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항준 Danniel Park Oct 17. 2023

박항준의 북칼럼. 메이지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

그들은 왜 칼 대신 책을 들었나



서울대 김훈교수의 책 '메이지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은 메이지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은 ‘존왕양이(尊王攘夷)’ 즉, 왕을 섬기며 오랑캐를 물리친다는 메이지유신의 모토를 주제로 하는 책이다. 


700년간 실질적인 권력을 막부가 행사하게 되면서 천왕은 허수아비로 남아 있었던 시절이다. 그러나 50만에 달하는 하급무사계급인 사무라이들을 중심으로 육군소속의 본인들에 대한 기득권을 포기하고, 지역의 이익에 번(지역)의 이익에 갇히지 않고 탈번을 통한 ‘부국강병 일본’이라는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 만들어가기 위한 ‘존왕양이(尊王攘夷)’운동이 일어나면서 메이지천왕의 유신(낡은 시대의 제도를 고쳐를 ) 시대를 개척한 젊은 사무라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근대 일본을 만든 '책 읽는 사무라이들'에게 얻은 경이로움(인사이트)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다만, 앞서 경이롭다는 말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 보자. 인간은 갈등의 존재들이다. 각자 생각이 다르다. 각자 이익을 앞세운다. 각자 입장이 다르다. 특히 환경이 혼란한 상황에서 기득권을 포기하고, 자신의 생각을 버리거나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었다는 점은 아무리 이들의 행보가 미화되었을지라도 결과론적으로 경이롭지 않을 수 없다. 


'경이'란 철학(哲學:愛知)하는 마음의 발단이 되는 것이다. 무엇인가에 놀라고 이상하게 여기는 것이 "경이하는 것(thaumazo)"이다. 경이라는 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形而上學)》 제1권에 나온 말이다. 그에 의하면 무엇인가에 의문을 가지고 경이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무지(無知)로 생각하고 이 무지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지혜를 구하기(철학하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철학은 다른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지(知)를 위하여 지(知)를 구하는 것이다.


 즉, 경이는 자기 텍스트, 자기 관념을 뛰어넘는 놀라운 발견이라는 의미다. 텍스트 간 극단의 갈등구조를 갖는 인간사회에서의 중요한 기술인 콘텍스팅(contexting)은 이 경이로운 서술(myth)을 찾는 과정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앎 가운데서도 사물이나 사태의 원인과 원리를 아는 앎이 상식적, 지식적, 감각적 지식(소피아, sophia)에 가까운 앎이라고 정의한다. 한편, 인간의 텍스트는 자신의 감정적, 감각적 지식인 Sophia(說)로 시작되어, 인간 상호 간 규칙인 doxa(臆見, 法)를 거쳐, 인류애를 근간으로 하는 testament(經)로 고도화되어 간다.
 
이어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경이로움에 의해 놀라워함(타우마제인, thaumazein)에서 ‘지혜에 대한 사랑’ 곧 철학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무언가를 보고 놀라워함은 ‘의문에 사로잡힘’으로 이어지고 그 의문을 해결하려는 집요한 노력을 거쳐 참다운 앎에 이른다는 것이다. 타우마제인(thaumazein)은 신적으로, 성스러운 경탄스러운 것을 의미한다. 희랍어 Theos는 신(神)의 의미다. 새로운 각도로, 자기 텍스트를 뛰어넘는 신(우주)의 관점으로 바라보다(theasthai)라는 단어를 어원으로 하고 있는 경이(thauma)는 초월적인 것, 무한한 신성을 상기시킬 정도로 지고한 것을 의미한다.


인간의 본성적 사고인 옳고 그르다(right or wrong), 맞고 틀리다(true or false), 좋고 나쁘다(good or bad)를 따지는 것은 경이로움 앞에서 무너진다. 경이로움 앞에서는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 지를 따지지 못한다. 바로 한국인으로서 이 책 ‘메이지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을 경이로운 관점으로 읽어야 하는 이유다. 


