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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뿐냥뿐 May 16. 2021

행복했던 우리

기억하기

숨길 수 없는 산책의 즐거움

가장 좋아하는 사진. 사실 아롱이가 나온 사진은 그것이 무엇이든 좋지만, 이 사진은 특히 즐거웠던 때를 생각나게 해서 제일 애정하는 사진이다. 사실 이 사진을 찍기 전까지는 짜증 나는 일도 있었지만 그 모든 게 다 잊힐 정도로 행복한 한때였다.


어느 날 엄마가 장기간 입원을 하게 됐다. 엄마의 몸도 걱정이지만 가장 걱정은 본가에 혼자 남을 아롱이였다. 절대 혼자 있을 수 없는 우리 개님, 그렇게 잠시 나와 한 달간 동거를 하게 됐다. 엄마는 말했다. "아롱이도 이제 나이가 들어서 30분 이상 산책을 못해. 힘든지 30분만 되면 알아서 집으로 가더라고. 그러니까 30분만 시켜주면 충분할 거야." 참 슬픈 이야기였다. 사람에겐 덜 고된 일이지만, 산책이라면 먹던 고기를 두고 나가려고 했던 강아지였는데 힘들어서 집에 들어가려고 한다니. 알겠다고 하고는 집 근처 공원으로 가면 되겠다 했다.


원룸에서 지낼 강아지가 얼마나 답답할까 싶어,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아롱이를 산책시키고자 준비하고 나갔다. 공원까지 갔다 돌아오면 왕복 3-40분이었으니 괜찮은 코스였다. 그래도 서울에 왔으니 유럽의 개들처럼 스카프도 멋들어지게 하고 외출에 나섰다. 그렇게 30분을 했는데, 웬걸 어머니 30분이면 집으로 가려고 하다면서요? 들어갈 생각을 안 한다. 공원에 갔다 집에 왔는데 집 앞에서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집 근처를 한참 배회하다 들어갔다. 30분이 부족했니? 그렇다면 내일은 1시간 코스로 다녀와보자 싶었다. 아니, 1시간 코스도 부족했다. 그래서 1시간 코스에 공을 챙겼다. 공원에 도착해 공으로 전력질주를 시킨 뒤 집으로 올 요량이었다. 그런데 우리 아롱이 지치지 않는다. 분명 공도 물어오고, 1시간 코스도 걸었는데. 그렇게 시간은 점점 늘어 2시간 30분이 되었다. 그렇다 2시간 30분은 해야 집으로 갈 생각이 났던 것이다. 게다가 오르막길도 폴짝폴짝 잘도 가는 것이었다. 사람이 너무 힘들었다. 한 번은 "아롱아!"하고 짜증을 냈던 때도 있었다. 오르막길에서 나는 너무 힘든데, 내 생각은 하지 않고 혼자 앞서서 뛰어가서 앞에서 알짱대던 엉덩이가 얼마나 얄미웠던지. 그것도 잠시 공원 벤치에 앉아 나는 쉬고 인적이 드물어 잠시 풀어줬던 사이, 온통 낙엽에 나무라서 냄새 맡고 다니기 정신없었다. 그 얼굴이 얼마나 좋았던지,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분명 나도, 아롱이도 행복했었다. 그때 찍은 사진 한 장.


이 사진을 볼 때면 그때 행복했던 순간이 떠올라 기분이 좋아진다. (나만) 지쳐 힘들었지만 사진으로 남기길 잘했다 생각하는 순간이다. 꽤 긴 시간 함께였지만 틀림없이 행복했던 순간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늘 미안한 생각뿐. 하지만 저 사진이 말해준다. 우린 분명 함께해서 행복했다고. 앞으로는 없을 테지만, 과거 있었던 순간을 떠올려보기로. 어쩌면 궁상맞은 일일지 모르겠으나 억지로라도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려보려고 한다. 그렇게 아롱이는 행복이라는 공식을 만들고 싶다.


아프게 가서 그 장면이 내내 마음에 남지만, 가기 전에 많이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하지만 그럼에도 아롱이는 나에게 기쁨이었다. 그리고 참 많은 것들을 남겨주고 갔다. 대견한 강아지. 다시 만나길 기약하며 오늘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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