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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Nov 10. 2023

선생님~ 자장면도 만들 수 있지요?

필러 사용하는 날


요즈음은 참여자들이 만들고 싶어 하는 요리를 하고 있다. 참여자의 의견에 따라 나는 식재료를 준비하고 활동방법에 따라 활동순서를 정하고 장애 특성과 발달 수준에 맞춰 어떤 영역을 가르쳐야 할 지 계획을 한다. 참여자가 무엇을 만들고 싶다는 표현을 해 주는 것만으로도 나의 요리치료 수업 계획은 50%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고마워 친구들 !!


 참여자가 처음 사용해 본다는 필러이다. 식재료의 껍질을 벗기는 도구인데 처음 본 친구도 있고, 보기는 했지만 처음 사용해 보는 친구도 있다. 

필러 가운데가 칼이라는 것과 위험하다는 것도 알려 주어야 했다. 친구들은 필러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장난을 치려고 했다. 내가 너무 장난감 스러운 필러를 가지고 갔나 싶다. 아이들 손에 맞는, 착용감이 좋은 필러를 가지고 갔는데 말이다. 


필러 사용법을 설명하는데 아이들이 이해를 하는지 의심이 들었다. 껍질이 벗겨지는 칼 날에 자꾸 손을 댄다. 도마 위에 당근을 올리고 당근의 중간 정도에서 필러를 대고 오른쪽으로 밀면 된다.  당근을 돌려 가면서 껍질을 제거 한 뒤  당근을 반대로 놓고 다시 껍질을 벗기면 된다고 가르쳤다. 그런데  한 녀석은 고집이 보통이 아니다. 당근의 끝에서부터 시작해서 길게 벗겨 낸다. 두 번 지도 하다가 가만히 지켜 보니 당근의 끝에서 끝으로 열심히 밀어 내고 있다. 안전하다면, 본인이 집중하고 흥미로워한다면 가만히 지켜 보면 된다. 그래도 내 맘은 쫄린다.


자장소스 만드는 날, 준비한 재료는 애호박, 버섯, 양파, 당근, 돼지고기, 캔 옥수수, 자장가루, 물이다. 

재료썰기는 부드러운 것부터 자르고, 껍질을 제거해야 하는 재료는 나중에 한다. 양파와 당근 사이에서 갈등(?)을 했다. 매운 양파를 나중에 썰 것인가? 당근의 껍질을 제거하는 것을 나중에 할 것인가? 


부드러운 호박을 깍뚝썰기를 하였다. 역시 자폐성장애 친구는 모델링에 한치의 오차도없다. 잘한다고 생각이 들다가도 이게 아닌데 하는 마음이... 어딘가에서 솟구치는 안쓰러움과 안타까움이 올라온다. 이들은 칼 사용도 안전하게 사용한다. 행여나 손이 다칠까봐 조심조심하면서도 정확도는 확실하다. 이럴 때는 집중 모드는 깨면 안된다. 묵묵히 지켜 봐야 한다. 



양파 썰고 나서 눈이 맵다고 울고 불고 짜증 내고 난리도 아니었다. 물에 담가 매운기를 제거했음에도 힘들었나 보다. 요녀석은 엄살이 좀 있다. 양파는 맵다는 게 인지가 된 친구이다. "그럼 선생님이 자를까? 주세요." 했는데 "시러" 하면서 끝까지 마무리 해 냈다.










당근 껍질 벗기기에서 고집 센 친구는 당근의 끝에서 시작을 했고

다른 친구들은 당근의 중간에서 필러를 대고 벗겨 냈다.

당근껍질을 벗긴 후 납작썰기 그리고 깍뚝썰기를 혼자서 다 했다. 착석 100% 유지가 되면 집중력은 올라간다. 물론 칼을 사용하여 식재료를 자르고 썰때만. 나머지는 돌아 댕긴다. 그러다가 요리가 완성 될 즈음에 착석한다. 참여자들이 좋아하는 활동을 많이 준비하는 편이다. 착석을 유지하면서 집중할 수 있는 꺼리를 마련해 줄 수 있는 것이 요리치료의 핵심이기도 하다. 물론 그들의 특성을 파악이 이루어져야 한 가능하다. 


돼지고기는 썰어 놓은 것을 준비했기에 참여자가 자르지 않아도 된다. 

각각의 식재료를 자른 후에는 접시에 모둠으로 담는 것도 친구들이 한다. 그들은 접시에 담은 재료가 섞이는 것을 엄청 싫어한다. 그래서 이렇게 담았는데, 모르는 이들이 보면 엄청 잘하는 친구라고 말하겠지. 그 또래의 나이에 물론 잘 하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식재료를 썰어 가지런히 분류해서 담아내는 아이가 얼마나 될까 생각하게 된다. 


접시에 담은 식재료가 무엇인지 명명하게 한다. 그런데 애호박을 자꾸만 오이라고 한다. 하긴 애호박과 오이가 색깔이 비슷하게 생겼지만 구분이 잘 안되는 우리 친구들. 호박이지. 다음에 호박과 오이를 함께 보여 주어야 겠다. 자색양파는 양파라고 단번에 말하더만.




자장가루를 풀어 주고. 손에 그릇이 움직이지 않게 꼭 잡고, 한손으로 가루를 휘휘 저어 준다. 

힘조절이 안되어서 자장물이 책상 위로 다 튕겨......그래도 놔 둔다. 다 저운 후에는 휴지로 책상을 닦도록 지도한다. 자신이 한 행동에 마무리까지 할 수 있도록 한다.


팬을 불 위에 올려 고기 부터 볶는다. 팬의 가장자리에 손이 닿으면 뜨겁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열에 의해 고기 색깔이 변하는 것도 관찰하고....


접시에 담긴 식재료를 다 넣고 볶는다. 볶는 손에 힘이 들어가 재료가 밖으로 도망을 간다. 그래도 재미 있단다. 자장 가루 푼 물도 부어 주고 걸쭉할 때까지 젓는다.


식힌 후 봉지에 담아 집으로 고고... (항상 걱정되는 것은 비닐에 담아 보내는 것이 맘에 걸린다.)  참여자가 원하는 것은 자장면이었으나 활동 환경의 여건상 면을 삶지 못했다. 집에서 자장밥 또는 자장면, 짜파게티로 먹을 수 있다고 설명을 했다.






이건 자장면. 수업 가기전에 나는 항상 연습을 한다. 만들어 보면서 시간도 체크하고 전체적인 활동 과정에서 다양한 특성과 수준을 지닌 참여자에게 집중적으로 지도해야 할 영역을 계획한다. 

준비하는 식재료의 재질에 따라 칼 사용순서도 정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고 위생이지만,

 참여자의 착석유지가 이루어져야 하고 착석이 되어야 집중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행되는 활동에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할 수 있어야 한다. 


자장소스 만들기는 칼과 비슷한 필러 사용에 신기해 했으며, 다양한 식재료를 마음 껏 자르고 썰어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새롭게 만난 참여자들과  매 주 진행한 프로그램이 일 년을 훌쩍 넘겼다. 일년 동안 참여자는 칼을 사용하고 불을 사용하고 다양한 조리도구와 기구를 사용하는 경험을 했다. 그들도 나도 성장하는 한 해였다. 다음에는 참치 넣은 김치 볶음밥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요리치료를 매개로 활동하면서 

더, 더, 좋은 것은 자신의 요구와  욕구를 맘껏  표현하는 친구들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적어도 먹는 것 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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