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인권 그리고 투자" 스터디를 시작하며
나에게는 소중한 친구들이 있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면서 만난 친구들인데 나름의 전문성을 무기로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는 꿈을 같이 꿨던 친구들이다. 올해는 이들과 무언가를 같이 해보고 그 기록을 남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관심 있는 책을 선정해 2주에 한 번씩 함께 읽고 논의하는 스터디를 하기로 했다. 참고로 이 친구들은 나를 포함해서 모두 3명인데 부득이하게 브런치에는 가명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공주맛밤: 밤 중의 제일인 공주맛밤 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는 포부와 함께 공주(Princess) 처럼 품위 있게 살겠다는 소망을 동시에 품고 있는 업계의 숨은 전문가
양반김: 부드러운 말씨에서 나오는 양반스러움 뒤에 김에 붙어있는 소금처럼 세상을 이롭게 하고 싶다는 불타는 열정을 감추고 있는 반전 매력의 소유자
단호박: 책임투자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업계의 단맛, 쓴맛, 매운맛을 모두 경험한 일인. 지금은 반 프리랜서로 일하며 이것저것을 기획하며 돌아다니고 있는 자유 영혼의 소유자
우리는 나이와 성별, 종교와 취향도 제각각이지만 항상 모이면 재밌게 일상을 공유하고 더 재미있게 일 이야기를 나눈다. 책임투자 영역에서 만난 만큼 주제는 투자자에게 좋은 기업은 무엇이냐에서부터 기업의 지속가능성/임팩트 평가 그리고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고민 등에 관한 것들이 많은데 그 고민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다. 그래서 우리의 고민에 대해 해답을 가지고 있는 책을 같이 읽으며 생각을 정리해보는 스터디를 하기로 했는데 첫 책은 생각보다 쉽게 결정되었다.
단호박의 추천으로 선정된 책 제목은
Human rights, corporate complicity and Disinvestment
직역하면 인권, 기업의 연루 그리고 투자회수이다. 책의 내용은 인권침해에 연루된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방침을 가진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그런 결정을 하고 이행하면서 겪었던 고민의 지점에 관한 것이다.
책임투자 영역에는 다양한 담론이 존재하는데 그중의 하나는 연기금의 투자 배제에 관한 것이다. 물론 좋은 기업에 잘 투자하고 그 결과로 일반국민, 공무원, 선생님들의 노후를 책임질 수 있는 충분한 투자수익을 내는 것이 우리나라 연기금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이 부여받은 제 1의 책임일 것이다. 그러나 의도치 않게 그 과정에서 실제 기금에 꼬박꼬박 돈을 납입하고 있는 납입자들의 이익에 반하는 혹은 그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기업에 투자하게 된다면 어떨까?
국내외 연기금이 기금의 큰 부분을 주식에 투자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을 때마다 이런 질문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해외투자 시 일본의 전범기업처럼 우리나라와 역사적인 문제가 남아있는 경우에 투자 배제를 해야 할 것이냐라는 질문도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기금들은 이런 기업에 투자하지 말아야 할까? 쉽지 않은 질문이지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먼저 오랜 기간 고민하고 기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곳이 있다. 바로 노르웨이의 국부펀드이다. 북해 유전으로부터 나온 자금을 기반으로 노르웨이 밖에서만 투자를 하는 노르웨이의 국부펀드는 투자윤리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그 가이드라인에 부합하지 않는 기업은 투자에서 배제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원칙은 말하기는 쉬워도 합의하고 이행하기는 어려운 법. 우리가 스터디하기로 한 책에는 투자수익과 펀드의 성격 그리고 이해관계자들의 요구 모든 것이 고려되어야 했던 그 과정을 상세히 담겨있다. 앞으로 2주에 한 챕터씩 이어지는 스터디를 통해 우리가 가졌던 질문들을 한 개씩 해결해 보고자 한다. 우리 스스로에게 의무감을 부여하기 위해 일단 스터디한다고 이렇게 동네방네 소문을 내어본다.
공주맛밤+양반김+단호박 크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