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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 Feb 06. 2017

출근을 하지 않아서 좋은 점

혼자 일한 지 3개월, 좋은 점 5가지

1. 내가 하고 싶을 때 일을 한다.

나는 디자이너이기에 정해진 시간 안에 작업을 해내야 한다는 것이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회사에 고용되거나 클라이언트의 의뢰를 받아서 작업을 할 때는 사장의 손발이 되는 느낌인데 그 느낌이 진짜 X같다.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내가 만들어 반응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지금은 압박감도 있지만 주말도 없이 매일 작업을 해도 하기 싫다는 느낌이 잘 들지 않는다. 원하는 시간에 잠을 자고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작업을 원하는 시간만큼 한다는 것. 자유는 인간의 기본 권리 같지만 실상 자유롭게 사는 사람은 정말 소수이다. 태어난 나라의 관습들, 반드시 해야 한다고 믿는 교육과정과 회사생활, 결혼 등은 노예가 존재했던 과거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필요한 건 돈과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괜찮다고 정신 승리하고 싶지는 않다. 혼자서도 돈을 벌 수 있는 능력, 혹은 돈을 벌게 할 수 있는 생산수단을 갖는 것만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를 자유롭게 한다는 생각이다. 



2. 출퇴근 지옥을 겪지 않는다.

아침부터 일터로 가는 많은 사람들에 섞여서 복잡한 지하철과 버스를 타는 과정은 나의 정신을 시들게 했다. 

어느 날부터 버스가 노예를 싫어 나르는 박스같이 느껴졌고 꾸역꾸역 출근하는 일이 너무나 괴로웠다.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을 극히 싫어하는 성격에다가 조금이라도 늦을까 봐 다른 사람들을 밀치는 전쟁 같은 과정에서 삶의 질 따위는 생각할 수 없었다. 

만원 버스를 타지 않은지 세 달 반이 되었다. 집과 집 근처 카페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요즘, 평화로운 나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일찍 일어나는 평일 오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버스 정류장을 지나 카페에 갈 때 이 추운 겨울을 출근 없이 보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3. 사람들과 부대끼지 않는다. 

2번의 버스에서 부대끼는 것과 다른 의미의 부대낌이다. 바로 회사에서 많은 사람들과 업무상 엮이고 회의를 하고 메신저를 주고받는 일들이다. 내 작업에만 집중하고 싶지만 끊임없이 쌓이는 쪽지를 확인하고 답장을 하고 형식적인 회의에 참여하는 일은 정신을 분산시키고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든다. 

또한 점심시간에 관심사의 접점이 없는 사람들과 나누는 연예인 이야기, 뉴스에서 본 가십거리들은 시간낭비로 느껴진 게 사실이다. 회식을 하면 굳이 친하지 않고, 앞으로도 친해지지 않을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도 곤욕이었고 남자 친구나 결혼 이야기를 물어올 때면 대충 넘기는 일도 피곤했다. 

차라리 혼자 밥을 먹는 게 좋았다. 하고 싶은 일들을 생각하고 글을 쓰거나 완전히 쉴 수도 있기에. '정'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에게 과도하게 관여하는 것을 싫어하는 예민한 사람으로서 우리나라의 회사생활은 참 피곤한 일이었다. 



4. 틀이 없어서 창의적이 된다.

일단 회사에 소속되는 이상 그 회사만의 고유한 틀이 있다. 디자인을 할 때 지켜야 할 점, 이 회사에서 좋아하는 스타일과 싫어하는 스타일, 사장의 취향 등이 일단 그렇다.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 나름 정립되어 있는 프로세스스가 있기에, 이런 경우는 이렇게 해야한다는 가이드가 다 있는 것도 창의력을 제한하고 작업태도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한두 번 내 생각을 담아서 했다가 그건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되고 등등 제약에 걸리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두 번 세 번 작업하는 수고를 줄이기 위해 참신한 시도 자체를 안 하게 된다. 반대로 혼자 내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아무 제약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기에 막막하기도 하지만 적응이 되면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미지들을 손으로 옮기기에 바빠진다. 왼손도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묶어두었던 것들이 확 풀어져 나와 주체할 수 없는 요즘이다. 



5. 감각이 살아나는 것을 느낀다.

4번에 이어서 제약이 사라져 그렇기도 하고, 고정적으로 나오는 월급이 없다는 점이 나를 절박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 감각이 예민해지는 것을 느낀다. 동물원에서 주어진 먹이를 먹는 동물과 스스로 사냥을 해야 하는 동물의 차이에서 느껴지듯 생존을 위해서는 감각이 무뎌질 수 없다. 또한 그만큼의 집중력도 생긴다. 의뢰받은 일을 할 때 하기 싫어서 미루고 미루다가 막판에 해치우는 일과는 다르게 하루하루가 흘러가는 것이 아까워 저절로 부지런해지고 있다. 자유에 딸려올 수밖에 없는 불안, 그 때문에 자유를 피하게 되기도 하지만 그만큼 강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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