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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아지강씨 Feb 10. 2022

천만 원으로 건물주 되기 - 4 (완)


"기다릴 것인가, 쟁취할 것인가?"



주식투자의 핵심이 내실 있고 전도유망한 기업의 가치를 알아보는 일에 있다면, 수익형 부동산의 완성은 어떤 임차인을 맞이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습니다. 甲의 자세로 다달이 내 통장을 채워줄 乙을 기다리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닙니다. 매달 월세를 낼 사업 운영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내 건물의 가치를 올려줄 수 있는 임차인을 구하는 것이 THE BEST입니다. 비록 몇 십만 원짜리 소액 월세라 하더라도, 일종의 `사업 파트너`를 찾아 나서는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함은 물론일 것입니다.


과거에 이 궁합 좋은 파트너를 주선해주는 일은 동네 복덕방 아저씨 담당이었습니다. 목 좋은 사거리에 부동산 사무소를 내어놓고 있으면 그 독점적 정보의 주고받음을 위하여 직접 짬을 내 방문해야만 했었거든요. 만약 집주인이 조금 더 급한 상황이면 직접 A4로 출력한 전단을 동네 곳곳 전봇대에 붙이는 풍경 또한 낯설지 않았습니다. 불과 5~6년 전까지만 해도 말이죠.


"급구" 누구든 좋으니 저와 파트너가 되어주실 수..


지금은 어떤가요? 내 물건의 전단지를 전 국민의 손안에 붙일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것도 내가 원하는 모든 가공된 형태의 콘텐츠로써 말이죠. 피터팬, 직방, 네이버 부동산 카페 등 이제는 부동산 역시 '온라인을 통한 직거래'가 더 이상 전혀 어색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습니다. 결국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에 노출할수록 THE BEST 임차인을 찾을 수 있는 확률도 올라갈 것일 테니, 트래픽이 높은 앱이라면 기꺼이 광고비를 지급할 용의도 있겠습니다.



낙찰받은 상가를 각종 부동산 앱에 등록했습니다. 노출량을 늘리자 문의 및 방문자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첫 방문 이후 다시 연락을 주시진 않더라고요. 문제는 상가의 현재 상태에 있었죠. 철거 폐기물과 녹슨 벽면, 다시 사용할 수 있을지조차 의구심이 드는 수도, 가스 배관. 4년 넘게 방치된 공간이었으니 말이죠. 아니,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중고로 물건을 팔 때, 판매자로서 최소한 물티슈로라도 닦아서 가장 예쁜 모습으로 사진을 찍어 올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예비 임차인의 마음에 들만한 비주얼적 개선이 필요했습니다. 인테리어 비용만큼의 추가 투자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죠. 또 한 번 천만 원이 넘는 돈이 들었습니다만 말끔하게 철거를 결정하고 바닥을 다졌습니다. 샷시로 2면을 작업하고 출입문도 두 개나 달았습니다. 다시 한번 네이버와 피터팬에 물건을 올렸습니다. 깔끔히 새 단장을 마친 공간에는 새로이 달아 놓은 전등을 저녁 내 켜놓고 '임대문의'라는 종이를 크게 써 붙여놨습니다.


불 켜진 공실 상가, 존재감을 어필 중입니다..


리모델링(?) 이후 5건의 문의 전화와 2건의 방문, 그리고 1건의 계약 제의까지 걸린 시간은 단 일주일이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공실의 걱정이 없는 모 법인과 계약을 맺게 되었습니다. 해당 지점장님께서는 네이버부동산에 직접 올려놓은 저의 성실한 콘텐츠에서 신뢰도가 높아졌음을 언급해 주셨습니다. 임대차계약서 내용을 주고받고 약간의 협의 과정을 거쳐 드디어 지난달, 5년의 계약기간으로 도장을 찍게 되었습니다.





우수한 결과로 이어진 프로젝트의 후기이기에 마냥 빛나는 성취로 보일 수 있겠습니다만, 사실 위 제반 과정은 총 15개월이나 걸리는 작업이었습니다. 꽤나 긴 시간의 인내와 마음고생이 필요한 일이었죠. 그 기간 동안 공실인 상태로 관리비도 다달이 내야 했고, 빈약한 논거로 추가 투자를 이어가는 고통의 시간도 겪었습니다. 주식과 코인 등 주변 지인들의 투자 성취 소식은 기회비용 측면에서의 비교우위를 따져 묻게 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 완성된 한 바퀴를 위해 경매 참여, 비용 처리, 매물 등록, 홍보 및 마케팅의 전 단계를 직접 수행해냈다는 것이 저에겐 더 큰 의의가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부동산 거래라는 것도 결국 당근마켓에 내가 사용하던 물건을 올리는 행위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깨닫게 되었으니까요. 잠재 소비자를 찾아 나서고, 문구와 이미지로 현혹하는 가치를 소구 하는 행위. 그거야말로 커머스 마케터 짬밥 7년째인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첫 계약 이후 저는, 다음 프로젝트를 위해 자발적으로 매주 2~3시간씩을 '손품'을 파는 일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매물을 발견한다면 그 주 주말에는 '발품' 역시 마다치 않고 임장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주어졌던 업무를 수행할 때와 비교해보자면, 제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란 결국 스스로 엉덩이를 떼고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었나 봅니다.



운 좋은 1~2건의 사례가 저를 단숨에 부자로 만들어주진 못 할 겁니다. 다만 한 가지 분야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더 큰 한 바퀴를 이루기 위한 실행력만이, 오늘보다 좀 더 나은 내일의 결과를 담보한다는 확신은 얻게 되었습니다.


(천만 원으로 건물주 되기 -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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