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테우리 Sep 24. 2019

비 온 뒤, 버섯

소중한 우리의 분해자들


폭풍이 지나간 뒤 숲은 어떻게 바뀔까요.

최근에 태풍이 거쳐간 숲에서 생겨나는 변화를 그린 기사를 봤는데, 부러진 나뭇가지들과 쓰러진 나무들이 나왔어요. 그런데 그 결과를 설명할 때는 땅에 대해 얘기하더라고요. 그게 신기했어요.

거친 비바람이 지나간 숲에는 땅바닥에 떨어진 잔해가 늘어나 주변 생태계의 변화를 만든다고 해요.

바로 어제까지 살아있던 나뭇가지가 촉촉하고 먹기 좋게 똑똑 부러지면 흙 속의 미생물들이 늘어나고 잘 자라기 좋은 습도에 힘입어 버섯들도 송송 솟아납니다.

비가 온 뒤 서울에서도 어김없이 분해자가 자라고 있네요.

죽어가는 것들이 분해되지 않는 세상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요! 19세기부터 지금까지 만들어진 모든 플라스틱이 썩지 않고 남아 이미 문제가 되고 있는 것처럼요. 시체와 똥 묻은 기저귀와 부러진 숟가락이 맴도는 지구, 그런 거겠죠?

잠시 한 숨을 크게 쉬고 쪼그려 앉습니다.

이름도 귀엽고(버.섯.이라뇨. 심지어 머쉬룸은 더 귀여워요) 정말로 앙증맞은 우리의 분해자 친구를 보니 다행스럽게도 우리네 발치에서도 생의 순환은 정직하게 돌아가고 있구나 싶습니다. 도로 한 켠에 피어오른 반가운 버섯을 여러분도 찾아보면 꼭 인사해주세요.





#서울의하루
#the_days_in_seoul

매거진의 이전글 산책하기 좋은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