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 2023,03,28
'우리나라 가장 동쪽 영화제'를 아시나요? 매년 8월에 울릉도에서 열리는 영화제이다. 2019년 시작되어 '동쪽, 새로운 시작, 도전'이라는 주제로 열렸던, 2022년에는 총 798편이 출품될 정도로 알려진 영화제이다. 이 영화제를 맨 처음 시작하고, 후원하는 기업이 울릉도 로컬 스타트업 '노마도르'이다. 노마도르는 울릉은 작은 섬마을이 아닌 '산다는 것'의 진짜 의미를 알게 해준 공간이라는, 서울에서 내려온 박찬웅씨가 시작한 스타트 업이다. 박찬웅씨는 울릉의 숨겨진 이야기를 발굴하고 울릉도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알리기 위해 콘텐츠 기획그룹 노마도르를 2018년 만들었다. 이런 기업을 우리는 로컬크리에이터라고 부른다.
바다 수심이 깊으면 파도가 잘 안 생기는데 양양은 수심이 얕고 바닥이 평평한 편이어서 파도는 높고 수심은 깊지 않아 서핑을 즐기기 위한 최적의 장소라는 가치를 처음 발견하고 양양을 서핑의 성지로 만든 서퍼비치도, 제주 해녀의 삶을 연극과 식사에 녹여 최근 제주도에 가면 꼭 들러야 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한 '해녀의 부엌'도 바로 로컬 크리에이터이다. 정부도 이들이 만드는 성과와 이를 통한 선한 영향력에 주목하고 있다. 경북은 어느 지역보다 자연, 문화유산이 풍부하다. 로컬 크리에이터를 양성해서 지방에 '다움'을, 색을 더해보자. 어떻게 양성할까?
첫째는 지역 가치의 발굴과 육성이다. 지역 가치는 로컬크리에이터의 출발이다. 지방 정부가 이 가치를 발견하면 좋겠지만 익숙함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발견된 가치의 집중적 육성을 통해 그 가치를 도시의 다움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맥주산업을 성공적으로 발전시킨 미국 포틀랜드는 로컬 크리에이터를 통해 지역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 사례 중 하나이다. 포틀랜드는 수제 맥주를 적극적으로 육성, 전 세계 맥주 마니아들이 찾는 맥주 성지(聖地)로 유명하다. 포틀랜드엔 80여 개, 근교까지 치면 약 130개의 브루어리가 있다. 수제 맥주를 만드는 과정엔 사람 손이 꼭 필요한 일이 많기 때문에 오리건주에서 약 3만1천명이 수제 맥주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둘째는 창조적 개인의 유치이다. 지역 가치와 결합 구슬을 꿰어 목걸이로 만드는 사람들이고, 문경 화수헌의 260년 된 고택의 가치를 발견하고, 양양 해변에서 서핑의 가능성을 발견한 사람들이다. 경북경제진흥원장으로 재직 시 로컬 크리에이터 양성 사업을 할 때 많았던 논쟁 중 하나가 집토끼와 산토끼에 대한 얘기였다. 그러나 출신보다는 현실적으로는 누가 익숙함 속에서 새로움을 찾아내는 '뷔자데'와 같은 시각을 가지느냐의 문제였다. 분명한 것은 그들은 사는 곳을 먼저 정하고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삶의 질이 중요하다. 다움이 있는 도시, 친환경, 개방성 등 이런 지역에 이들은 끌릴 가능성이 크다.
셋째는 중간지원 조직의 필요성이다. 지역 가치와 창조적 개인을 결합한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해 줄 수 있는 조직이다. 26개 팀을 만들어 지역 정착 로컬 창업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로컬 라이즈 군산' 프로젝트를 수행한 '언더독스'와 같은 조직이다. 최근 강원도에는 '소풍벤처스'와 제주도에는 '크립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주와 강원의 로컬 크리에이터 생태계가 활발한 것도 이들의 존재와 무관하지 않다. 경북도 이런 조직이 필요하다.
전창록 대구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