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산책길에 만나는 모퉁이의 편의점은, 왠지 모르게 반가움을 느끼게 한다.
출입구가 2개인 지하에 놓인 그 편의점은, 크지 않은 간판 아래 적당한 크기의 공간으로 그 자리에 있다.
반가움이 직원에 따름은 아니다. 교대 근무인지, 가족이 운영하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매번 다른 사람을 계산대에서 마주한다. 반듯하게 정리된 선반이나 쾌적한 에어컨 때문도 아니다. 그 기분은 유독 밤의 편의점에서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하얀 형광등 빛이 주는 익숙함 때문일지 모르겠다.
그 빛은 강렬하거나 혹은 아름다워야 하는 무게를 지지 않고 늘 덤덤하게 공간을 채우고 있다.
내 하루의 삶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
옆 사무실의 스쳐가는 사람들. 점심 식사를 위해 가끔 들르는 가게의 주인들. 매일 같은 시간의 지하철을 타는 승객들.
그들은 일상의 안정감을 만들어준다.
익숙한 나날, 익숙한 사람, 익숙한 공간은 그들을 마주치기에 만들어진다.
가끔은 이들의 얕은 미소나 작은 친절 만으로 잠시지만 내 하루는 지탱할 힘을 얻기도 한다.
오늘도 상가 모퉁이의 무색의 빛은 멀리서부터 익숙한 산책길과, 마무리하는 일상에 온기를 전해준다.
내일 출근길, 다른 이의 익숙한 일상 중 하나로 지금 느끼는 온기를 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