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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eesol Nov 09. 2022

이터레이션 몇 번을 도는게 맞나요

동공지진

예전에 압박면접에서 UX비전공이실 듯한 HR담당자께 이 질문을 받고 대강 3회라고 대답한 적이 있었다.

그분은 정답을 모르기 때문에 반박하지 않았지만 본인도 의도하지 않았을 질문의 의도를 생각하면, 수치로 대답하면 안됐다.

이터레이션의 목표를 생각해보자. 

최근엔 마케팅팀과 협업중인데, 숫자로 말하는 분들이라 UX리서치의 정성적인 기법을 믿기 힘드신 모양이다. 말보단 결과로 보여드릴 테지만. 그러면 이 기법을 활용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얼마나 확신을 하고서는 전문가라고 하는걸까? 

정성 조사여...

'오차'는 왠지 정성조사가 더 클거같고 그런 선입견, 다들 있다.

하지만 '오차'는 정량대비 정성이 더 크다는 의견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리서치의 숙명

누가: 타인인 조사자가 상대방에게 닿으려고 애쓴다.
무엇에: 당사자도 충분히 정확하게 표현했다고 확신하지 못하는 사실에
 

Empathize단계에서 상대방의 자리에 서서 상대방이 느끼고 말하고 생각하는 대로 이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권장한다. 하지만 관찰이란 끝에 가까울 때까지 진실에 수렴할 뿐, 진실이 아닌 게 당연하다. 허들만 걷어내면 완전히 진실을 얻어서, 대상자와 평행선에 설 것이란 기대는 환상이다.

잠깐 대화하고 나서 청각 장애인의 대표 페르소나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면 착각이다. 디테일이 조금씩 나가는 것 뿐만 아니라 애초에 진실을 잘못 가정했을 가능성마저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리서치는 이미, '상대의  머릿속' -> '상대의 발화,몸짓' ->  '내 발화,몸짓' -> '내 머릿속'을 잇는 여러개의 통역 파이프를 거치며 왜곡될 수 밖에 없다. 카피의 카피의 카피.

이 때 기법들은 내 머릿속과 발화의 한계를 보조해 상대방의 효과적인 답변을 끌어낼 수 있도록 돕는다. 찰나에 점수를 매기는 서베이보다 나을 수 있는 이유다. 

각설하고, 리서치가 정답에 근접하도록 하는 한끝이 전문성이지만, 그럼에도 정답은 리서치로 찾을 수 없는 것이다. 리서치는 방향키이지 정답 그자체가 아니다. 리서치가 가리키는 시작점에서 솔루션을 발전시키고, 프로토타이핑으로 검증해보면서 리서치로 파악한 대상의 페르소나를 확신할 수 있는 데이터를 쌓아간다. 이 과정이 더블다이아몬드 프로세스이다.  

그래서 정성리서치가 정확하냐는 뜻이, 제대로 방향키 역할을 하냐는 질문이면, 맞다. 당연하다.

리서치로 끝이 나는게 아니라 확신이 깊어지는 과정을 반복해 나간다. 

이터레이션의 취지가 그러하다. 

얼마나가 충분한지는, 리서치가 얼마나 충실해서 디파인이 섬세하게 나오고, 아이디에이션도 충실해서 프로토타입이 고퀄리티로 나오는가에 대한 깔대기 효과를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수치화 할 수 없다. 리서치가 맞는지 불안해하지 말고 이터레이션을 돌면서 발전해나가며 가설을 발전시켜 보아라.  

옛날부터 사람들은 이터레이션을 통해 문명을 발달시켰다. 가정을 하고 실행해보는 기간에는 그게 맞는것이다.

이 실험들이 반복되고 실패/성공을 알게되면 원인을 찾아 정답으로 수렴해 가는 과정이 반복된다.

쌀독에서 생쥐가 자연발생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내는 과정이 그랬다. 

이제는 바보스럽게 보이는 삽질이지만, 근거가 부족한 첫 가설을 이터레이션으로 진보시키는 것은 고금을 막론하고 순리이다.

리서치 당시에는 그 단계의 깨달음이 정답이다. 지금 우리가 그때의 사람들보다 더 정답같은 걸 많이 알고 있다고 해서, 예전의 가설과 가설검증 리서치가 삽질이라 할 수 없다.

그 많은 이터레이션을 겪고 이제 우리가 발견한 것은 발전하는 방법이지, 그림같은 정답이 아니었다.

정답. 그건 원피스같은 거였어.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논리와 경험으로 지금 이 리서치가 갈 수 있는 최적의 방향을 잡아라. 그리고 사람들의 피드백을 반영해라. 리서치는 정답을 담보하지 않는다. 리서치의 취지대로 수행하도록 노력하는 것만이이 옳은 자세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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