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발사 예정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에는 6.5미터에 달하는 크고 무거운 거울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존하는 그 어떤 로켓에도 6미터가 넘는 큰 거울을 실을 공간이 없었기에 엔지니어들은 이 거대한 거울을 접어서 로켓에 싣고, 우주에 날아가서 접었던 거울을 다시 펼치는 방식을 고안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종이접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위와 같이, 엉뚱한 상상력이 생각지도 못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다. 거기에 더해 지금의 코로나 사태가 새롭게 조명시킨 언컨택트는 관점의 변화를 일으키는 촉매제가 되어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또는 어쩌면 황당해 보이는 상상을 현실로 이끌어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우리가 마주하게 된 것은 새로운 혁명이 아니다. 코로나 사태는 그저, 이미 흘러가고 있던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가속화하는 하나의 '명분'이 되어준 것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이미 3차 산업혁명 시대에 등장한 인터넷을 통해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만남을 지속해오고 있다. 일상에서의 비접촉 대면은 SNS를 사용하던 현대인들에겐 익숙한 것이었고, 익숙한 만큼 함께 발전해 온 온라인 서비스는 교육과 업무의 지속 또한 가능하게 하여 사회적 거리두기를 돕는 필수 요소로 자리했다.
그와 함께 유튜브와 넷플릭스 이용자는 더욱 증가했고 기존에 찾아보기 힘들었던 온라인 전시와 콘서트도 이젠 낯선 것이 아니다. 물론 체험과 경험 위주의 라이브 콘텐츠들은 온라인 환경에서 그 한계점이 명확할 수밖에 없지만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가 등장한 것은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또한 전자책이 등장했음에도 종이책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듯, 아직까지는 오프라인 공연과 전시가 주는 감동을 찾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변화한 시대에 발맞추어 온라인 콘텐츠의 발전, 그 자체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기술의 발전은 고화질, 고용량 콘텐츠의 증가를 가져온다. 5G와 같은 새로운 이동통신 기술의 등장은 이런 상황에서 빛을 발한다. 비단 온라인 환경에서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화제가 된 드론 쇼도 KT가 5G 서비스를 선보인 덕분에 가능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들어 많이 보이는 뉴미디어아트와 체험 전시도 새로운 방식으로 예술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되어주는 만큼 이젠 새로운 방식의 경험을 제공하는 데에 과학기술을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이미 역사가 알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공심장이나 인공관절 등으로 신체의 일부를 대체하는 것을 넘어서서 인공지능과 인간의 뇌를 연결하는 뉴럴 링크의 개발에 다다랐다. 이와 더불어 늘 새로운 경험을 갈망해온 인류는 이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을 아우르는 확장현실(XR)까지 바라보고 있다. 영화나 소설 속의 이야기는 그 속도의 차이만 있을 뿐, 점점 우리의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는 간접적인 경험과 직접적인 경험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점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새로운 세계를 마주하는 순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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