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학교 #컬처쇼크 #에세이
나의 대학 #한동대학교 이야기.(2017년에 적은 글)
나는 기독교 대학인 한동대학교를 나왔는데, 사실 나는 입학 당시 기독교인이 아니었다. 하지만 ‘뭐 아무리 기독교 학교라고 해도 내가 신학대학교를 들어간 것도 아닌데 얼마나 종교적이겠어.’라는 생각으로 별 걱정 없이 포항으로 내려갔었다.
“한스트”라고 불리는 오리엔테이션 첫날, 설레는 마음으로 강당- 채플이 예배당이라는 뜻은 알았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래 봤자 강당이나 그게 그거겠지 라는 생각을 했었다- 에 앉아 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공서적을 손에 들고 캐주얼한 복장으로 길을 걷다가 잔디밭에 둘러앉아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말 그대로 드라마 덕에 장착한 캠퍼스 라이프에 대한 고전적인 로망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그 시작점이 될 오티를 두근거리며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옆에 앉은 동기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친구는 부산에서 온 B 군인데, 자신이 외고 출신이라며 자부심을 담아 뱉은 그 말에 '아, 부산에는 '외고'라는 별칭을 가진 폭력조직이 있나 보구나'라고 생각이 될 만큼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옆에 앉은 친구는 제주도에서 온 K 군이었는데 고개를 자꾸 까딱거리는 습관이 우스웠다. 마치 햇볕을 쐬면 고개를 까딱거리는 자동차 부착 인형 닮았다고 한 마디 하고 싶었지만 ‘처음 만나자마자 놀리는 건 예의에 어긋난 일이니 참자’ 라며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이런저런 헛생각들을 하며 어색 어색하게 대화를 이어가던 그때,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각진 안경을 낀 총장님이 아주 환한 표정으로 단상 위에 오르셨다. 드디어 시작이구나!
틀에 박힌 환영의 말씀과 학교 소개가 이어질 거라 생각했지만 그건 내 착각. 놀랍게도 가장 첫 순서는 기도와 찬송이었다.
‘뭐야, 왜 오티를 기도와 찬송으로 시작해?’ 충격을 받은 나는 이상하지 않냐는 동의를 구하기 위해 방금 전까지 옆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동기들을 돌아봤다. 그리곤 그 덕분에 나는 내가 입학한 학교가 어떤 곳인지를 제대로 깨달을 수 있었다.
사람 몇은 해치웠을 것처럼 험상궂게 생긴 B군은 눈을 지그시 감고 마치 손바닥으로 하늘과 교신을 하듯 오른손을 든 채 찬송을 부르기 시작했고, 사람 좋은 표정으로 고개를 까딱거리던 K군은 기도하면서 갑자기 외계어 같은 ‘방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더 무서웠던 것은 내 옆자리에 앉은 애들이 결코 특이한 애들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강당 안에 있던 거의 모든 동기들이 비슷한 교신 동작을 체득한 상태였으며, 제2외국어로 배운 듯 곳곳에서 방언들이 쏟아졌다. 제길 나도 중국어 대신 방언이나 배워둘 걸...
어떤 여학생은 아직 아무런 시작도 하지 않았던 첫날임에도 기도하며 닭똥 같은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나도 다른 의미로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나의 컬처쇼크는 안타깝게도 이게 다가 아니었다. -2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