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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표르바 Jun 04. 2017

오랜만에 일본영화 <행복목욕탕>

마음 한 켠에 머무는 울적함을 꺼내어보고 싶다면

오랜만에 일본영화를 봤다. 한 때 일본영화와 드라마가 주는 특유의 감수성이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던 때 곧잘 일본영화를 보곤했다. 이후 여러번 일본영화를 보기위해 시도했지만 매번 중도에 질려버리는 경우가 잦았는데 이번에 본 영화 <행복목욕탕>을 보는 동안은 서너번 넘게 눈물의 흐름을 막지 못했다. 제법 긴 러닝타임인데도 새롭게 발생하는 사건들 때문에 새로운 눈물이 터져 버렸다. 영화 예고편은 그저 일본 분위기를 담은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일본의 감수성을 꾹꾹 눌러담은 영화였다.   


일본 특유의 감수성이 그렇다. 어떤 큰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 속에서 벌어지는 인물들 간의 갈등관계를 주인공 중심으로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우리나라 영화라면, 일본은 일상 속에서 소소하게 발생하는 사건들이 의미하는 일련의 관계 속에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연애와 가족애를 버무려 주변인물들이 극복해내는 식이다. 그 안에 위트도 있지만 항상 아리고 슬프다. 사실 내가 일본영화를 선택하는 경우는 대게 울고싶은 마음이 들 때이다. 어릴 적에는 눈물이 많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웬만한 일에는 눈물 글썽이는 경우가 드물다. 마음 원석의 모난부분이 풍파를 거치면서 둥글해지면 눈물도 적어진다는데 나이가 들면서 그 비유가 적절함을 실감한다. 그럼에도 굳이 가슴 한 켠에 울적함을 꺼내어 밖으로 보내버리고 싶은 때가 있다. 한 번 꺼내버리고 나면 시원함이 있다. 그래서 수단을 동원해 고인 물을 빼내기 위함으로 일본영화를 본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전에 정말 볼 때마다 울어버린 일본영화가 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여러번 보고 여러번 울었다. 이 두 영화의 공통점이 있다. 엄마의 사랑과 그리움을 극도에 달하게끔 자극해버린다는 점이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아이가 그리워하는 엄마라는 존재. 여기서도 엄마라는 존재의 사랑을 한껏 이야기 해준 뒤 존재가 사라질 때 발생하는 불안감과 슬픔을 풍선 터뜨리 듯 펑펑 터뜨려버리며 가슴을 점점 저며오게 한다. 누구나 그렇듯이 부모님 특히 ‘엄마’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는 세상에서 제일 무겁다. 엄마의 사랑이란 도대체가 어떻게 생겨먹은 감정인지 희노애락을 모두 다 가지고 있지 않는가.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아이가 느끼고 있을 희노애락의 감정선이 나의 유년시절과 맞닿을 때마다 울컥함이 튀어나왔었다. 


행복목욕탕은 한 소녀와 엄마를 중심으로 엄마의 존재와 사랑이야기를 쏟아내는 이야기다. 다만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차이가 있다면 가족 구성원에 있달까. 감독 인터뷰 글을 대충 훑어보니, "과거형태의 가족이라는 의미가 아닌 현대의 가족이라는 의미를 정의하고자 했다"고 한다. 이 정의를 위해 러닝타임이 길어진 느낌이 잠시 스쳤지만 이를 상쇄시키는 탄탄한 스토리, 매력있는 캐릭터로 지루함은 전혀 느끼지 않았다. 주요 캐릭터로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 중 ‘오다기리 죠’ 외 나머지 배우들은 잘 몰랐고, 크게 중요시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보고나면 소녀 역을 맡은 스기사키 하나라는 배우와, 엄마 역을 맡은 미야자와 리에라는 배우를 검색해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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