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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랭크 Jul 21. 2024

[캔버스에 비친 내 모습] 주연과 주변인

미술수업 - 산란하는 빛 표현하기

 여전히 카페 바닥에 반사된 빛은 어색했다. 나뭇가지와 잎의 그림자 사이에서 틈틈이 빛나야 했지만, 어수선한 하얀 점들이 찍혀 있을 뿐이었다.
 
 미술 강사의 조언에 따라 포인트를 의자에 두었다. 밝음과 어둠을 의자다리와 등받이 철기둥에 찍어주었다. 그러자 화면의 주연은 의자가 되었다. 어색한 빛은 시선에 잘 띄지 않았다. 100여 개의 점점이 찍은 빛은 시선에 들어오지 않아 한층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잠시 기뻤던 마음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그늘에 가려진 동료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회사는 늘 자연스럽게 주목받는 업무가 있고, 직책자가 있다. 그리고 한 명에 의해 어려운 난제가 해결된 것처럼 인지된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주변인으로 지내왔다. 그 덕분에 가려진 동료들의 시간은 보이지 않게 계속 흘러간다는 사실을 안다. 겨울 비탈길의 눈처럼 누군가를 위해 끊임없이 치워내는 순간들을 안다. 그림을 다시 보며 의자가 화면의 장소가 카페임을 결정하지만 온화한 날의 심상은 바닥에 반사된 빛들이 만들어냄을 새삼스레 느꼈다. 화면에 보이지 않는 나무는 빛의 잔물결을 위해 그림자를 내주고 있었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 어색한 빛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산란하는 빛은 명암의 대비를 강조해 보고, 둥그스름하게 하얀 점들을 찍고, 약간의 오렌지빛을 섞어 다시 표현해 보았으나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 이쯤 되니 본래 여름 햇빛에 따뜻함이 묻어 있었는지 올바른 감각을 표현하고자 하는지조차 의문이 들었다.


 강사분에게 하얀 점들이 빛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를 전했다.

"제 눈에는 빛처럼 보이는데요. 지금 주황색을 살짝 섞어주셨는데 잘한 선택입니다. 제일 마지막에는 아무것도 섞지 않은 흰색을 가운데에 찍어줄 거예요. 그러면 끝자락에는 빛의 번짐이 더 드러나면서 자연스러울 거예요."


 흰색이 두 겹의 층이 될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그 순간에는 잊고 있었다. 노란 따뜻함이 빛에 섞여있다는 생각은 옳았지만, 밝은 중앙의 점이 있어야 함을 놓치고 있었다. 은은한 오렌지 빛깔의 점들이 주변인으로 가려진 사람이자, 누군가를 밝혀주는 사람처럼 보였다. 괜히 조바심 있던 한 주를 돌아봤다. 옆을 살피지 못하는 나 스스로가 내 동료를 스쳐가는 주변인으로 만들었음이 떠올랐다.


 어찌 되었든 다음 주에도 은은한 빛을 잃지 않아야겠다. 다른 이들의 은은한 빛을 살펴볼 수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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