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거름 기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솨니 Jul 30. 2022

후기를 남겨주세요. |


  일어나자마자 오늘은 색다른 카페를 가고 싶었다. 네이버 지도를 열어서 걸어갈 만한 거리의 카페를 추린다. 그리고 하나하나 선택해서 내 취향에 맞는지 매장 사진을 본다. 그래서 어디를 갔다 왔을까. 카페의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 블로그를 1시간 동안 서칭 하다가 지쳐버려서 결국 집에서 네스프레소 버츄오로 한 잔 내려서 얼음 가득 시원하게 마셨다는 시시한 결말.



 나는 리뷰 맹신자다. 영화를 볼 때도, 책을 고를 때, 특히나 음식 주문할 때는 배달앱 리뷰는 다 보고 모든 평가가 만족스러워야 선택에 확신이 생긴다. 옷을 인터넷에서 사고 싶은걸 발견했는데 리뷰가 없으면 그 옷은 구입하지 않는다. 뭘 믿고 이 옷을 사나 싶다. 혹시 여행이라고 가게 되면 계획의 9할은 블로그 서칭만 한다고 봐도 된다. 오늘처럼 처음의 의욕을 후기 읽는데 다 써버려서 출발 전부터 지쳐버리거나, 심지어 지나친 정보는 이미 다녀온 듯한 착각을 줘서 굳이 안 가봐도 될 것 같기도 하다. 







 이번 주에는 예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 <버닝>을 봤다. 신기하게도 평소 좋아하는 세 배우가 함께한 영화. 넷플릭스에서 뭘 볼까 목록을 내리다 만난 이 영화. 왜 지금까지 보지 않고 있었지 당황스러워 곰곰이 생각해봤다. 아차 싶다. 개봉 후에 역시나 읽은 혹평 뉴스. 남들이 별로라기에 그런가 보다 싶어 넘겨버리고 개봉한 지 4년이 지난 지금에야 결국 봤다. 그런데, <버닝>은 최근 본 영화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다. 카멜레온 같은 유아인 배우가 연기한 종수, 전종서 배우의 묘한 눈빛과 목소리, 내가 가진 배우 스티븐 연에 대한 신비함이 잘 표현된 캐릭터 벤. 무슨 말이지 생각하게 하는 대사와 마지막에 이렇게 끝나지 마! 외치게 되는 모호한 결말은 또 오랫동안 왜?로 향한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자마자 '처음부터 보기'를 눌렀다. 이 영화 너무 섹시하다! 혼자서 이 감동을 넷플릭스에 살포시 쌍 따봉을 눌러 표현해본다.


 하마터면 <버닝>처럼 그동안 누군가의 리뷰로 내가 놓칠 뻔했던, 혹은 놓쳤던 경험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해봤다. 내 시간과 돈을 헛되이 쓰고 싶지 않아서 선행자의 의견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생각했다. 덕분에 청소가 깔끔하지 않다던 호텔은 선택하지 않았고, 음식에서 불순물이 나왔을 때 사과조차 하지 않은 뻔뻔한 곳에서는 음식을 주문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루했다는 영화, 뻔한 스토리였다는 미스터리 소설, 볼 것 없었다는 여행지, 평범했다는 맛의 식당. 모두 나도 이 사람들과 똑같이 느꼈을까? 선행자 대다수, 대중들의 의견을 너무 과신했던 게 아닐까. 앞으로는 후기 속 사실과 감상을 분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감상은 나에게 달렸다고 생각하니 힘이 들어간다. 내가 보고 느끼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싶다. 앞으로는 조금 더 취향이 더 다채로워지지 않을까 기대감까지 더해진다.




 내일은 '인테리어는 괜찮은데 커피는 쏘쏘'하다는 카페에 '직접' 가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쉬는데 마음 편할 리가 없잖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