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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아지강씨 Mar 21. 2022

돈 보다 중요한 것들


몇 해 전, 한 친구들과의 카톡방을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 온통 돈과 관련된 얘기뿐이었거든요. 비트코인과 주식, 연봉과 회사생활, 부동산까지. 돈이 곧 필수재인 세상이지만 모든 의사결정 근간에 자본이 있음이 어째 좀 불편했습니다. 하나 둘 꼰대 아재가 돼가는구나 싶기도 하고, 괜히 정신이 좀먹는 느낌도 들고 그랬습니다. 막상 그럼 뭐가 더 중요한데? 하는 반문에는 스스로 명확한 답이 서 있는 게 아니어서 조금 더 답답했던 것 같습니다. 돈 몇 푼 목매고 싶지 않다는 괜한 자존심에 부러 센 척도 많이 하고 그렇게 투닥거리면서 지냈습니다.


돌이켜보면 취준생 시절 운 좋게 세 군데 기업에 합격했었는데, 어쩌다 그중 가장 연봉을 적게 주는 곳을 첫 직장으로 선택했던 역사가 있습니다. 다른 한 곳이었던 금융권과 대략 천만 원 이상의 초봉 차이가 났음에도 말이죠. 제 커리어에서 연봉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음을 믿었고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저만의 선택을 고수했습니다. "난 내 인생을 돈으로 선택하지는 않는 사람이야" 마음 끄트머리에 달린 약간의 우월감이라도 발현된 걸까요? 마치 속세의 너희와는 좀 다른, 고고한 학이라도 된 마냥 그렇게 스스로를 포장하고 지탱하며 지내왔습니다.



그랬던 제가 부동산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투자의 성공과 실패를 맛봐가며 평생 부동산 투자자로서의 길을 꿈꾸고 있습니다. 참 재밌죠? 어떤 면에선 자본의 끝이라고 하는 그 길을 말이죠.



처음 이 분야를 공부하며 내면의 선입견과 매일 싸워야 했습니다. 집을 자산으로, 땅을 돈 버는 수단으로 바라보지 않고 이 길을 걸어갈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습니다. 자본을 맹종하지 않고 여기서 성공할 수 있을까? 공부를 하는 매 순간이 번민의 연속이었습니다. 당시 진행 중이던 심리상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 돈에 관한 주제가 떠올랐습니다. 제 복잡한 심경을 솔직하게 꺼냈을 때, 선생님으로부터 조금은 뜬금없는 질문이 되돌아왔습니다.


"경도님은 어떨 때 가장 행복하세요?"

"10년 뒤, 20년 뒤에는 어떤 삶을 꿈꾸시나요?"


아주 단순한 질문입니다만 문득 대답이 아득해졌습니다. 스스로의 삶에 대한 명확한 목표가 부재하다면 어떤 것으로 가치의 우위를 판단할 수 있을까요? 선생님께서 해주신 질문의 의도와 그 답을 곰곰이 곱씹어 본 결과, 저는 제 안의 가치의 우선순위를 정리해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우선 저에 대해 먼저 성찰하고, 그 결과 추구해야 할 스스로의 행복 기준점을 설계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아마도 그 가장 꼭대기에는 가족과 함께하는 삶이 그려져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몇몇 계기를 통해 가족이라는 단어를 좀 더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생각을 (이제야) 하게 되었거든요. 꼭 부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한 안정감을 누리고 싶다는 니즈가 생겼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문화, 여가 접근성 측면에서 서울에의 삶을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안정적인 거주환경을 구축하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하고 싶은 것을 함께 할 수 있는 정도의 삶을 구축하는 것이 제가 꿈꾸는 첫 번째 삶의 목표가 되었습니다.


또한 제가 좋아하는 주변의 지인들과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는 삶을 또 다른 삶의 목표로 삼고자 합니다. 혼자 있는 시간보다 친구들과 함께일 때 더 큰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임을 깨달았거든요. 이미 많은 친구들, 선후배들로부터 여러 도움을 받았습니다. 제 인생에 영향을, 영감을 발휘해 준 모든 가까운 분들이 필요로 하는 도움을 되돌려주고, 편안하고 기분 좋은 수다가 함께였으면 좋겠습니다.


스스로 어떤게 소중한지 알고싶을 땐 더욱 근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저는 이렇게 인생의 상위 가치를 나열해보는 방식을 통해 순식간에 번뇌가 사라짐을 느꼈습니다. 제가 목표하는 이 가치들이 대단히 특별하지 않을지언정 지금보다 약간 더 열심히 돈을 벌고, 부동산을 공부해야하는 이유가 되어줄 테니 말이죠. 과거에도 그래 왔듯 미래에도 '수단으로써 자본'이 그 소임을 다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  다른   번째,  번째 상위 가치를 무엇으로 두어야 할까요? 앞으로도 계속  스스로 행복의 근간을 탐구해  예정입니다.  방식이야말로 다만 돈에 종속되지 않으면서 목표하는 삶을 향해 달려가는, 완벽한 동기부여가 되어줌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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