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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솨니 Feb 04. 2022

나는 CS 만 할 줄 아는 사람인가?

공항 지상직 6년차  이직을 다짐하며


공항 지상직으로 근무한지 김포공항으로 출근한지 벌써 6년이 되었다. 시간 참 속절없다.



2월 한 달에만 이 김포센터에는 6명이 퇴사할 예정이다. 다음달에는 근무인원이 없어서 주휴일도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소문에 어수선하다. 2명 이상만 모이면 모두가 똑같이 말한다.






이 월급으로 이 근무가 말이 안 된다.





코로나 직격탄을 우리도 맞았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국내선은 초기 모두 한 번씩 돌아가며 한 달의 무급휴가에 들어갔던 것 외에는 큰 변화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근무 강도가 굉장히 힘들어졌다. 본사에서는 근무 인원을 계속해서 줄이고자 압박하지만 실상은 모든 국내선 항공편이 만석이라 1명의 인원도 더 필요한 상황이다. 월급은 몇 년째 줄거나 그대로다. 12시간의 롱 타임 근무는 체력적으로 힘든 근무라 다음 날 휴일이 왠만하면 주어졌지만 지금은 롱 근무로 시작해서 며칠의 근무가 연장되는게 일반적이다. 유니폼을 입고 카운터 안에서 근무하는 일이 다소 단순하고 정적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 공항은 기본적으로 고객들이 기대하는 서비스 질도 높을 뿐더러 우리보다 탑승 경험이 많아 전문가인 고객도 많아 응대가 쉽지 않다. 또한 항공사는... 언제나 고객 최우선을 외치는 보수적 서비스 마인드의 선봉 기업이다. 언제나 '을'의 입장에서 아무리 어떠한 억울한 상황이라도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반성의 경위서가 먼저다.


공항은 소음이 엄청나다. 마스크에 가림막까지 생긴 이후로 몇시간 내내 다들 소리를 크게 내야하다보니 목이 좋지 않다. 근무하다보면 여기저기 뛰어다닐 일도 많다. 직원들은 이석증, 대상포진, 허리 디스크 파열 등을 가지고 있지만 근무 인원이 타이트한데다가 각자 맡은 업무가 있다보니 반차, 병가를 쓰는 것도 쉽지 않다. 매일 근무 시작 전 온도를 재고 시작하지만 본인이 몸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금일 휴가를 내고 코로나 검사를 받겠다는 말을 꺼낼 수도 없는 분위기다. 장난스럽게 우리는 다같이 이미 코로나에 다 감염되어서 그냥 자연 치유되었을 거라고 말한다.



회사는 작년 흑자 전환을 했다. 그리고 전환과 함께 직원들에게 호봉제를 제안했다. 센터마다 근무 교체시간은 무시하고 무리하게 본사 직원이 방문해서 호봉제 설명회를 열었다. 듣고 온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가득했고, 블라인드는 한참을 시끌시끌했다. 그리고 마지막 방아쇠를 당긴건 모든 직원에게 일괄적으로 보낸 문자 하나였다. 몇 년째 없던 명절 선물을 보내겠다며 직원들의 핸드폰 번호를 확인한 것은, 사실상 호봉제 도입 시 본인이 어느 호봉에 해당되는지를 문자로 통보하기 위함이었다.



17년 입사 2호봉

14년 입사 10보봉

15년 퇴사 후 17년 재 입사 5호봉

16년 입사 21호봉

12년 입사 20호봉

...



근속 년수는 어디에도 고려하지 않은 듯 보이는 호봉이었다. 게다가 직원들 사이에 본인보다 몇 년차 후배들이 더 높은 호봉을 책정 받고, 더 빨리 대리급에 해당되는 것을 보면서 분위기는 더욱 더 나빠졌다. 참고로 나는 연차에 비해 호봉이 굉장히 높게 책정된 편이었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직원들에게 과장급으로 승진하는 일은 더욱 더 까마득한 일이 되었고, 앞으로 승진을 꾸준히 한다고 해도 월급은 거의 제자리걸음이라는 막막한 현실을 알게되었다. 모두가 무기력해졌다. 온라인에서나 오프라인에서나 이 회사에서 근무한 지난 세월에 대한 야속함, 후회감 그리고 배신감을 드러냈다.







