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티에서 현타 찐하게 온 썰
나의 대학 한동대학교 #2

#한동대학교 #컬처쇼크 #에세이 #유머

by 전종목


#한동대학교 이야기 2부.


사실 나는 술 문화, 정확히는 술로 하는 신입생 환영회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높았다. “민족ㅇ대 파이팅!” 이런 고함을 치며 어깨동무하고 으쌰 으쌰 단합을 즐겨하는 안암골 호랭이 학교라든지, 대야에 소주와 맥주를 부어서 “동기사랑! 나라사랑!” 외치며 의리 있게 술을 나누어 마신다든지 하는 그런 거. 그런 자리가 되면 '어릴 때부터 술을 마셔뒀던 건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다!'라고 외치며 원샷을 해야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기도와 찬양으로 시작된 오티의 첫 스타트는 절망 그 자체였다.


‘망했어! 동기사랑 나라사랑은커녕 할렐루야만 외칠 줄 아는 이 교인 놈들!’


이렇게 좌절한 채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채플 옆 건물 2층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모여서 갔더니 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대야, 생각지도 못했던 그 대야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역시 이 사람들... 할 건 다 하고 사는 사람들이었구만? 그럼 그렇지~ 대학생활에 술이 빠질 수 있나~근데 대낮부터 대단한데? 주 안에서 하나 된다는 게 이런 의미였어?’ 하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채 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 번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대야에 소주 맥주 대신 따뜻한 물을 받아서, 선배들이 신입생들의 발을 손수 씻겨 주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 보는 까무잡잡한 어떤 남자 선배가 내 발을 닦으며 ‘사랑한다 후배야’라고 속삭이고 나를 얼싸안는데 마음 같아서는 '왜 이래요!' 하며 소리치고 뛰쳐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실행에 옮길 용기가 내겐 없었다. 그곳엔 그저 난감함과 발 저림에 굳어버렸을 뿐인 내 모습을 보며 '저 후배, 감동에 아무 말도 못 하는군.' 하는 눈빛으로 흐뭇해하는 오티 스태프들, 그리고 발 씻겨주던 선배와 눈물 흘리며 포옹하는 동기들이 잔뜩 있었기 때문이다. 하필 위치마저 정 가운데에 있었기에, 내 발과 청각, 흉부를 낯선 선배에게 건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약 7분가량- 아마도 그곳은 정신과 시간의 방이었으리라. 내겐 7일처럼 느껴졌으니. - 체념이라는 단어와 친해지고 나서야 나를 충격과 공포로 몰았던 ‘세족식’이라는, 내 발과 함께 멘탈도 깨끗이 씻어내 준 무서운 행사가 마무리되었다.


그 날 저녁, 나는 서울에 있는 친구들에게 전화해서 당장 때려치우겠다고 말했다. ‘이게 무슨 학교냐 교회지, 다 광신도뿐이야. 이 질럿들! 마이 라이프 포 아이어!’


서울의 다른 명문대학에도 합격했지만 굳이 이곳에 가라고 강력히 추천하셨던 아버지의 의도를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아버지가 태어나 처음으로 원망스러웠다. 내가 너무 놀까 봐, 방탕함에 물들어버릴까 두려워 이런 수도원에 나를 유배 보내신 것이 틀림없었다.


‘지난날 내가 너무 과하게 놀아 재꼈구나. 모든 것이 내 업보로구나.’ 하는 체념과 득도의 경지까지 이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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