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함은 관계의 균열을 만들어요.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감정이 뭘까요?
바로 사소한 "서운함" 이죠.
오늘은 ‘서운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와 현실 이야기를 엮어보려 합니다.
제가 정말 인상 깊게 봤던 장면이 있어요. 배우 오정세 님이 연기한 캐릭터, '염병철'이라는 인물입니다.
주인공인 아이유(애순 역)의 의붓아버지 같은 사람이죠.
이 드라마에서 염병철의 새 아내는 아이스께끼를 사 옵니다.
하지만 애순이의 몫은 없습니다.
다른 아이들 것과 염병철의 것만 사 온 거죠.
정말 사소한 장면입니다.
고작 아이스크림 하나니까요.
하지만 애순이는 그 한 조각의 배제에서 자신이 철저히 소외되고 버려졌다는 감정을 느낍니다.
그동안 자식처럼 돌봐왔던 동생들, 그들의 아버지라는 남자가 새로운 여자를 들이더니
고작 얼마 하지도 않는, 애들이나 좋아할 아이스께끼 하나마저 자기만 쏙 빼고 먹는 겁니다.
말로만 애순이 것도 사 왔어야지! 하면서
양보조차 없이요. 어른이 되어가지고요. 거의 등쳐먹다시피 해 놓곤, 양심도 없죠.
그 장면이 너무 마음을 쳤어요.
서운함은 아주 작고 사소한 데서 시작됩니다. 아이스께끼 하나. 말 한마디. 인사 한 번.
그리고 그건 우리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 전 제 후배가 퇴사를 했습니다.
그 후배는 정말 회사에 헌신적이었어요.
지원받지 못한 프로그램 비용도 자비로 내고, 회사 발전을 위해 밤낮없이 일한 친구였죠.
그런데 어느 날, 작은 실수를 하나 했다고 합니다.
고작 12만 원짜리 실수였습니다. 정말 크지 않은 금액이었어요.
몇 년을 다닌 회사에서 첫 실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표는 그걸 그냥 넘기지 않았습니다.
면전에서 면박을 주고, 실력을 넘어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지적까지 하고요.
그 친구는 말하더군요.
"제가 실수는 인정하는데, 그런 식으로 대하는 건 너무 서운했어요."
그래서 결국 그 친구는 퇴사를 결심하게 됩니다.
한 사람의 의욕과 마음이 꺾이는 데 필요한 건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바로 이런 작은 ‘서운함’ 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스께끼 하나가 마음을 찢기도 하고, 그 한 마디가 사람을 살리기도 합니다.
혹시 지금, 누군가에게 그런 작은 아이스께끼 하나 빼먹고 있지는 않나요?
혹은, 그 하나를 못 받아서 아직도 마음에 멍이 남아 있진 않나요?
서운함을 나누는 건, 관계를 더 깊이 있게 만들 수 있는 기회입니다.
당신이 먼저 말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