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장애인의 일상생활훈련
지난 회기에 한번 해 본 지연이가 다시 밥 짓기를 하는 날이다.
쌀을 씻는 일은
물을 적당히 받아야 하고
한 손으로 그릇을 꼭 잡고
쌀을 휘 휘 ~~ 문질러 씻어야 한다.
쌀에서 나온 뽀얀 물을 버리는 반복되는 일과
물을 따라 쌀이 둥둥 버려지지 않도록
속도 조절이 필요한 작업이다.
씻은 쌀을 전기 밥솥에 담는 일에서
그릇에 붙어 있는 쌀알을 손가락을 오므리고
손바닥을 세워서 쓸어 내리는 일도 어렵다.
자꾸만,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 쌀톨이 얄밉다.
그래서
하나 하나
차근 차근
보여 주고,
두 손을 맞잡고 함께 하고,
혼자서 자신있게 해 볼 수 있도록
기다려 준다.
씻은 쌀이 밥솥에 때려 넣었지만,
끝난 게 아니다.
밥 물을 맞추는 일도 어렵다.
쌀 3컵을 했으면 물도 세 컵을 하면 되지만
우리 친구들의 세 컵은
친구들의 모습만큼
아주 많이
다양하다.
쌀 위로 손바닥을 살포시 올려
손 등위 가운데 손가락 볼록하게 나온 곳까지
물이 찰랑 찰랑 거리도록 맞춘다는 방법도
알려 주었다. 이것도 어렵다.
나를 움켜 잡을 때는 잘 펴지던 손바닥도
밥솥 안에서는 자꾸만 오그라든다.
"가위, 바위, 보. 보자가를 내라고"
본체에 쌀이 담긴 밥솥을 끼우고
전기를 연결했다.
중간 스위치가 있는 전기선을 선택하고
플러그를 꽂았다.
이렇게 꽂으면
다시 뽑기가 영 ~~~ 힘들겠지만,
그럼에도
잘 했다고 호들갑스럽게 칭찬하고
친구가 했던 대로 두었다.
취사버튼을 누르면
요런 모양이 나타난다
밥솥이 진행된다는 표시이다.
쒸~~~~~~~~ 밥이 다 되었다.
이런 표시가 나온다.
오늘 밥 짓는 장애 친구들은
학교를 졸업한 청년이다.
다시
하나씩 함께 해 보면,
밥 하고 반찬 만들고,
상 차리고, 설거지하고
마무리 뒷정리 하는 일까지는
오랜 시간을 배우고 익히면서
해야 할 이지만
'못한다. 안된다.' 하지 않고
이들의 속도에 맞게 천천히,
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을 때까지 차근차근 하고 있는 중이다.
성인장애 친구들과 함께하는 일상생활훈련은 언제나 긴장된다.
이들이 원하는 것(wants)을 간단하고(simple) 쉽고(easy) 할 수 있는(doing)것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