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수정 17
상담은 누구와 하면 될까요?
장애인이 치료실을 오거나 기관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동반되는 보호자는 유아동의 경우에는 활동선생님을 자주 만나게 된다. 성인 장애인의 경우에는 주간보호의 형식으로 아침 10시에 입실하게 되면 오후 4시에 퇴실하는 시스템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귀가한다. 복지관이나 주간보호센터, 교육센터에서는 담당 사회복지사에게 참여자의 수준과 특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거나 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효과에 대해 언급하면 된다. 그러나 사설 치료센터의 경우에는 40분의 치료수업과 10분의 보호자 상담으로 이루어진다. 치료사와 내담자가 일대일 40분 수업이 이루어지고 보호자와 10분 간 수업에 대한 상담이 이루어지는 시스템이다. 나는 몇십 년 만에 다시 치료실을 출근하면서 그 동안 변한 환경에 당황했다. 40분 수업을 다 채우지 못하고 내가 준비한 수업이 끝이 나는가하면, 부모와의 10분 상담은 활동선생님과 해야 되는지, 부모와 전화를 연결해야 하는지 난감했다. 치료실을 오랫동안 다니고 있는 후배에게 “10분 상담은 누구와 해요? 부모에게 전화? 활동선생님? 어떻게 하고 있어요?”라고 물었다. 후배의 말은 “우리는 부모님이 다 오셔서 그런 생각은 안 해 봤는데, 혼자서 오고 갈 수 있는 친구는 시간 내서 부모와 전화 상담을 한다.” 고 했다.
나는 내원하지 않는 부모 대신 활동선생님과 상담하기로 결정하고 활동선생님의 하루 일과를 들어 봤다. 학교가 마칠 시간이 되면 교실 앞에서 기다렸다가 아이를 픽업한다. 맞벌이 부모일 경우에는 아침 등교부터 시작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 다음부터 짜여 진 일정에 맞춰 치료실을 전전하고 있다. 대부분의 활동선생님은 자기 차로 아이와 이동하고 있었다. 차가 없으면 활동보조도 수행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 되었다. 아이의 짜여 진 스케줄에 맞추기 위해 손수 운전을 하고 아이가 수업 중에는 기다리면서 쉬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었다. 오후 5시 또는 6시 경에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주 양육자의 손에 인수인계를 하면 그날의 일정은 끝이라고 했다. 나는 활동선생님의 하루 일과를 들으면서 어쩌면 부모보다 아이를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이 활동선생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활동선생님은 아이와 적어도 하루 4, 5시간은 함께 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10분동안 상담보다는 피드백의 형식이지만 활동선생님과 한다. 오늘은 어떤 수업을 진행했으며, 어느 정도 수용되고 표현되었는지, 저런 표현에서는 긍정적인 행동이 나타났고, 요런 지시에는 부정적인 행동을 보였다고 전한다. 활동선생님과의 상담에서는 치료사인 내가 그 날의 수업 내용에 대해서만 전해 줄 뿐이다. 가정에서 혹은 학교에서 어떤 행동이 나타났는지, 어떤 행동에 대한 대처 방법으로 어떤 기술을 제공하고 자극과 반응을 관찰해야 되는지는 언급할 수 없다. 나에게 주어진 40분을 채우고 40분 동안 행해진 과정을 10분 동안 이야기를 전해 주는 것밖에 할 수 없다. 내가 수많은 시간동안 장애인과 함께 한 현장에서 보고 느낀 부분을 주 양육자에게 조심스럽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자녀에 대해 관심없는 부모가 어디 있겠냐마는 ‘아이의 성장과 발전을 바란다면 부모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하고 싶다. 치료사가 어떤 말을 해도 활동선생님을 거쳐서 전해 들으면 다른 의미가 되기 때문에 자녀에게 무한한 관심을 가지고 동반 성장해야 되는 게 우선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