정한론, 독도문제, 동북아공정론 등등 일본이 행했고, 행했던 잘잘못을 잊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우리의 관점 즉, 피해자로서, 민족적 자존심으로서, 이웃국가로서 당시 일본과 일본 사무라이들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다른 관점에서 배워야 할 점을 찾아내고, 이 경이로운 사상과 행동이 있다면 이를 우리도 대입해 실천하자는데 의미가 있다. 


그런 면에서 '메이지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을 경이롭게 읽어야 할 점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존왕양이를 앞세우되 무조건적인 쇄국이 아닌 서양 외국세력의 강력한 군사력 앞에 위기의식을 스스로 느끼고, 최종적으로는 양이(攘夷)는 추구하되 자신들의 힘이 강해질 때까지는 자존심을 버리고 서양으로부터 배울 것은 배워 부국강병을 이룬 후에 양이를 하겠다는 순서와 전략의 현명함에 경이로움을 느낀다. 


둘째, 막부권력을 무너뜨린 명분이 존왕양이였음에도 불구하고, 권력을 쟁취한 신흥세력이 내부 진통을 겪음을 예상하면서도 국가를 위해 양이를 미루는 모습 또한 경이로운 선택으로 보인다. 


셋째, 칼 대신 책을 들고 있는 사무라이들의 모습에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막부로부터 권력을 쟁취한 직 후 1년 반 이상의 해외 견문을 통해 불평등조약 내용을 수정하고, 문물을 배우러 사절단을 꾸며 떠나는 이들의 행보 또한 경이롭지 않을 수 없었다. 


넷째, 지금의 육군에 해당하는 사무라이들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해군력의 강화에 초점을 맞춰 부국강병을 우선으로 하는 노력 또한 경이롭지 않을 수 없다. 


다섯째, 중국, 필리핀 등의 식민화 과정을 보면서 내란을 통해 외세에 나라를 넘겨줄 수 없다는 절박함과 국제정세에 대한 감각이 내부갈등, 700년간 이루어진 막부시스템과 번의 포기, 쟁취한 기득권포기, 부국강병을 위한 정신적 통일을 추구했다는 점 또한 경이롭다. 


여섯째, 당시 일본 스스로에 대한 위치와 포지션, 역량을 비교하여 정한론을 주장허거나 내부적으로 막은 이들의 국제적 감각이 있었다는데 놀라운 경이로움을 느꼈다.


일곱째,  학교를 지어 젊은 인재들에게 자신들의 사상을 심어주었다는 점 또한 경이롭다. 30대의 젊은이들이 10대들에게 일본의 미래를 투자했다는 점을 어찌 간과할 수 있을까?


이 책을 볼 때에는 우리 민족과 국가에 피해를 주었던 이 사무라이들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그들이 그들 국가의 부국강병을 위해 무슨 생각을 했으며, 무엇을 버리고 포기했으며, 어떠한 활동을 실천했었는지를 경이롭게 살펴보아야 한다. 


비록 남의 나라 특히 민족적 감정이 좋지 않은 일본의 위인들이고, 젊디 젊은 사무라이들이었지만 우리가 이들을 경이롭게 바라봐야 하는 것은 지금 경제위기나 국제정세의 불안정 속에 혁신과 성장을 다시금 해야 하는 대한민국에게 큰 인사이트를 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중국, 미국, 일본, 러시아, 유럽, 북한, 아랍, 아프리카에 대한 국제정세에 대한 국제적 외교적 감각, 부국강병을 위해 우리 위정자들과 우리 국민들이 생각해야 하고, 행해야 하는 사회적 공동선과 합의된 목표, 산적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지혜 등을 이 책을 통해 비추어 배울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할 수 있었다.      



박항준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반려가족누림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디케이닥터 대표이사

작가의 이전글 박항준의 스타트업칼럼. 스마트 스타트업 4.0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