도 놀다가 들어와”라고 했을 테지만, 그 날은 저도 열이 오르더라고요. “그정도면 충분히 놀았잖아!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엄마는 잘 테니까 넌 자던지 말던지 알아서 해”라며 문을 쾅 닫고 누워서 정신없이 잠에 빠져들었지요. 한시간쯤 지나 남편 들어오는 소리에 깨 보니, 아이는 거실 바닥에 혼자 누워서 잠들어 있었어요. 늘 따뜻한 엄마 품에 안겨 자던 아이가, 눈물자국이 남아 있는 얼굴로 환한 거실에 외로이 있는 걸 보니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요. 그 때야 제정신이 들어서 아이를 안아 방에 눕혔지요.
들어보니 어떤가요? 고개가 끄덕여지시나요? 엄마들을 만나보며 느끼는 건, 화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여느 엄마나 처녀 적엔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던 화라는 감정에, 놀라고 자책합니다. 그럴 때 자기비난에 빠지기보다는 자신에게 어떤 상황이 주로 화를 자극하는지,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뭐가 있는지, 한번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by 지혜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