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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거름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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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솨니 Jun 03. 2022

<거름 기록>의 출발선

걸으며 생각하고 기록하다.



 회사를 나오고 보니 5월 말이다. 올해는 유난히 날씨가 좋은 날이 많다. 그동안 신경 쓰지 못했던 체중을 신경 써볼까 하는데 이제 남는 건 시간. 더구나 이런 하늘의 날씨라니 그렇다면 매일 걷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제주도에서 풀빌라 리셉션으로 일하며  취업을 준비하던 시간에도 나는  걸었다. 휴일이면 하루  2  가까이 아무도 없는 평일 오전의 올레길을 걸었다. 러닝화 하나 없어 패션화를 신거나, 심지어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뱀이 나온다는 산길을 슬리퍼를 신고 걷다가 동네 할망에게 혼나기도 했다. 500ml  혹은 아이스커피가 준비물이었다. 갑자기 만난 깜깜한 산길이 무서워서 울며 뛰어간 적도 있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는 크게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문득 마주한 아름다운 풍경은 늘 사진찍어 지금의 남편이  남자 친구에게 보냈다. 그때 느꼈다. 나는 걸을  자유로움을 느낀다는 것을. 가만히 있을  꼬여있던 고민의 실타래가 걷는 순간만큼은 별게 아니라는 , 그러다 때론 쉽게 풀리기도 한다는 사실을.


 서울에서도 여전히 나는 동네를 걷는다. 12시간 근무에 몸은 녹초가 되었지만 오늘 하루가 공허한 밤, 이 직장이 최선일까 고민이 많은 날, 결국 퇴사하고 난 지금도 거의 매일을 걷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보통 그렇게 걸음마다 잡아 온 잡념들을 틈틈이 핸드폰 메모장, 나와의 카카오톡 채팅방, 텀블러에 적어 수집한다. 이제는 그날의 걸음걸음을 정리하고자 한다. 걸음 기록, 오늘의 걸음을 이렇게 남긴다.


오늘의 걸음이 쌓여
나의 거름이 되리라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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