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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O Mar 31. 2016

#8. 2가지 이상 무언가를 하려면

지금 하는 일을 두 배로 열심히 해야 한다

사람이 한 번에 한 가지 직업만 가질 수 있을까. 중세 사람들은 어떻게 여러 가지 직업을 동시에 가질 수 있었을까. 최근 융합형 인재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여러 분야의 벽을 허물어 시너지를 내는 것이 추세이다. 미국의 대학은 입학 이후 2년 간 교양 수업을 듣게 하여 자신이 뭘 하고 싶고 앞으로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찾은 뒤 전공을 선택하게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학창 시절부터 입시 위주의 교육에 치여 스스로 뭘 하고 싶은지 고민할 여유가 많지 않다. 오히려 그러한 교육 방식이 당연하다는 분위기에 휩쓸려 공부 기계처럼 살아가다 성인이 되고 나서야 내가 왜 이 길을 가고 있는지 뒤늦은 방황을 하기도 다.


하지만 이제 수명은 길어지고 결코 늦은 때란 없다. 나이를 먹는 만큼 경제적 여유도 생기고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시간을 들여 투자할 수 있다. 다만 우리의 일상이 매우 바쁘고 힘들며 개인적인 사색을 할 여유도 많지 않기에 꿈을 찾는 과정이 어렵다. 무수한 직장인들이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지'라는 생각에 무기력하게 갈팡질팡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대로 일에만 파묻혀 시간을 흘려보야만 할까. 일상은 재미도 없고 늘 반복되는 뻔한 인생을 살다가 과연 죽음 앞에서 아무런 후회가 없을까. 특히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자아가 없어지는 대한민국에서 내 인생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지 문득 씁쓸해지는 날이 올 것이다. 그래서 60이 넘으신 분들도 색소폰을 배우기도 하고, 아이를 다 키워놓은 어머님들이 노래교실에 가서 뒤늦은 재미를 찾기도 한다. 이러한 취미가 별 거 아닌 거 같지만 일찍 시작하면 그 노력에 비례하여 전문성도 갖추어져 큰 위력을 갖는다. 삶에 활력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나의 경우 대학 때 공학을 전공하면서 부전공으로 종교학공부하였다. 특이하게도 가톨릭 학교인데 불교, 이슬람교, 기독교 등 다양한 종교를 문화처럼 가르치는 분위기여서 신부님으로부터 불교 수업을 듣기도 하고 명상 수업을 통해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했다. 그 이후에는 꿈을 찾아 예술을 전공으로 택해 유학길에도 올라보고 회사의 경영에 관심이 많아 대학원에도 진학하였다. 이렇게 종횡무진 전공을 초월하여 젊은 시절을 보내고 나니 세상 어떤 일에도 흥미로운 주제들이 넘쳐났다.


나이 서른이 넘어가자 경제적인 부분에도 관심이 생겨 매일 환율 동향을 체크하고 전 세계 경기 흐름도 보게 된다. 이것이 내 수입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재밌다. 게다가 취미로 전공한 예술활동 또한 지속하고 있다. 이 모든 일들을 어떻게 회사를 다니면서 하냐고?


물론 나도 때로는 야근도 하고 업무에 집중해서 한동안 다른 것들은 생각할 엄두도 못 낼 때가 많다. 그런데 주말에 가만히 있자니 내 삶이 일에만 매몰되는 것 같아서 기를 쓰고 다른 것들을 찾아 한다. 작심삼일도 반복하면 장기 계획이라고, 이런 생각을 꾸준히 품었더니 수년간 나의 새로운 이력들이 쌓여간다. 심지어 검색어에 이름을 넣어도 나올 정도로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조금 벗어났는데 오히려 회사에서는 조용히 지낸다.


그 이유는 다른 하나를 하느라 어느 하나에 방해를 줄 수는 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회사에 와서는 일만 생각하고 틈틈이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 글을 쓰거나 다른 것들을 만들어낸다. 보통 일상적 수다를 떨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데 끊임없이 무언가를 추구하려는 나의 자아가 강해 퇴근 후에 집에 와서도 모드를 전환하여 꿈을 찾아간다.


가끔 체력이 안 되고 정신적으로도 힘들 때면 직장을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만 자유롭게 하면서 살고 싶다고 생각하다가도 현실적인 이유로 나의 20대 항산이 없던 시절을 생각하며 참아낸다. 산 넘어 산처럼 찾아오는 스트레스도 다른 일들을 하며 생각을 전환하여 날려버린다. 결국 두 가지 일이 서로 시너지를 내고 힘이 되어주는 구조다.


조금만 노력하면 나도 꿈을 이루어가는 사람들처럼 목표를 향해 눈이 반짝반짝할 수가 있다는 걸 해보니까 알게 되었다. 마치 직장에 매여 다른 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절망 속에서 허우적대던 지난날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다.


어디서 이런 에너지가 나오는지 특별한 원인을 찾자면 결국은 '꿈'이다. 죽기 전에, 나이를 더 먹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들을 용기 있게 실현하는 것이 나를 살아있게 하는 것이다.


감히 이야기할 수 있는데 재능이 많아서가 아니라 조금 더 용기를 냈을 뿐이다. 지금 쓰는 이 글도 사실 내가 작가로 많은 사람들이 보는 글을 쓸 거라고 생각지 못했었다. 우연히 공고를 보고 가슴 뛰는 대로 행동하다 보니 작가가 되었을 뿐이다.


한 사람이라도 이 글을 보며 스스로에게 내재된 재능을 꺼내어 쓰는 데 있어 조금의 용기가 없어 머뭇거리거나 좌절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를 배운 만큼 못 하는 이유가 남 신경 쓰느라 자신감이 없어서라고 한다. 외국 나가면 다들 거리낌 없이 자신을 표현한다.


이 땅에서도 할 수 있다. 아무리 요새 젊은 사람들 앞길이 안 보이고 답답한 현실이라 해도 끊임없이 자기 길을 개척하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주어진다. 반드시. 그걸 증명해 보이려면 나 또한 열심히 살아야 한다. 두 배로, 왜냐면 나는 두 가지 일을 모두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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