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직업이 없어질 위험이 크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라는 소설을 보면 과학 기술이 극도로 발달하고 인간이 인류를 철저하게 다섯 계급으로 대량 생산한다. 모성애를 포함한 사랑이라는 감정이 없도록 태어나기 전부터 세뇌시키고, 개인은 각자의 역할에 맞게 오직 노동만을 위해 살아간다. 간혹 걱정이나 우울 같은 지극히 인간적인 불안한 감정이 들 때면 '소마(SOMA)'라는 약을 복용하여 감정을 통제하고, 그게 당연하다는 듯 다들 살아간다. 그곳에서는 인간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이 비정상인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며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류와 지금의 우리가 과연 무엇이 다른지 가끔 떠올려보곤 한다.
오래전부터 인간이 해오던 농업 기술, 제조업 등의 1, 2차 산업에서 기계가 인류의 노동을 대체하여 대량 생산이 이루어지고, 19세기 초반 영국에서 이러한 기계의 인간 노동 대체에 대한 반발로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나기도 하였는데, 앞으로 우리는 3, 4차 지식 기반 융합 산업에서도 인류보다 뛰어난 지능을 가진 인공지능과 싸워야 할 지도 모르겠다. 이미 현재의 인공지능 수준은 의사를 대신해 병을 진단하고, 금융 상품을 추천하며, 직접 인간과의 대화를 통해 상담을 할 정도까지 이르렀다. 이제는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이 우리의 직업들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빠른 시일 내에 인공지능이 인간 대신 많은 역할들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에서도 우리와 친숙한 자동차 역시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향후 운전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이동하는 자율주행차가 5년 내 등장할 것이며,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을 파악하고 스케줄을 관리하며 우리가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훌륭한 비서가 되어줄 것이다. 어쩌면 우리 자신보다 인공지능이 우리의 기호를 더 빠르게 알아차릴지도 모르겠다. 모 유명 커피숍 입구에는 '오늘의 음료'를 추천하는 글을 보고 하루 손님의 70% 이상이 그 음료를 주문한다고 한다. 그만큼 사람들이 자신이 뭘 원하는지 잘 알지 못하고 남이 정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우리에게 주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자율권이 있음에도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 것은 인공지능 같은 '가짜'에게 자리를 내어주기 십상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에게는 자의식이라는 중요한 것이 빠져있다. 스스로 무얼 하는지 의식하고 행동하는 게 아닌 그저 기계 학습에 의한 반응을 할 뿐이다. 만일 인공지능이 자신이 누군지 알고, 스스로의 의지대로 무언가를 할 거라고 생각하게 되는 날에는 정말 인류를 정복해버릴 날이 올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과학자들이 그럴 염려가 없다고 하니 믿어보는 수밖에.
더 이상 지식이 많다고 자랑하기에는 우리보다 뛰어난 인공지능이 있기에, 그로부터 차별화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창의성이다. 인공지능은 지식을 학습하여 확률적으로 결론을 도출하지만 결국 이세돌의 예측 불허한 한방에 나가떨어지지 않았는가. 그만큼 복잡다단하고 예측 불가능한 인간의 무한 상상력이 앞으로 인공지능으로부터 인류를 우위에 있도록 해 줄 것이다. 단순 노동은 기계에게 정복당한 지 오래지만, 이제는 지능마저 위협받고 있으니 더 이상 외우는 암기능력으로 평가하는 한국의 교육방식은 더더욱 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는 빠른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4차 산업혁명이 예상된다. 그렇다면 지금 당신이 앉아있는 사무실 모니터 앞자리는 과연 언제까지 당신을 필요로 할까. 만일 당신보다 엑셀, 파워포인트가 더 능숙하고 기억력도 훨씬 좋은 인공지능이 대신 근무할 수 있게 된다면, 지금 같은 환경에서 거의 승산이 없을 것이다.(아마 기계니까 말도 더 잘 듣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무얼 먹고살아야 할까.
이제는 인공지능이 기자보다 더 정확한 맞춤법으로 기사를 써내는 시대이다. 그러니 인간은 인간 특유의 상상력으로 무장한 소설을 쓰거나 오직 인간만이 경험할 수 있는 수필, 혹은 여타 경험으로부터 우러난 예술 작품들을 창조해낼 수 있겠다. '응답하라 1988'류의 드라마가 인기를 얻는 이유도 현대 사회에서 인간적인 면이 갈수록 상실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인간의 감정이나 욕망, 꿈과 희망 등에 관한 예술 활동들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그 밖에 창의력을 더한 사업 아이템이나 개인의 아이디어가 더욱 경쟁력을 갖추게 될 테니 평소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려보는 등 잠자고 있는 우뇌를 깨우는 훈련도 필요하다. 인간의 영역은 날이 갈수록 축소될 테지만 그에 반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인간에 관한 것들임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