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비즈독서토론회 111회차 선정도서
토드 로즈의 <평균의 종말>은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신념에 도전하는 충격적인 메시지를 던집니다. 그는 “우리는 개인의 성장과 학습의 발전 속도에 중대한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더 빠른 것>을 <더 훌륭한 것>으로 동일시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젊고 두뇌 회전이 빠르며 첨단 지식으로 무장한 경영의 귀재’들이나 ‘이해가 빠른 사람’ 같은 표현은 빠를수록 더 똑똑하다고 믿는 우리의 문화적 신념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교육 제도는 이를 그대로 반영합니다. 학교에서의 시험은 항상 시간을 통제하며, 시간을 통제하는 행위가 공정하다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두뇌 회전 속도가 평균에 뒤처지거나 특정 분야에서 이해가 빠르지 않은 학생들은 부당하게 장애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초등학교 담임선생님들이 조사한 결과, 경계성 장애에 해당하는 학생이 25%에 달한다는 사실은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줍니다.
<더 빠른 것>이 <더 똑똑한 것>이라는 가정은 교육을 넘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심지어 우리의 삶 전반에 걸쳐 깊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는 <속도>에 관한 사회적 가치를 표준으로 받아들여 왔습니다. 이 표준에 미치지 못하면 비정상으로 간주됩니다. 예를 들어, 아무리 미술에 소질이 있거나 과학적 탐구 능력이 뛰어나도 제시간에 시험문제를 풀지 못하면 장애인으로 판정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철저히 개인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개인의 다양성(Diversity) 부족은 표준의 함정 속에서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만을 낳게 되며, 평균이 평등이라는 잘못된 믿음 아래 형평성(Equity)은 무시됩니다. 다양성과 형평성을 간과할 때, 실천을 위한 포용성(Inclusion)은 사회적 가치에서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은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의 헤라클레스의 딜레마와 유사합니다. 신인 아버지와 인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헤라클레스는 신적인 능력을 갖추었으나, 인간이라는 한계로 인해 번번이 좌절하며 고통에 몸부림쳐야 했습니다. 그의 이야기처럼, 우리는 평균주의라는 제한된 기준 속에서 다양성과 포용을 무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의 도입은 매우 중요하지만, 무분별한 도입으로 인해 역차별과 평균주의의 잣대가 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합니다. 생성형 AI와 통신 기술이 발전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신적 능력과 인간의 한계성을 동시에 가진 새로운 세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미래 세대를 위해서는 바른 DEI 도입이 필요합니다. 특히, 공동체적 사회 성향에서 점차 탈피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는 새로운 세대의 요구에 대처할 수 있는 논리와 학습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평균>을 강요하다 보면 세대 갈등이 일어나고, 이른바 ‘꼰대’ 문화가 형성될 것입니다. DEI가 바르게 도입되고 적용되기 위해서는 <평균의 종말>을 의식하는 자세가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박항준 누림경제발전연구원장 /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dhanwoo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