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UX 글쓰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월간 UX Writing Dec 12. 2024

망하는 UX라이팅

5가지 이유, 하나씩 올려보겠습니다.

캠페인을 일상으로

UX라이팅 가이드를 만드는 것에만 몰두하고, 흐지부지되는 회사를 많이 봤습니다. UX라이팅 성공과 실패는 가이드를 실무에 녹여낼 때 결정됩니다. 성과는 다음 문제죠.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는 사내 캠페인처럼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구성원에게 공감대와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고객과 회사 사이에 글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는 팀도 실무에 UX라이팅을 녹이지 못하고, 단순한 윤문에 멈춰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UX라이팅이 실패하는 이유에 대해서 정리해봤습니다. 정리하니 5가지 정도네요. 가이드 이야기로 시작해보겠습니다.




부지런한 사람 vs 20년 동안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는 사람

아침 6시에 일어난다고 꼭 부지런한 사람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2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 6시에 일어났다면, 부지런한 사람일 확률이 높죠. 목표를 구체화하는 것은 이제 하나의 공식처럼 느껴집니다. 이 공식은 UX라이팅에서도 유효합니다.


많은 UX라이팅 가이드가 느낌을 목표로 합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또, 당연히 추상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친절하게, 쉽게, 우아하게, 고급스럽게, 명랑하게, 간결하게, 세련되게 등.


느낌은 우리 희망 사항입니다. 글을 읽은 고객이 받았으면 하는 느낌입니다.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보이는 추상적인 목표가 UX라이팅 가이드의 약점이기도 합니다. 추상적인 목표와 예문으로만 채워진 가이드는 길잡이 역할이 제대로 하기 힘들기 때문이죠.


목표하는 느낌을 느낌으로 설명하는 상황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달라져 일관성을 지키는 것도 힘들죠. 가이드를 읽고 실무를 시작할 때 막막한 기분이 든다면 대부분 이런 경우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주 구체적인 규칙이 필요합니다목표하는 느낌을 내는 문장 작성 규칙. 예를 들어서 친절을 목표로 구체화해보겠습니다. 우리가 개입할 수 있는 요소로 규칙을 만들면 됩니다. 단어가 쉽고, 영향력도 큽니다. 


단어 중에서 친절한 느낌을 줄 수 있는 단어와 그 외의 단어를 묶습니다. 2개 집합을 한 쌍으로 만드는 게 좋습니다. 제가 방금 쓴 '단어를 묶는다'라는 단어로 해보면,


'단어를 묶다' vs '단어를 수집하다' vs '단어를 모으다' 정도가 떠오르네요. 저는 '수집한다'불친절한 단어, '묶는다'는 단어를 친절한 단어로 정했습니다. 


이유까지 정리하는 것은 복잡하고 긴 이야기라 다음 기회에 설명하고, 이번엔 생략하겠습니다. 참고로 이유가 있어야 가이드를 보는 사람을 설득하기 좋습니다. 분류의 기준이 되기도 하고요.


규칙 하나가 만들어졌습니다. '수집하다'는 쓰지 않는다.

 

수집의 대체 표현으로 예문과 추천 표현을 정리하면 됩니다. 이 작업을 반복하면 여러분이 생각하는 친절한 느낌을 내는 단어들이 모이게 됩니다. 만약 집합들 사이에서 패턴을 찾는 단계까지 간다면? UX라이팅 전문 회사와 같은 단계까지 오신겁니다.


과정이 여러분이 원하는 느낌을 내는 문장 작성 규칙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쉽게팀은 이 방법론에 도달하기까지 7년이 넘게 걸렸네요. UX라이팅을 계속 파고 내려가니 언어 체계를 설계해야 할 줄이야... 


여러분이 막연하게 쫓던 느낌을 계속 구체화하다 보면, 친절이라는 하나의 분류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실 텐데요. 규칙이 점점 쌓이기 시작하면 쓸 말과 쓰지 않을 말 정도로 구분됩니다. 그리고 추구하는 느낌은 '우리다움' 정도로 규정하게 됩니다. 규칙이 많아지면서 목표는 희미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참고로 추상적인 가이드가 틀렸다는 것은 아닙니다. 신뢰합니다. 역사가 깊은 수많은 언론사, 출판사, 상업 글쟁이들이 이미 오랜 시간 증명한 방식입니다. 말로 다 할수 없는, 느낌적인 느낌으로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까요. 단지, UX라이팅은 조건이 다릅니다. UX라이팅 가이드를 보는 사람이 대부분 글쓰기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 가이드를 보는 사람이 많다는 점. 하루 종일 글만 다루는 사람들에겐 충분할 수 있습니다만, UX라이팅 가이드북을 보는 사람들은 기획자, 디자이너, 마케터, CS담당자와 같은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라는 점.


그래서 더 구체적이고, 지나치게 자세해야 우리가 원하는 느낌의 글을 함께 쓸 수 있습니다. 기존 방식보다 손이 많이 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제대로 하는 것은 당연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에게 하나의 목표로 쓰라고 하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정해진 규칙을 지켜서 쓰는 것이 더 명확하고 쉽습니다.


쉽게팀은 오랜 시간 고객이 원하는 느낌을 글쓰기로 구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문체는 규칙의 합"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문체를 규칙으로 구현하는 것은 "경우의 수를 통제하는 것"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글쓰기는 "경우의 수 안에서 연속적인 선택을 하는 노동"이라고 결론지었고,

UX라이팅은 기본은 "하나의 문체를 만들고, 관리하는 것"이라고 정리했습니다.


UX라이팅은 집단의 글쓰기 체계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개인의 글쓰기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규칙 안에서 쓰는 글, 첫 단계는 구체적인 규칙 만들기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이정도로 줄이겠습니다.



질문이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다음은 가이드는 못 박는 것이 아니라 운영하는 것이란 주제로 오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