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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Mar 10. 2024

앞만 보고 달려요.

행동수정18

머리 숙여 앞만보고 달리는 아이.


“아 어떡해, 어떡해. 누가 쟤 좀 잡아 주세요.” 질주본능, 이렇게 빨리 달릴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하루에 한두 번은 외출을 하는 철수(가명)는 문밖을 나가면 무조건 앞만 보고 질주한다. 철수가 문 여는 방법을 배우고 난 뒤부터는 양육자는 철수가 움직임에 따라 함께 움직여야 한다. 햇살이 따스한 어느 날, 어머니는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고 있었다. 찌르르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나서 “철수야, 엄마 여기 있어요. tv 보고 있니?” 아무 반응이 없어 빨래를 널다가 거실에 와 봤지만 철수는 벌써 현관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


철수는 아파트 1층에 산다. 1층에 사는 이유는 거실에서 방방 뛰고 소리를 지르는 철수의 행동 특성 때문이다. 철수가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탈출(?)할 수 있는 여건도 아주 좋았다. 대부분의 아파트가 그러하듯 지상에 주차장이 있으며 차들이 오고 가는 횟수도 빈번하다,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철수가 작아서 차와 차 사이에 있으면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차 사이에서 차를 만지고 구경하고 놀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현관  문을 나서자마자 앞으로 질주하는 행동 때문에 항상 위험이 따르는 편이다. 


철수가 없어진 걸 알자 어머니는 맨발로 뛰쳐나왔다. “철수야, 철수야, 어디 있어, 철수야.” 라고 미친년처럼 불러 제켰다. 어머니의 얼굴은 눈물에다 콧물까지 범벅이 되어 흘러 내렸다. “애기 여기 있어요. 제가 붙잡았어요.” 경비 아저씨의 굵직한 목소리도 처음에는 들리지 않았다. 아파트 입구를 지나 큰 도로가 연결 된 입구까지 나가려는 찰나에 아이 손과 어깨를 잡고 나타난 경비아저씨를 보자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어머니는 철수를 품에 안고 일어나지 못한 채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철수가 사는 아파트의 경비아저씨는 철수가 아픈 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철수가 나이가 들면서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철수의 특성과 장애를 미리 이야기하였고, 아파트 주민 모두 철수를 걱정하며 혼자서 돌아다니거나, 길에서 엄마를 힘들게 하는 행동을 할 때는 도움이 필요한 지 물어 보는 등 온 동네가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것처럼 연결망이 잘 형성되어 있었다. 


철수는 혼자서 집을 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혼자서 집을 나간다고 가출은 아닌 것 아시죠. 철수가 현관문을 여는 방법을 배우기 전에도 엄마와 함께 외출을 할 때도 냅다 달렸다. 어머니는 달리는 철수 때문에 차에 부딪힐까봐 긴장을 하면서 손을 꽉 잡고 나갔었다. 집을 나가자마자 앞만 보고 달리는 이유는 뭘까? 세상에 대한 호기심일까? 긴장,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법일까? 자신만의 표현 방법인가? 여러 가지로 생각해 봤지만 철수의 행동 원인(선행사건)을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수 어머니가 잘 만들어 놓은 것은 내 아이가 아픈 아이라는 것을 공개하고 경비아저씨와 주민의 협조를 요청한 일이다. 혹시나 아이를 잃어버렸을 때를 대비한 것도 있지만, 철수가 외출을 했을 때 누군가 알아주고 이름을 불러주면서 상호작용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철수가 타인이나 외부세계에 관심이 없지만, 사회적 관계를 한 걸음씩 배우는 것은 치료실에서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철수가 스스로 현관문을 여는 걸을 볼 때는 “밖에 나가고 싶니? 놀이터에 가고 싶어요? 친구 만나러 갈까요?” 라고 물어 본다. “엄마랑 놀이터에 같이 가자. 엄마랑 친구 만나러 같이 나가자.” 누구와 밖에 나가는지, 밖에 나가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반복 설명한다. 밖으로 나와서 뛰어 나가려는 철수의 양어깨를 붙잡고 눈을 마주보면서 “혼자 달리지 않아요. 차가 와서 위험해요. 달리지 않아요. 엄마랑 손잡고 걸어요.” 말한다. 아이가 달리고 싶어한다면 닫힌 공간에서 달릴 수 있게 한다. 공간이 허락지 않으면 아이와 손을 잡고 천천히 함께 달린다. 장애자녀를 가진 부모는 하나 혹은 두 가지 더 힘들다. 그럼에도 지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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