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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뿐냥뿐 May 17. 2021

그나마 다행인 것

기억하기

2021년 5월 14일 오전 7시 50분


아롱이가 나와 이별한 . 아롱이는 혈육의 지인이 더이상 키울  없게 되었다고 해서, 혈육이 본가에  놓고간 강아지였다. 병으로 아픈 아빠의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한다는 이유가  번째였다. 하지만 아롱이 담당은 백수였던 나였다. 싫지 않았다. 동물을 좋아했고, 막연하게 키우고 싶다 생각했지만 여의치 않았으므로. 이렇게 만난  정말 인연이었다.


그때 아롱이는 2살쯤이라고 했다. 그래서 아롱이가 언제 태어났는지, 어디서 태어났는지, 엄마는 누구고 아빠는 누군지 몰랐다. 아롱이도 모를 테지만, 가끔 아롱이를 붙잡고 물어봤다. "아롱아, 네 진짜 엄마는 어디 있어?" "넌 어릴 때 어떤 강아지였어?" 내가 알 수 없는 아롱이의 시절이 궁금해서. 생각해보면 처음 우리집에 왔을 때를 기억해서 생일로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참 무심했다. 사실 만났던 그날이 여름이었는지, 겨울이었는지 모든 게 희미하다.


서로 낯설어서 약간의 거리를 두고 쳐다봤던 기억만 있다. 아롱이는 며칠 동안 자신이 머물던 장소가 몇 차례 바뀌어 어리둥절해 했고, 나는 직접 마주한 강아지를 어찌 대해야 할지 몰라서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물리적 거리를 좁혀가는 데 꽤 시간이 걸렸다. 아롱인 한동안 소파에서 혼자 시간을 보냈다. 아마 이곳에도 얼마 동안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었던 듯 싶다. 우리집에 오기 전에 2-3군데의 집을 옮겼다고 하니 그럴 수 밖에. 아마 이곳도 자신 집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리라. 여기가 내 집이구나 확신한 것은 우리집에 온 지 일 년쯤 된 때였던 거 같다. 무방비한 자세로 자던 그날, 아롱이가 이제 집이라고 생각하는구나 느꼈다.


일 년 지나니까 그제야 이렇게 주무시더라고요.


그렇게 2년, 3년 지내고 8년이 넘으면서 아롱이의 나이는 10살에서 멈췄다. 생각해보면 우리집에 온 때 기준으로 2살이라 셈치고 계산해보면 10살이 넘었을 테지만 힘이 넘치던 녀석이어서 10살 이상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가끔 아롱이의 떡벌어진 어깨를 보면서 분명 나 모르게 PT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늘 건강하던 아롱이가 10살이 넘을리 없다는 나의 막연함 때문에 아롱인 늘 10살 쯤 된 노견이었다. 먼길 가던 그날까지도 우리 아롱인 10살 즈음의 나이였다. 지금도 아롱이가 정확하게 몇 살인진 모른다. 그렇지만 아롱이가 떠난 날은 기억한다. 그것이 참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태어난 순간부터 함께였다면 더 좋았을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못해서 나에겐 더 특별한 강아지였다.


2021년 5월 14일 오전 7시 50분 평생을 기억할 년월일시. 또 만나길 기도하며 오늘도 역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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