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d Jan 16. 2019

사실, 요즘 안쓰려고 하는 말.

 어느날 돌아보니 말버릇으로 붙어버린 말들이 많다는걸 깨달았다. 그래서 좀 줄여보려고 한다. 세가지쯤 된다.


 첫번째는 '같아요' 다. 아니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거지 '같아요'만큼 애매한 말도 없다. 같아요를 점점 쓰면서 직장인이 되었구나 라고 생각했다. 같다는 말은 '그럴 가능성이 높은데 확실하다고 말했다가 사실이 아니거나,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가 틀리면 쪽팔리니 적당히 말하자'는 의미를 내포한다. 틀리다고 책임지울 사람도 없고 사과하고 넘어가면 그만이지만, 낮아지는 자신감에 비례해서 늘어가는 단어다. 같아요가 나올때는 '입니다'라든가 '생각합니다' 정도로 명확하게 끊으려고 한다. 자신이 없으면 말을 말거나.


 둘째로는 '사실'이다. '사실..'로 시작하는 문장은 주의 환기와 대화의 방향을 바꾸는데 최고의 역할을 한다. 그런데 그 뒤에 붙는 말들에 숨은 이런 뉘앙스가 종종 발견된다. '당신이 말한것은 잘 이해했지만, 내가 전문가적인 관점으로 보았을땐 이게 맞고 더 인사이트풀해.' 사실이라는 단어 자체는 팩트라는 의미와 숨겨진 뜻이라는 의미 두 가지를 지닌다. 그래서 사실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문장은 엄청난 힘을 갖게 되고, 그 힘은 권위에 비롯한다. 그 단어 뒤에 탄탄한 근거를 가진 문장이 이어지면 그것은 '사실'이 되지만, 그렇지 못할수록 권위를 인사이트라고 포장한 강요가 될 뿐이다. 사실이라는 말이 나오려고 할때 재빨리 말하고 싶은게 근거가 있는지를 고민해보고 없다면, 그냥 말하지 않는게 맞다.


 마지막으로는 그냥 말 자체가 많아졌다. 왠지모르겠으나 오래 집중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채팅으로 쑤시고 다니려고 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말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기력과 시간을 모아 좀 길게 쓰는게 좋지 않을까? 사실 긴 호흡으로 쓴 글이 너무 옛날이라, 이제 점점 호흡을 늘려가야겠다고 생각한다. 이 문장에는 앞에서 말한 모든걸 위반했다. 심지어 말도 더 많이함...

매거진의 이전글 수영장에 물개가 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