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토크 주제로 고민하는 글을 지나가다 봤습니다.
주제도 꽤 중요하긴 한데, 훨씬 더 중요한 게 있어요.
책에 적긴 했는데, 도움 되길 바라면서 적어볼게요.
제일 중요한 건 바로 '마음가짐'입니다.
1. 적막은 자연스러운 현상.
누구랑 주로 어색해서 적막이 흐르겠어요?
낯선 소개팅 상대, 아주 오랜만에 만난 친구관계. 대화 거의 안 해본 직장 상사나 동료.
봐요. 서로 공유한 시간도, 정보도 적으니 대화 주제가 제한될 수밖에 없잖아요. 당연히 어색하죠.
그걸 줄이려고 대화하는 겁니다. 차근차근 좁혀가면 돼요.
2. 인정받으려고 애쓰지 맙시다. 을이 되지 마세요.
저도 적막감을 못 견뎌서 혼자 오버 떨고 난리도 아니었던 적이 있어요. 무리수를 남발했죠. 쓸데없는 주제, 상대방이 오히려 할 말 없을 주제들도 잔뜩 던졌어요. 뭐라도 해서 적막을 없애고 싶었거든요.
진땀 흘리고 헤어지고 나서 '아 이 사람과는 영 안 맞나 보다'라는 마음먹곤 했지요. 더 나아가서 '나는 대화 진짜 못한다'라고 자책도 하고요.
돌아보면 낮은 자존감, 높은 인정욕 때문에 적막을 못 견딘 것 같아요
나와의 대화가 지루하지 않아야 내가 흥미로운 사람이 된다고 여겼고, 상대의 만족도가 나의 가치를 결정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늘 나는 을이었고, 상대는 갑인지도 모르고 갑이 됐죠.
그러니 대화의 질이 좋을 리 없지요. 셀프 을과의 대화가 뭐가 그리 즐겁겠어요. 그러니 대화가 힘들게만 느끼고 부담스럽죠.
원래 친구는 동등함에서 시작한다는 말이 있죠.
대화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상하관계를 떠나서 상대와 나는 서로 존중을 주고받아야죠. 그게 대화죠.
대화는 당신만의 책임이 아닙니다.
상대도 당신과 함께 만들어 가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니 조급해 마세요.
인정받으려고 애쓰지 마세요. 평가받는 자리로 스스로를 밀어 넣지 마세요
3. 어색해서 못하는 겁니다.
어색함을 없애려고 스몰토크 하는데 뭔 소리야? 근데 그게 우습지만 맞아요.
당신이 상대를 엄청 어려워하고 어색해하면서 스몰토크 주제만 잘 꺼낸다고 대화가 잘 될까요?
아니면 상대를 편안하게 생각하고 친근해하는데 스몰토크 주제만 잘 못 꺼낸다고 대화가 잘 안 될까요?
3- 1. 공간에 먼저 친숙해지세요.
주변을 좀 살펴보세요. 낯선 곳에 오면 나도 모르게 확 긴장해요. 뇌가 어색해하고 있는 겁니다.
제대로 쭈욱 둘러보고 나면 훨씬 낫다니까요?
홈경기보다 원정경기가 훨씬 힘들잖아요.
대충 둘러만 봐도 돼요.
대신 파악을 좀 해 보는 겁니다. 어떤 분위기의 장소인지, 사람은 얼마나 있는지, 내가 아는 어떤 공간과 비슷한지 등등. 인지를 제대로 해 보는 거지요.
3- 2. 상대방도 친숙하게 좀 살펴봅시다.
머리에 what, how 만 가득 담아두면 뇌가 안 돌아가요. what : 뭘 말하지? how : 어떻게 말하지?
처음에는 그냥 익숙해져야 해요.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조금 어색해도 된다는 마음으로 일단 눈부터 맞출 수 있도록 바라봐요.
바로 눈 보기 힘들죠?
그래서 순서가 좀 필요해요. 먼저 복장도 슬쩍 보고, 얼굴 쪽을 주로 보되 급하게 눈을 뚫어져라 보지는 마세요. 대충 코 살짝 위를 봐도 됩니다. 그러다가 눈이 마주치면, 그때 용기가 필요한 순간입니다. 가벼운 눈인사 느낌으로 찡끗, 미소까지 슬쩍 지을 수 있으면 더 좋아요.
스몰토크 주제에 너무 집착할 필요 없어요. 그건 하나의 부 재료일 뿐이니까요.
걱정 마세요. 대화는 원래 힘든 거고, 서로 노력해야 해요.
지금 어색하다는 것은 가까워질 가능성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오히려 좋다고 생각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