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미자 Oct 22. 2024

생일 다음 날 기일

귀여운 우리 할매. 일례씨가 갔다.

친한 사람들에게 잔뜩 축하를 받은, 마침 주말이라 푹 쉬며 행복하게 보낸 생일.

근무를 쓸 수 있어서 생일 다음 날 재택근무로 업무를 봤다.


내 생일, 내가 제일 사랑하는 우리 친할머니가 위독하다는 걸 전해 들었고

하루 뒤, 할머니는 그렇게 보고 싶어 하던 우리 할아버지를 만나러 갔다.



오열에 가까운 막내의 울음소리 속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겨우 찾아냈다.

"할머니 돌아가셨다. 방금" 정신 차리고 가족 단톡을 찾아보니 엄마가 보낸 카톡이 보인다.


숨이 막히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뭔가 토해내듯 짐승처럼 울었던 같다.

가슴이 쥐어짜는 고통해 허리도 펴지 못하고 침대로 기어 올라가서 한 것은

한글날 할머니와 통화했던 녹음본을 여러 개 복사해 두는 것.

이제 다시는 할머니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게 뭔가 공포로 다가와서 미친 듯이 복사해 뒀다.


그날의 통화를 다시 들어봤다. 할머니 목소리엔 힘이 있었다.

아픈 것보다 손녀가 걱정하는 게 백배는 더 싫었는지

그제야 안간힘을 다해 힘을 주어 말한 거였구나 알았다. 마음이 미어졌다.

먹고 싶은 게 있으면 꼭 전화하라는 내 말에 "오~냐 전화하께"가 마지막 말이었다.


할머니가 이제 말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고, 이 세상에 없다는 건 상상해 본 적 없었다.


이렇게 많이 모자란 나를 무슨 보석이나 다루듯이 예뻐하고 아꼈던 할머니.

서른 가까이 될 때까지도 똥강아지라고 부르며 예뻐해 줘서

세상의 매운맛에 두드려 맞고 자존감이 땅에 붙은 껌처럼 되었을 때도

할머니의 꽃게장을 먹으며 '난 소중한 존재야 다 어쩌라공 내가 다 이겨' 하며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눈물이 절반 정도 들어간 짐 가방을 싸서 할머니에게로 갔다.

'내가 제일 먼저 갈게 할머니. 사랑하는 일례씨.'



귀여운 일례씨가 내 생일 하루 뒤 하늘로 여행을 갔다.

매번 돌아오는 생일을 슬프게만 보내지 말라고 한 건지.

끝까지 할머니는 사랑만 해주고 떠났다.




이 두서없는 글은 내가 사랑하는 귀여운 할머니에 대한 내용을 내 글 실력으로 한 번에 다 담지 못할 거라

아마 이후로도 계속 수정을 해야 할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아빠는 기억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