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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블리 Nov 11. 2019

60년생 김지영

엄마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나도 알고, 그녀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작은 희망을 놓치기 싫었던 어느 가을날

엄마에게 물었었다.


엄마,
엄마는 내가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어?"


나의 질문에 엄마는 사뭇 진지하게 고민하더니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눈물을 꾹꾹 누른 채로 고개를 들어 말했다.


"여행은 많이 다니고...  
결혼은 하지 마.

너희들이 너무 큰 기쁨인데
결혼은 너무 힘들었어.





"결혼은 너무 힘들어"

눈물을 꾹 참고 이야기하는

엄마의 말 거기서 끝났지만

짧은 순간 나는 그녀의 인생을 봤었다.


실하지만 무뚝뚝한 아빠를 만나 고생한다, 애쓴다, 사랑한다, 변변찮은 칭찬을 들어보지 못한 삶,


IMF 때 줄어버린 통장잔고를 바라보며 밤새 울다가 보험회사에 나가 생활전선에 뛰어든 그녀의 어린 날.


예쁜 집을 짓는 것이 꿈이었는데 애 셋을 키우느라

자기 돌볼 틈 없이, 돈 모을새 없이 지나가버린 야속한 세월.


이제야 살만한가, 해외여행도 다니고,

노년을 즐기려나 했더니 불쑥 찾아온 병.


우리 엄마의 세대가 다들 비슷하다고,

그 시대의 한국 가정이 다들 그렇다고 치부하기엔

위로가 필요한 마음 아픈 삶이었다.


그리고

 엄마를 그렇게 떠나보내고 남겨져버린

누구나 열심히 일했지만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배우자의 빈자리를 하염 없이 그리워하는

빠를 바라보면 또 한 번 서글프다.





여자에게 있어 결혼이란 무엇일까.

아니면 우리 모두에게 있어 결혼이란 무엇일까.

결혼을 하면 새로운 가족과 사랑하는 자녀와

  삶의 기반과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는데,

사실은 우리는 그것을 무엇과 바꿨던 걸까.


 나의 꿈, 나의 청춘, 나의 삶, 찬란하게 빛나는

 나의 한 때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바꾸면 된걸까

30년쯤 나만을 위해 살아왔으면

한 30년은 타인을 위해 손해 볼 수도 있는 것이 결혼일까.

  모든 위험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하게 된다면

서로에게 최선이란 무엇일까.








82년생 김지영을 보고 엄마가 너무 생각났던 날,

by. 쏘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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