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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자 Oct 14. 2024

[단상] 꽃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상한 걸 알면서도 버리지 못하고 꾸역꾸역 삼킨 대가는
뭔 짓을 해도 꽉 막혀 내려가지 않는 체증 같은 것으로 돌아왔다
버려야 마땅한 것에 쓸데없이 미련을 둔 내가 자초한 일이었다

언뜻 밭의 모습을 하고 있던 쓰레기
좋은 씨앗을 심고 희생 배려 따위를 부어가며 가꾸다 보면
언젠간 날 행복하게 해 줄 근사한 꽃밭으로 거듭날 거라 믿었다
아까운 줄 모르고 내 마음을 모조리 뽑아다 씨앗으로 뿌렸다

정성스레 가꿔도 쓰레기는 쓰레기일 뿐
꽃밭은 고사하고 작은 꽃 한 송이도 피워내질 못했다
좋은 곳에 심었더라면 예쁜 꽃으로 피었을 내 마음들은
소금기 가득한 눈물을 먹고 자라 썩어버려 악취를 풍겼다

쓰레기 속을 헤집고 다닐 땐 다쳐도 아픈 줄도 몰랐다
오랫동안 흉터로 남을지 모를 상처들을 어루만지며 생각한다

애초에 밭이 아닌 곳엔 씨앗을 심지 말 것
상한 건 아까워 말고 미련 없이 내다 버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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