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로스 : 기억하기
2021년 5월 14일 오전 7시 50분
아롱이가 나와 이별한 날. 아롱이는 혈육의 지인이 더이상 키울 수 없게 되었다고 해서, 혈육이 본가에 툭 놓고간 강아지였다. 병으로 아픈 아빠의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한다는 이유가 첫 번째였다. 하지만 아롱이 담당은 백수였던 나였다. 싫지 않았다. 동물을 좋아했고, 막연하게 키우고 싶다 생각했지만 여의치 않았으므로. 이렇게 만난 건 정말 인연이었다.
그때 아롱이는 2살쯤이라고 했다. 그래서 아롱이가 언제 태어났는지, 어디서 태어났는지, 엄마는 누구고 아빠는 누군지 몰랐다. 아롱이도 모를 테지만, 가끔 아롱이를 붙잡고 물어봤다. "아롱아, 네 진짜 엄마는 어디 있어?" "넌 어릴 때 어떤 강아지였어?" 내가 알 수 없는 아롱이의 시절이 궁금해서. 생각해보면 처음 우리집에 왔을 때를 기억해서 생일로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참 무심했다. 사실 만났던 그날이 여름이었는지, 겨울이었는지 모든 게 희미하다.
서로 낯설어서 약간의 거리를 두고 쳐다봤던 기억만 있다. 아롱이는 며칠 동안 자신이 머물던 장소가 몇 차례 바뀌어 어리둥절해 했고, 나는 직접 마주한 강아지를 어찌 대해야 할지 몰라서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물리적 거리를 좁혀가는 데 꽤 시간이 걸렸다. 아롱인 한동안 소파에서 혼자 시간을 보냈다. 아마 이곳에도 얼마 동안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었던 듯 싶다. 우리집에 오기 전에 2-3군데의 집을 옮겼다고 하니 그럴 수 밖에. 아마 이곳도 자신 집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리라. 여기가 내 집이구나 확신한 것은 우리집에 온 지 일 년쯤 된 때였던 거 같다. 무방비한 자세로 자던 그날, 아롱이가 이제 집이라고 생각하는구나 느꼈다.
그렇게 2년, 3년 지내고 8년이 넘으면서 아롱이의 나이는 10살에서 멈췄다. 생각해보면 우리집에 온 때 기준으로 2살이라 셈치고 계산해보면 10살이 넘었을 테지만 힘이 넘치던 녀석이어서 10살 이상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가끔 아롱이의 떡벌어진 어깨를 보면서 분명 나 모르게 PT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늘 건강하던 아롱이가 10살이 넘을리 없다는 나의 막연함 때문에 아롱인 늘 10살 쯤 된 노견이었다. 먼길 가던 그날까지도 우리 아롱인 10살 즈음의 나이였다. 지금도 아롱이가 정확하게 몇 살인진 모른다. 그렇지만 아롱이가 떠난 날은 기억한다. 그것이 참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태어난 순간부터 함께였다면 더 좋았을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못해서 나에겐 더 특별한 강아지였다.
2021년 5월 14일 오전 7시 50분 평생을 기억할 년월일시. 또 만나길 기도하며 오늘도 역시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