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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항준 Danniel Park Mar 18. 2024

박항준의 북칼럼] 김현철 교수의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

의학을 전공한 경제학자의 뇌 구조나 사고 알고리즘은 어떻게 경제정책에 펼쳐질까? 법정계열에서 정보공학 그리고 다시 경영학을 거친 필자로서는 필자와 같은 융복합 경력을 가진 모델의 사회학적 솔루션에 관심이 가져지기 마련이다. 외길만 전공한 정통 전공자들에 의한 의심의 눈초리와 은근한 무시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논어를 주제로 소셜논어를 강의할 즘 강의를 들었던 정통학자의 첫 질문이 내가 한자를 얼마나 알고 있느냐였었다. '한자를 얼마나 아느냐?'는 질문에는 많은 의미가 내포된 듯 보였다. 한자나 제대로 배우고 논어를 풀고 있느냐? 는 의미와 함께, 전공도 아닌데 당신이 어떻게 논어를 강의하느냐?라는 말로 들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도전은 전공을 넘다 들고, 학문 간 벽을 허물어야 하는 비전공자들에게는 역사적으로도 큰 벽이었다. 대표적으로 갈릴레이, 뉴튼, 볼츠만, 다윈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정통분류학자가 아니었던 챨스 다윈이 적자생존을 통한 진화론을 제시함으로써 받게 될 세상의 눈초리와 전공자들의 비난에 대한 부담감이 분류학 서적인 '자연에 이름 붙이기'에 자세히 표현되어 있다.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은 의대를 나온 경제학자가 쓴 책이다. 나 또한 의아하면서도 궁금한 시선으로 이 책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감정일지 모르겠다. 이 책에서 저자는 다양한 경제학적 실험을 통해 의료, 복지 등 다양한 정책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다소 실험실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면서도 데이터와 분석의 근거가 의학 기반의 뇌 구조 알고리즘을 통하고 있기에 오히려 신선하고, 신뢰도가 높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책의 첫 부분에 ‘운(運)’에 대한 경제학적 가치를 제시한 점은 색다른 접근이었다. ‘운’ 대신 ‘유전자’를 대신 넣어도 될 정도로 국가를 만나는 운, 부모를 만나는 운에 있어 경제학적 가치와 영향력을 체크하는 시선은 역시 전공을 넘나드는 융복합적 사고를 지닌 학자였기에 가능할 접근이라 아니었을까?      


이 책을 보고 ‘운(運)’에 대해 궁금해져 사전을 찾아보았다. 한자인 運자는 ‘옮기다, 움직이다’의 뜻을 갖고 있는 한자다. 運자를 파자해 보게 되었다. 진시황 때 만들어진 소전을 살펴보면 辶(쉬엄쉬엄 갈 착) 자와 軍(군사 군) 자가 결합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물리학에서의 운동(運動) 또한 같은 운(運) 자를 쓴다. 그런데 운(運)이 단독으로 쓰이면 '이미 정(定)하여져 있어 인간(人間)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천운(天運)'의 의미로 쓰인다. 어떤 일이 잘 이루어지는 말을 운수(運數)라 한다. 어떤 나라에 태어나고, 어떤 부모, 어떤 친구, 어떤 사람을 만나는 사건 모두를 운(運)이라 한다.     


뜻을 합해보면 우주의 에너지가 움직이는 기운을 타는 것이 운(運)이다. 그 기운을 역행하면 곧 죽음이다. 그 기운을 타고나지 못하면 하늘과 싸우게 되어 불행해진다. 횡단면적으로 어느 시점 또는 늦은 시작점만을 바라본다면 단순히 운이 없다 단정할 수 있다. 그러나 기운을 타면 없던 운은 금세 좋아진다. 결국 운이란 하늘이 정해놓은 에너지의 법칙에 올라타기 위한 움직임의 뜻이 된다. 하늘의 법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운(運)인 것이다. 운명(運命), 행운(幸運), 운세(運勢), 기운(氣運)에 모두 운(運) 자가 들어간다.      


운명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초인간적인 힘 또는 그것에 의하여 이미 정하여져 있는 목숨이나 처지를 말하고 있으며, 운세는 운명이나 운수가 닥쳐오는 기세다. 행운은 좋은 운수를, 운수(運數)는 이미 정하여져 있어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천운(天運)과 기수(氣數)를 말한다. 운동(運動)은 일정한 규칙과 방법에 따라 신체의 기량이나 기술을 겨루는 일 또는 그런 활동이다. 씹는 운동은 뇌에 전달되는 혈류와 산소량이 증가한다. 혈당의 급속한 증가를 막아 당뇨병을 예방한다. 기운은 생물이 살아 움직이는 힘이나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다른 감각으로 느껴지는 현상이다. 이 또한 자연의 법칙에 다가가는 움직임이다. 
 
 이쯤 되면 ‘운칠기삼(運七技三)’에 대해 재해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운(運)이 칠 할이고 재주나 노력이 삼 할이라는 뜻으로 사람의 일은 재주나 노력보다 운(運)에 달려 있음을 이르는 말로 설명한다. 그러나 운(運)이 하늘이 정해놓은 룰이나 법칙에 올라타는 의미라면 운칠은 하늘의 법칙대로 내가 움직이는 노력의 결과에 해당한다. 결국 하늘의 규칙을 전제로 하는 내 노력이 결과의 70%를 차지하고, 거기에 내 역량이나 기술이 30%가 더해지는 것이 운칠기삼이 된다.
 
 영어의 fortune(행운, 운, 재산)이라는 단어는 고대로마신화에 나오는"운"과"기회"의 여신"Fortuna(포르투나)"에서 유래된 단어다. 이 여신은 행운의 바퀴를 지배했으며 풍요의 뿔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인간사회에서 "행운"은 결국 "돈-재산"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fortune"은 "재산"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사실 인간사회에서 "재산(fortune)"은 결국 사회적인 위치나 지위를 나타내는 "힘"을 의미하기도 한다. 
 
 LUCK 또한 현대 네덜란드어 geluk, 중세 고지 독일어 g(e)lücke, 독일어 Glück의 '운, 좋은 운'과 관련이 있다. Lukken(15세기 중반)이라는 동사는 중세 영어로 "발생하다, 우연히 일어나다”라는 의미였지만, 힘. 기회 행동이라는 의미가 되었다. 결국 Fortune이나 Luck도 한자의 ‘運’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노력(힘과 움직임)에 따른 결과를 내포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는 ‘연관성’과 ‘인과성’이다. 연관성은 상호 요소에 영향을 주는 스칼라적 성질을, 인과성은 한쪽의 요소가 다른 요소에 영향을 주는 벡터의 성질을 의미한다. 책에서 설명된 대부분의 정책들은 연관성이 있느냐? 인과성이 있느냐를 구분해야만이 올바른 경제효과를 탄생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인 김현철 교수가 책 제목을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으로 정한 것 또한 이 두 관점에 따른 정책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한 구분을 전제로 경제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아닐까 추측된다. 

     

이 책을 읽고 우리 사회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경제학적 사고가 필요한 순간에 정책 설계자들이 연관성과 인과성을 분별하는 과학적 사고를 전제로 하는 경제정책을 펴나가기를 바란다. 
 

박항준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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