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실행
신고
라이킷
24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오미자
Oct 10. 2024
열세 살 K장녀의 육퇴
'
장녀인 엄마와 장남인 아빠 사이에 태어나
세 명의 동생까지
둔 나
는 그야말로 K-장녀
다.
내 어린시절은 보
통의
애들의 삶과
는
조금
달랐다.
방과 후, 우리 집 가서 놀자는 친구의 당연하고
달콤한 유혹을 매번 뿌리쳐야했다.
동생들을 데리러 가야한다고 말하면 친구는 늘
'
너희
부
모님은 뭐하시고
네가 해?'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엄마
가 엉덩이를 토닥여주며 '울 애기'
소리
를
듣는
그
'
아가
'
는
충분히
이해못할 일이였을거다
.
그 당시
초등학생의 머리로는 어떻게 대답해도
우리 엄마아빠가 아주 나쁜 사람으로 비칠까봐.
나는 항상 '그냥'이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동생들과 나는 같은 초등학교에 다녔다.
수업이 끝나면 각자의
반에서
엄마같은
큰 언니 오기만을 기다리는
세 명의 코흘리개가 눈에 밟혀
계단을 두개씩 겅중겅중 뛰어 내려갔다.
계단을 뛰어내려가면서는
다른 언니오빠보다 일찍 도착해서 우쭐대
는
내 모습을 상상
하기도 했고
맞벌이 하는 탓에
비오는 날
우산을 가지고 데리러 온 적 없는 엄마와, 외로웠던 나를 떠올렸다.
얘네들은
그런
쓸
쓸함
을 느끼지 않았으면 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꼬맹이라
"
언니랑 같이
갈래
"하는
철거머리같은
동생들을 따돌리고
친구네 집으로
도망
치
고 싶었다.
내가 모른척하면 혼자 집도 찾아갈 수 없고
밥도 못 처려먹는 애가 셋이나 있었으니
#
큰언니,
#
책임감이란
태그들이
켜켜이 쌓여
부담감과 스트레스로 다가와
괴롭혔다.
어떤 날은 둘째의 손을,
어떤 날은 셋째의 손을 놓치고
또 어떤 날은 동생 셋을 다 잃어버리는
아주 끔찍한
꿈을
꾸고 울면서 깨기도
했다.
내 픽업 루틴은 꽤나 촘촘하고 완벽했다
먼저 둘째의 반을 찾아가 손을 꼭 잡고
여섯 살 때쯤 엄마 아빠에게
원플러스원으로
선물
(?)
받은
쌍둥이
들이 있는 유치원으로 갔다.
유치원 담임선생님께는 오늘 우리 애들이
뭘 하고 놀았으며 반찬은 어떤걸 잘 먹었고
글씨를 아주 예쁘게 썼다는 등의
엄마에게 전할
이야기를 들은 후
인사를 나누곤 집으로 돌어와 엄마가 알려준대로
쌀을 씻고 손을넣어 손등 절반이 잠기면
물을 받아 압력솥에 밥을 얹힌다. 적당히 칙칙칙
소리가 들리면 불을 끄고 전기밥솥에 옮긴 후
엄마가 아침에 해놓고간 반찬으로 밥을 먹였다.
애들을 한데모아
차례대로
씻기
고
춥지말라고 수건으로 꽁꽁 싸매 난로 앞에서
온 몸에 로션을 발라준다.
'
여긴 어쩌다 다쳤어
덜렁대지말고 얌전히해 알았어?
'
하며
엄마에게 꼭 말해야할 상처는 없는
지
체크
까지
야무지게 했다.
분
홍, 파랑 알록달록 세트
내복을 입은
세 아이들이 잠들때 쯤이면
맞벌이하던 엄마 아빠가 집으로 돌아왔다.
벗은 옷을 걸거나 밀린 집안일을 하려는 엄마아빠를 졸졸
따라다니며
조잘조잘
오늘 하루 이
야기를
말해
주고
'
쌍둥이들이
인사를
잘해서 칭찬스티커를 받았다'
와
같은 특이사항을 무사히
전달하고나면
내 하루
는
비로소 마무리됐다.
keyword
에세이
가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