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자 왈 "어차피 안 뽑을 거면, 내 기는 죽이지 말아 주세요"
최근 나름대로 굵직한 기업에서 헤드헌팅 제의가 들어와 재직 중 면접을 보게 되었다. 서류와 실무면접까지는 날개 돋친 듯 날아다녔다. 하지만 임원면접만 들어가면 거침없던 혀는 굳어지고 활짝 핀 어깨는 점차 구부러 들었다. 몇 차례의 막힘은 이직 능력에 대한 대한 반문까지 품게 만들었다.
'전 직장을 조금 더 다녀볼걸 그랬나?'
'지금 제의가 들어왔다고 이직하는 것이 맞을까?'
'내 커리어에 문제가 있는 걸까?'
2차 면접에 대한 문제점을 찾다 보니 해결책으로 '전문가의 컨설팅'까지 찾게 되었다. 숨고에서 컨설팅 비용을 지불하고, 스터디카페에서 1대 1 임원면접 과외를 받았다. 면접 컨설팅을 통해 나는 이전과는 다르게 '임원들의 시각'과 그들이 추구하는 바를 더 명확히 알게 되었다. 그러나 컨설팅을 받은 후, 나는 오 입력된 기계처럼 자신만만했던 실무면접 마저 죽을 쑤게 되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면접관이 요하는 바를 정확히 알면, 잘 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곰곰이 돌이켜보니 나는 컨설팅을 해준 선생님이 말한 단점과 문제점을 내 온몸에 쑤셔 박았던 것 같다.
"임원들은 직원들을 볼 때, 회사에 돈을 벌어다 줄 수 있는지 먼저 계산해요."
"공공기관에서 사기업, 사기업에서 공공기관으로 갔다는 이유가 불명확해요."
"지금 정도 나이면 더 이상 이직 안 하는 게 좋아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다니세요."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부정어는 나의 장점을 빛나게 하기보다는 단점을 가리기에 급급한 사람으로 나를 만들어 버렸다. 그 때문인지 '맘에도 없는 회사'에서 실무면접을 볼 때마저 기죽은 얼굴로 나를 뽑아주기를 간청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실패는 과거 쌓아온 커리어에 대한 의문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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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면접의 칼날 같은 기억을 곱씹으며 잔뜩 기가 죽은 어느 날. 같은 회사의 동기에게 이와 같은 고민을 상담하게 되었다.
"A님, 저 지금 회사 다니다 보니 경력이 꼬였어요. 오지 말았어야 했나 봐요."
이직의 문제점을 현회사에 찾는 나에게 A님은 슬며시 웃으며 답했다.
"B님, 지금 너무 스스로의 노력을 인정하고 있지 않네요. 충분히 경력도 실력도 좋으신 것 같아요. 어떤 경험이든 의미 없는 것은 없어요. B님이 걸어온 길에 먼저 스스로 당당해지세요. 자기 자신이 의심하는데, 누가 믿어줄 수 있겠어요? 그리고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신지 좀 더 뾰족하게 고민해 보시면, 분명히 맞는 회사를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2차 면접에서 안 됐다는 것은 실력은 충분하다는 뜻이니까요. 나와 회사가 맞지 않을 뿐이죠."
동료직원 A의 말을 듣자 실패감으로 굳어버린 마음이 풀어지는 듯했다. 단점을 가리기에 급급했던 컨설팅의 노력보다 그녀의 한 마디가 더욱 깊이 박히는 듯했다.
이와 같은 고민을 지속하고 있을쯤 개인적으로 팬이었던 김수민아나운서의 인스타글을 보게 되었다. 한 팬이 면접을 즐기는 방법에 대해 질문했는데, 너무 와닿는 부분이 있어서 일부 발췌해 보았다.
최종에서 떨어지는 걸 자꾸 '문제'로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꾸 해결해야 할 문제로만 생각하면 면접관 또는 내가 문제가 있다는 건데 그런 물음은 대개 '내게 문제가 있다'는 맹신으로 이어진다. 근데 양쪽 다 별 문제가 없어도 합격은 비껴갈 수 있다. 서로의 인연이 닿지 않은 것을 너무 전적으로 내 문제, 내 결함이라고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꾸 더 떨리고 위축되는 건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가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최종에 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문제없음, 지원 자격 충분함이라고 스스로 말해줄 수 있다. 한참 한밤 리포터 할 때 정신없는 현장에서 내 존재를 설명할 때, "내가 여기 왜 와 있는지 제대로 말 못 하면 바보가 되는구나" 제대로 느꼈다. 면접도 그런 것 같다. 그냥, 내가 여기 어쩌다 와 앉아 있는지 말하는 시간. 제대로 말 못 하면 진짜 바보 되는 시간! 그대 자체가 합격하기 충분하다고 느끼면 좋겠다! (출처 : 김수민 아나운서 인스타그램 @s._.mangu)
김수민 아나운서와 회사동료 A가 나에게 준 동일한 메시지는 '나에게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와 면접본 회사가 맞지 않다는 것은 '맞는 회사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면접 시 내가 면접을 보러 온 이유를 명확히 '준비'하고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와 맞는 회사라면 어렵지 않게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혹시 취업, 이직 등으로 번번한 실패를 겪은 사람이 있다면 같은 길에 서 있는 사람으로서 동일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다. 당신이 겪은 실패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단점을 가리기보다 내가 돌아온 길에 대한 분명함과 목적성을 어필하는 것을 당당히 준비하라고 말이다. 앞으로 나 역시 다음 면접준비에서 질문에 대한 막힘없는 답을 위한 스킬보다는 요하는 직무에 맞게 '내가 줄 수 있는 능력'을 우선으로 공부하고 전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