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가 없는 불안과 안정
당연한 말이지만 미래는 늘 알 수 없는 것이었다.
나는 어떤 결정을 할 때 이렇게 해도 될지, 괜찮은 건지 남의 확인을 받으려고 해왔고 남들이 인정하는 권위나 학위가 있으면 어느 정도 삶이 보장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어린 시절부터 그런 식으로 내 앞날을 결정하고 성실하게 살아왔지만 왜인지 늘 불안했고 내 앞날에 대한 보장은 없었다. 의심이 많은 성격 탓도 있지만 나 혼자 내리는 결정은 확신할 수 없어 내 생각과 일치하는 사람이 있어야 그제야 마음을 놓고 이렇게 해도 되는구나 안심을 해왔다. 회사가 싫으면서도 회사를 벗어나지 못했고 스스로 생각하기 이전에 남들의 생각을 궁금해하며 책을 쓴 저명한 사람의 말에 의존했다.
대학교 때 회사를 들어가는 것보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가장 먼저 한일은 책을 찾아보는 것이었다. 마침 다니엘 핑크의 '프리 에이전트의 시대가 온다'를 보게 되었고 그제야 안심을 하며 내 생각에 확신을 가졌다. 내 본연의 생각에 확신을 갖고 밀어붙이는 일이 나에게는 참 어려웠다.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따져보고 심사숙고하게 된 것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미래는 아무도 모르고 아직 다가오지 않았다. 물론 어느 정도의 예상은 가능하고 지금도 많은 예측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어떤 분야가 전망이 좋고 어느 나라가 앞으로 흥할지 알려고 하고 그것을 따라가면 망하진 않겠지, 실패하지 않겠지 라고 안심을 하며.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어도 그에 맞는 전공이나 학위가 있어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과연 그럴까?
몸에 밴 습관으로 나도 모르게 최대한 안전한 길을 찾게 된다. 자유롭게 살고 싶은 마음과 안정을 찾고 싶다는 마음, 도전과 안주의 사이에서 고민만 하다가 놓쳐버린 기회들이 참 많았다. 미래를 나 스스로 만들어나가겠다는 깡과 용기가 부족했고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선택을 하곤 했다. 진짜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싫어하는 것도 아닌, 적당한 타협으로 현실적인 선택을 하는 찝찝함. 남들의 인정, 대다수가 맞다고 하는 것, 이를 벗어나기가 왜 그리 힘든 일일까? 머리로는 알면서도 나도 모를 불안을 느끼는 데 이 역시 습관인 것 같다. 어릴 때부터 형성된 습관, 관성처럼 방향을 확 틀고 싶을 때도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는.
돌아보면 이름 있는 학위나 회사 이름, 남들에게 말하기 좋은 것들은 그 순간의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지금 조금 불안정한 길이 나중에 돌아보면 잘 한 선택일 확률이 높다. 왜냐면 지금 안정적인 길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거쳐갔고 달이 차고 기울 듯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곳일 테니까. 그래서 예민한 나는 안정적이어도 왠지 불안을 느꼈다. 그냥도 불안하고 안정적이어도 불안하면... 내가 생각해도 참 피곤한 사람이다. 어차피 답이 없으면 그냥 마음이 끌리는 것이 정답이겠지. 그런데 너무 머리로 판단하려 해서 내 진짜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 참 어지럽다.
부자가 되는 것도 좋고 야망도 좋고 다 좋은데 마음의 이끌림에 자연스럽게 가도록 다른 이가 아닌 나를 따라가자. 어떤 생각이 퍼뜩 들었으면 그 생각을 따라가자. 이성적으로 따지고 계산해서 좋은 선택인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숙고하다가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난 또 평범한 결정을 하게 되고, 이런 것은 그만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