한 명씩 퇴사 의사를 비추고 있다. 나 또한 이제 이 회사를 떠날 때가 왔구나 싶은데 오히려 담담해진다. 오래 일해 온 선배들을 보면 내 미래가 보인다고 하지 않았는가. 더이상 늦추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들어 생각이 많아진다.







고객 서비스를 계속 하고 싶은가.
항공업 관련한 일을 할 것인가.



가장 고민이 되는 포인트는 위 두개다. 솔직히 말하면 전자는 잘할 수 있는 일이고, 후자는 하고 싶은 일이다. '게스트하우스 스탭으로 생활하다가 나중엔 배운 것을 바탕으로 내 게스트 하우스를 제주도에 차려야겠다' 생각했을 만큼 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 해답과 도움을 주고 그에 따른 피드백과 보람을 빠르게 받을 수 있는 서비스업이 앞으로도 계속할 수 있는 일이냐는 질문에 자신있게 그렇다!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센스가 있어서 칭송도 다수 받았었다. (고객 서비스해보면 센스라는게 굉장히 중요하더라) 한편, 입사해서 가장 열정적이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묻는다면 단연 사내 '여객실무 시험'을 준비할 때였다. 내 현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전문 지식을 습득하고 배우고, 이것이 능력으로서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새벽 4시에 출근해서 근무를 마치고도 남아서 공부하고 집에서도 자료를 손에 놓치않을 만큼 열정적이었다. 대학생 중간고사때도, 취업을 준비할 때보다도 열심히였고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2년 차에 3급에 이어서 2급까지 취득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늘 조금씩 바뀌는 운송 여객 규정 외에 내가 배울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한 항공편이 이륙부터 착륙하기까지는 수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하는 과정인데 내 위치는 점점 작아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런 경험을 근거로 생각해보건데, 나는 끊임없이 배우고자 하는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물론 그 노력만큼 보상이 발생하는 곳이어야 겠다. 지금 이 직장의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가 업무 능력, 성과 그리고 승진을 하더라도 월급 차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커리어 전환은 어떨까.



잡코리아, 인터크루, 원티드 채용 공고들을 보니 내가 지원할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고 며칠을 좌절에 빠졌다. 열심히 일한 것 같은데, 하루하루 잘 산 것 같은데 경력으로 내새울 것이 마땅치 않았고 자격증이나 업무 수치로 가시화할 수 있는 실적도 없었다. 서비스 경험과 칭송 건수는 당당히 어필할 요소로 가치가 없어보였다. 업무 커리어를 전환하고 싶으면 응당 그 전환 업무에 대한 열정이나 준비 된 능력을 보여야하는데 무엇부터 시작해야할지, 아니 사실 어떤 분야로 가고싶은지 조차 막막했다. 결국은 또 CS 밖에 없는 걸까. 내가 할 줄 아는건 이것 밖에 없다는 말인가.








어제 저녁을 먹으며 "넌 집요한데가 있어서 방향만 잡으면 뭐든 진짜 잘할거야." 라는 말에 양꼬치를 먹으며 끄덕였다. 그렇긴 하지. 게다가 참 다행인 건 아직 늦은건 아무것도 없다는, 뭐든 나는 잘 할거다는 무모하지만 자신감 하나만은 가지고있다. 또 배우는 것에는 두려움이 없기에 뭐든 새로 할 준비는 된 샘이다! (으쌰) 이직 준비는 막막하고 사실 애초부터 CS 커리어로 시작한 것에 후회가 하나도 없다는 건 거짓말이지만 그동안 최선을 다했기에 미련은 없다. 올해 2022년에 뭔가는 이룰 수 있을 거라 믿고 우선은 나를 믿고 새롭게 시작해보려고 한다.





출처 : twitter @outof_money 도산정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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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트윗으로 마음을 다시 한번 다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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