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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표르바 Jun 10. 2017

포르노그라피가 만연한 시대

현실과 환상 구분하기

글래머의 진실


지난해 이맘때쯤이다. 대학원 수업 중 선생님께서 좋은 책을 읽었다며 <글래머의 힘>이라는 책을 추천해주셨다. 제목을 들었을 때는 글래머러스한 여성이 사회적 강점을 지닐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싶었다. 선생님은 포르노그라피를 이해하는 데 좋은 글이라고 덧붙였다. '포르노'라는 단어에 혹하여 당장 읽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 지적인 맥심 읽기라도 될 마냥 다음날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요약하자면 '글래머'는 나같은 사람처럼 단순히 여성의 몸을 표현할 때만 쓰는 단어가 아니다. '글래머'는 사람을 설득하는 데 또는 현혹시키는 데 쓰이는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용어다. 어떤 사진이나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 또는 사물이 풍기는 비범한 힘 또는 아마 그럴 것이라고 상상하게 만드는 힘을 의미한다는 거다. 그리고 이러한 힘이 우리가 가진 무의식적 욕구나 욕망을 끄집어내는 방식과 왜곡되는 현실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책 <글래머의 힘>

이 책에서 언급한 시각적 현혹이 아닐지라도 뜨문뜨문 머릿속에 이 책이 스칠 때가 있다. 환상과 현실에서 괴리감을 느끼는 때 그렇다. 현실을 올곧게 바라보고 있는 가 싶을 때 이 책이 스친다. 경우야 많지만 내가 느끼는 몇 가지 사례는 이렇다.


1.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은 '일상의 기록'인가 '일반인 잡지화보'인가. 대게 연출의도에 맞는 모습을 찍기위해 셔터를 수없이 누르고 하나의 사진을 건진다. 또 이 사진 업로드를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는가. 사진을 꾸미고, 사진에 넣을 글을 작성하고, 과하진 않지만 적당한 센스를 필요로하는 해시태그도 만만찮은 일이다. 완성된 콘텐츠를 업로드 하려고 보면 이건 뭐 당시 상황에는 실제 생각치도 않던 예술 작품 하나가 탄생한다. 우리가 '일상의 기록'이라고 말하는 그 사진들이다. 연출을 위해 보낸 노고의 시간은 잊혀진다. 시간이 지나 인스타그램 속 잘 나온 사진 만이 그 순간에 실제로 존재했다고 느낀다. 인스타그램을 하는 우리는 그 모습들이 모두 연출이라는 것을 알지만 이내 망각한다.


2. 해외여행

해외여행에 떠나기 전 여행 장소에 대한 사전정보를 얻기위해 다양한 정보를 습득한다. 우리나라 모습과 다른 낯선 분위기의 여행지에 대한 칭찬의 글과 즐거워 보이는 사진들을 본다. 보다보니 그곳에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설레임이 가득해진다. 출발하기 전 이미 그 곳은 머물고 있는 이곳보다 여유롭고 즐거운 곳이 되어버렸다. 여행지에 도착한다. 막상 와보니 좋기도 하지만 그저 그런 경우도 존재한다. 하지만 해외여행이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으로 넘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현실에 치이다보니 그 곳에서 있었던 순간들은 불편했던 일들이 많았지만 그마저도 즐거웠던 기억이다. '여행'이라는 단어로 감싸진 그 순간의 그 곳이 그리워진다. 여행지가 좋았던 걸까, 낯설음에 대해 마음이 부린 여유일까.


3. 스타트업 문화

관심있어 하는 분야가 스타트업이다보니 관련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보고 듣는다. 우리나라에서 '스타트업'은 이제 단어나 어떤 사례에 머물지 않는다. 하나의 문화가 됐다. 스타트업의 문화적 요소를 따져본다. 내 생각에 스타트업의 면면이를 다 걸러내면 "창업"이라는 형태가 남는다. 여기에 다시 색을 입혀보자. 우선 IT업계의 부흥과 함께 탄생한 단어이니 IT와 짙게 연결된다. 이 IT업계에 대표격인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 등이 떠오른다. 이들에 대해 떠오르는 이미지는 미래지향적인 기업의 모습과 성공이다. '미래'라는 의미가 도전과 혁신, 진보라는 의미와 맞물린다. 이는 기존의 것을 거부하는 기질이 자연스레 섞여있다. 더하자면 이상과 낭만적 기질도 따라 붙는다. 일종의 예술가적 기질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쿨한 모습과 자유로움도 보인다. 성공도 과거의 성공과 다르게 큰 일,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는 동시에 큰 돈도 벌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한다.


이러한 스타트업의 문화적 요소는 좋은 인재를 모이게 만드는 구실을 했지만 동시에 환상도 만들었다. 기존 기업들의 형태와 스타트업의 모습을 선과악의 이분법적 개념으로 느끼거나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하는 게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하는 경우, 스타트업은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 스타트업은 큰 IT기업으로 가는데 있어 배우기 좋은 곳으로 생각하는 경우 등이 있다. 한 번은 IT창업을 준비하는 유럽 친구들, 동남아 친구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와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를 몰랐다. 그들은 그저 온라인이란 세계에서 사업을 하는 방법만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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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그라피와 미디어


위에 언급한 일들은 내가 느끼는 사례에 불과할 수 있다. 이게 무슨 포르노그라피인가 싶을 수 있다. 그러나 본 대로라면 위 내용들이 사람들의 상상을 더한데는 분명 포르노그라피적 기질이 다분하다.


이런 현실의 왜곡점이 발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미디어의 발전과 관계가 깊다. 미디어의 발전과 포르노그라피의 발전은 맥락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넘치는 콘텐츠의 시대에서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콘텐츠는 점점 더 자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사진과 영상의 활용이 많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기술과 영상기술은 사람들을 현혹시키기 위해서 나날이 발전하는 중이다. 이제는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도 등판했다.


미디어를 소비하면서 나는 내가 보고있는 것의 본질을 이해하기위해 제법 애를 쓰는 편이다. 자극적인 요소를 걸러내고 그 본질만 보려한다. 현실의 괴리감을 갖지 않기 위해서다. 자극에 동요하다보면 쉽게 휘둘리는 순간을 발견한다. 미디어의 영향력이 큰 시대에 사는 만큼 받아들이는 자세 또한 신중해져야함을 느낀다. 물론 누군가는 본질이나 진실을 찾는 짓은 편견을 갖게하는 일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휘둘리는 건 성격에 맞지 않다. 야동이 현실과 다름을 받아들이는 게 이렇게나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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