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이 생각나요...
광어 지느러미를 보면...

#에세이 #배려 #소통

by 전종목

한 3년 전쯤? 동료들과 사무실 앞 초밥집에 갔을 때의 일이다.


광어 지느러미는 일어로 '엔가와'라고 한다.

평소에 매우 좋아하는 부위인데, 동료들도 좋아해서 4조각을 추가로 주문하기로 했다.


내가 화장실을 가는 김에 주문을 했는데, '엔가와'라는 말이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냥 광어 지느러미를 시키면 될 것을 전문가인 척 어설프게 일본어를 쓴 것이 화근이었다.


"아까미 4조각 주세요."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예쁘게 담겨 나온 참치 초밥.


"어, 광어 지느러미 시켰는데?"


돌아오니 동료들은 잘못 나온 초밥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X팔려... 아까미는 참치 몸통인데!'


부끄러워서 말 못 하고 있는데, 주문을 받은 남자 직원 분이 웃으며 다가와 꾸벅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일어를 잘 몰라서 착각했나 봅니다. 다시 가져다 드릴까요?"


오래 일한 베테랑 직원이 일식집에서 자주 접하는 간단한 일어를 모를 리 없다.

물론 내 무식함을 털어놓고 '으이그' 소리 들으며 웃을 수 있는 격없는 동료들이지만, 참 고마운 배려였다.


키토 제닉(저탄 고지) 식단을 하면서 그 초밥집을 못 간지 오래다.

그래도 초밥이나 회를 보면 가끔씩 생각난다.

(그 덕에 '엔가와'와 '아까미'는 절대 안 까먹는다. 그리고 이젠 그냥 '광어 지느러미 주세요' 라고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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