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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오미자
Nov 12. 2024
그만두고 싶을 땐 '이것'을 확인할 것
엄마와 딸기잼
뜨거운 김이 펄펄 나고 단내가 진동을 한다.
졸음이 미친 듯이 쏟아져서 정신이 몽롱해지고 슬슬 짜증이 솟구친다.
그날은 집에서 엄마 아빠가 딸기를 잔뜩 사 와서는 딸기잼을 만드는 날이었다.
여섯 명의 가족이 다 같이 살았을 때
엄마 아빠는 종종 매실을 잔뜩 사다가 매실액을 만들거나
딸기를 또 엄청나게 사다가 집에서 딸기잼을 만들었다.
매실액이야 설탕이랑 매실을 가득 넣고 베란다에 잘 두면
흐르는 시간이 완성해 주지만 딸기잼은 그렇지 않다.
-
엄마가 3박 4일 여행 가면 사골을 끓이는 10인분은 거뜬히 만들 수 있는 큰 냄비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설탕을 붓고 딸기를 으깨서 저어야 하는데
재밌어 보인다며 거들겠다고 한 마디 한 게 화근이었다
처음 2~30분은 엄마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딸기잼을 저었다
중간에 시계를 보니 40분이 지나있는 걸 보고 이제 그만해도 되지 싶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이제 엄마가 하라고 넘기려는데,
엄마도 너무 가벼운 말투로 계속해~라는 답만 돌아왔다
또 몇 분이 지나고 이번엔 짜증 섞인 투로 불을 끄꼬 도망가려는데
엄마가 딸기잼을 흘깃 보더니 아직 안 됐어!! 소리치는 엄마가 있었다
이제 정말 그만하고 싶고 할 사람은 나 말고 셋이나 더 있는데
짜증이 나면서도 엄마가 하라니 일단 툴툴대며 불을 다시 켰다
-
30대의 내가 그때 당시에 딸기잼을 젓고 있던 불쌍한 열여덟 살의 나를 보면
엄마가 소리를 질러도 불 끄고 도망가면 그만인데
아예
때려치울
생각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내 인내심이 어딜 가겠나...
내 분노는 꾸덕해진 딸기잼만큼이나 점점 뭉근하게 졸여져서는
"아 엄마가 해!!!!!! 진짜 그만하고 싶다고!!!!!! 안 해!!!"
"이딴 걸 왜 만들어 먹겠다고 해서!!!! 먹고 싶은 사람이 해 그럼!!" 등의
고함으로 흘러나갔다
그 순간에도 진짜 웃긴 건 고함을 지르면서도
내 손은 딸기잼이 탈까 봐 휘휘 돌아가고 있었다는 거 (쓰면서도 킹받네)
내 고함에도 엄마는 크게 반응하지 않고 진짜 심드렁하게
"어~ 할 수 있어~"
"안 죽어~ 괜찮아~" 등으로 잼스라이팅을 했고
결국 난
그
많은
딸기잼이
꾸덕해질
때까지 죽도록
저어서
잼으로
만들어냈다.
-그 뒤로 가족들이 빵에 잼 발라먹을 때마다 '이거 누가 만들었지!?!?!!?' 하면서 으스댐-
돌아보면 나는 그 딸기잼을 저을 때 정말 팔이 떨어져 나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안 떨어졌고
죽을 것 같다고 수십 번 얘기했지만 응급실에 실려가거나 죽진 않았다
요즘같이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서 죽겠을 땐, 엄마와 딸기잼을 떠올려본다
정말 다 때려치워도 되는 순간은 내가 죽겠다 싶은 순간이 아니라
딸기잼에서
타는
냄새가
날
때다
내 인내심의 얕음을 생산자로서 너무나 잘 알고 있던 우리 엄마의 전략.
시간을 들여야 되는 딸기잼처럼 나이가 든 나에게 진가를 발휘하는 것 같다.
(물~론 그래도 회사는 관두고 싶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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