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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뿐냥뿐 Oct 16. 2024

추구미와 도달미

팀장이 처음이라

올해 첫, 팀장이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실무자로 남는 것이 아쉽다 정도였지, 팀장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서 되었을 땐 그냥 하던 대로 내 일이나 하면 되겠거니 생각했다. 뭐, 단 한 가지 목표라면 예전에 뒤에서 오지게 욕했던 팀장들처럼은 하지 말자. 잘 설득하고 이해시키면서 하다 보면 매일이 화목하게 일할 수 있으리라...!


그렇게 10개월이 흘렀고, 그때 그 팀장들이 왜 그랬는지 이해하게 됐다. 긴 설명, 그리고 설득과 이해... 이것은 나의 꿈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냥 말 많은 팀장이 될 뿐. 어차피 결론은 그래서 당신이 이걸 하기 어려움에도 해야 하는 것을 해내시오이기 때문에, 안 한다는 선택지는 없기 때문에 해피엔딩은 없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나의 일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중 날 괴롭히는 생각 중 하나는 추구미다. 추구미는 이상향이니 이룰 수 없는 것을 안다, 하지만 도달미 비슷한 범주 안에 들어가야 하는데 정반대로 가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거기서 오는 괴리감으로 자괴감이 들고, 자학을 하게 된다. 추구미는 챠가운 도시 여자의 카리스마를 지닌 다소 냉소적이지만 날카로운, 그런 이미지였던 듯. 세상 모든 것에 무심하고, 누가 뭐라 해도 신경 쓰지 않는 그런 이미지였다.

하지만 도달미는 옆의 집 숟가락 개수까지 다 아는 참견쟁이에, 지나가는 발소리에도 신경 쓰고, 단체 방에서 마지막 메시지를 담당하는 이미지랄까. 유머러스하고 싶었지만, 그냥 가벼운 말을 던지는 성격 급한 말 많은 사람이 되었달까. 


아, 쓰면서도 자괴감 들어. 베갯잇에 눈물 자국 남길 거 같은 밤이다. 


누가 어떻게 살고, 회사를 어떻게 다니든

누구 하나 자기 하고 싶은 일만 하든

아무 관심이 없고 싶다. 그냥 매출이나 괜찮으면 좋겠다.


#팀장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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