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보유세가 도입되어야 하는 정당한 이유와 동물권에 대하여
동물권 (動物權)
모든 생명은 소중하며, 인간 이외의 동물도 고통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생명체
《동물 해방(Animal Liberation)》_ 피터싱어
우선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얼마 전 무지개다리를 건넌 복순이의 명복을 비는 것으로 이 글을 시작해 보고자 한다.
복순이는 주인을 살린 '충견'이었다. 견주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날, 복순이는 온 힘을 다해 자신의 주인이 위험에 처해있음 알렸고, 다행히 견주는 119를 통해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었다. 그날 이후, 복순이는 복순이가 되었다. 주인을 살릴 만큼 '복(福)'을 주는 착한 강아지, 복순이.
그런 그 아이가 차가운 주검이 된 채로 보신탕 집에서 발견되었다. 차마, 문장으로 표현하기엔 끔찍할 정도로 한 식당의 냉동고 안에서 발견된 것이다. 더욱이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런 복순이를 보신탕 집에 인계한 사람은 견주였다는 것이다. 야외에서 생활을 하던 복순이는 보신탕 업자로부터 묶인 채로 학대를 당했다. 다행히도 그때까지 복순이는 살아있었고 치료를 받는다면 충분히 살 수 있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발견한 견주는 단지 치료비가 많이 나간다는 이유로 복순이를 그대로 보신탕 업주를 불러 인계하게 된다.
복순이에게 그 견주란 인간은 크나큰 세계나 다름없었으나, 견주에게 복순이는 생명의 가치도 가지지 못한 물건에 불과했던 것이다.
하지만, 충격적이게도 우리나라에선 복순이와 같은 비극적인 사건들이 여전히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약 1백만 마리의 개들이 매년 식용으로 도살되고 있으며, 도살이 벌어지는 '개농장'이라고 하는 공간은 약 3천 여곳이 있다고 한다. 올여름에도 복날은 여지없이 지나갔고, 수많은 사람들이 몸보신을 명목으로 개를 살해하고, 이를 보신탕이라는 이름으로 식용했다.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인구는 1,50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과거 애완동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으나 평생을 같이 살아간다는 의미에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반려동물'(사람과 더불어 사는 동물로, 동물이 인간에게 주는 여러 혜택을 존중하며 사람의 장난감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 보는 의미)이라는 단어가 보다 보편화되었다. 이들을 인간과 동일한 생명으로서 존중하겠다는 의미가 함유되어 있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과거와 달리 보신탕을 소비하는 경우가 확연히 줄어든 데다가 문재인 전 정권 당시 '개 식용 금지 신중 검토'와 관련된 지시가 내려지면서 개고기 식용에 대한 인식도 크게 개선이 되었다.
하지만 어째선지 우리는 여전히 동물학대와 관련된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 식용만 하더라도 그렇다. 개고기를 즐겨먹고, 이를 도살하는 농장이 떳떳이 운영되고 있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개고기 식용 금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심지어, 향간에서는 개고기 식용을 '합법'으로 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보신탕 업자들의 생계유지를 위해서 말이다. 개고기 식용이 불법이 되면, 보신탕 업자들은 경제적으로 힘들어지고 이는 공정에 맞지 않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말이다.
개고기 식용을 찬성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개 식용 산업이 보편화됨으로써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분명 '불공정' 할진대 이에 대해서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고. 개식용 산업으로 인해서 위반되고 있는 국토계획법 / 건축법 / 폐기물 관리법 / 가축분뇨법 / 축산법 / 축산물위생관리법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는 것에 대해 대체 어디서 '공정'을 찾아볼 수 있느냐고 말이다.
추가로, 개고기 식용 반대를 이유로 도덕적 우월감에 심취하지 말라고 하는 이들에게도 묻고 싶다. 앞서 말했듯 개고기를 대대적으로 식용하고, 유통하는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심지어 우리나라처럼 '복날'의 개념이 있고, 개고기를 식용했던 국가인 중국과 대만에서조차 국가의 이미지의 차원에서 '개고기 식용'을 엄격히 처벌하고 있다. 과연, 당신은 개고기 식용 찬성을 통해서 발생하는 국가의 이미지 훼손을 견딜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이 바로 '공정'인가?
개 식용 반대와 함께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반려인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적절한 규칙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엔 이미 1,500만 명의 반려인이 살아간다고 하지만,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고 유기를 저지르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2019년, 농림축산검역본부 자료에 따르면 한해 유기된 동물의 수는 약 13만 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이마저도 3년 전 자료인데, 코로나 19로 인해 한 때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유행'으로 자리 잡았고 코로나가 잠잠해지자 마자 유기동물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던 적이 있다. 현재는 필시, 13만 마리보다 많은 수의 동물들이 유기될 것이 틀림없다.
결국은 '책임감'의 문제다. 복순이의 견주도 그러했고, 코로나 19를 핑계로 유행처럼 반려동물을 집에 들여온 수많은 반려인들도 책임감이 턱없이 부족했다. 동물들은 애완'품'이 아니다. 당신들과 평생을 살아갈 권리가 있는 반려'생명'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을 찬성한다. 일종의 반려동물 '세금'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제도는 사실상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들에게 세금을 거두는 것으로, 이 세(稅)를 낼 자격이 없는 자는 생명을 키울 수 없다는 의미도 함축하고 있다. 더욱이, 이 세금은 향후 동물 유기나 학대를 막을 수 있는 다양한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데 쓰일 것이다.
다만, 단순히 세금을 매기겠다는 제도만 무턱대고 도입될 것이 아니라 현재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사람도, 미래에 반려동물을 키울 의사가 있는 사람들이 동물을 평생 책임지고 키울 수 있는지, 그러한 '자격'이 충분한지 검토할 수 있는 제도들이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반려동물 보유세와 함께 논의되고 있는 '입양 전 교육 의무화'가 좋은 예시일 것이다. 이러한 연계 제도들이 순차적으로 도입이 된다면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 시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는 '오히려 유기동물의 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문제점도 보완될 것이다.
(하지만, 현 정권에서 무리한 속도로 반려동물 보유세를 추진하려고 하다 급하게 이를 철회한 것도 알고 있다. 이러한 여론몰이식 제도 도입은 결코 옳지 않다. 명확한 플랜 수립과 여론 분석,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연계적 제도 구상이 완료된 후에야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개식용 반대, 반려동물보유세, 분양 전 교육 의무화와 함께 맞물리면서 우리가 최종적으로 나아가야 하는 길은 동물권이라는 인식의 보편화이다.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동물'은 '생명'보다는 '물건'의 개념이 강하다. 그래서 동물을 유기하고, 학대하고, 살해하더라도 이를 통해 형사처벌을 내리기 굉장히 쉽지 않은 환경에 있다. 동물보호법을 위반했을 지라도 벌금 정도의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질 뿐이다. 눈앞에서 자신의 소중한 반려동물이 학대당하거나, 살해당하더라도 가해자를 살인죄가 아닌 재물손괴죄로 밖에 처벌할 수 없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동물이 더 이상 '사물'이나 '물건'이 아닌 '생명'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 사회적인 움직임이 차근차근 진행되길 바란다. 그러한 움직임들이 있어야만 더 이상 복순이와 같은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복순이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