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
미래를 이끌어갈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미디어에 끊임없이 노출된 환경에서 살아간다. 현대인에게 가장 중요한 생존 능력으로 자리한 미디어와 기술의 활용은 그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것임과 동시에 너무나도 쉽게 접근 가능한 정보와 콘텐츠 탓에 안타까운 현실을 마주하게 한다. 그런 수많은 정보와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소셜미디어 기업에서도 그 문제를 인식하고 노란 딱지와 같은 나름의 규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그 시스템이 올바른 곳에 올바르게 작동하고 있을까? 아직도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통제하는 것은 부모의 몫인데 말이다.
흔히들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이라고 한다. 과학기술도 인간의 삶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서 등장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인간은 산업혁명과 함께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낸 무지막지한 기계에 의지하다 속수무책으로 잡아먹히고 있다. 심지어 인간이 그 기계를 운용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이제 과학기술과 인간은 뗄레야 뗄 수 없고 필연적으로 공생해야 하는 운명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자연히 새로운 미디어와 콘텐츠의 발달을 불러온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을 물리적으로 미디어와 콘텐츠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일방적인 통제가 효과가 있을 리 만무하다. 우리도 그런 통제와 억압 속에서 자라 오지 않았던가. 아이들은 어른들의 기대에 무조건적으론 부응하지 못하며 만약 부응한다고 하더라도 그게 정말 건강한 삶을 사는 방식이라고 할 수 없다.
더불어 코로나 사태로 언컨택트가 본격적으로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한 만큼 미디어 노출량은 앞으로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아이들이 미디어를 하나의 도구로 인식하고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아이들이 맞닥뜨릴 수많은 정보 속에서 분별력을 잃지 않을 방법을 먼저 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과 악의 구분도 교육을 통해 학습되는 것이 아니던가. 그러는 데 필요한 것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다.
나는 이번에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해 공부하며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기 간행물인 '미디어 리터러시'를 주로 참고했다. 아직 다 살펴보진 못했지만 이런 자료를 많은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홍보하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단어 그대로 미디어(media)와 리터러시(literacy)의 합성어이다. 미디어 리터러시의 근간은 '리터러시', 즉 읽고 쓰는 능력인 문해력에 있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정을 국어 과목에 포함하고 있다.
문자가 등장하면서 인류는 생각을 보다 명확하게 표현하고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남겨진 문자를 시간을 넘나들어 주고받으며 또 다른 소통의 방법이 탄생한 것이다. 그런데 기술이 발전한 현대에서는 '리터러시'의 영역이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다. 우리는 이제 세상과 소통하는 데 있어 문자와 함께 사진, 영상, 소셜미디어 등의 매체를 복합적으로 사용한다. 그 모든 것은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도구'이며 그 도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는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개념을 통해 이야기할 수 있다. 실제로 역사 속에서도 리터러시의 개념은 인간에게 주어진 도구에 맞추어 변화해왔다.
이제 미디어 테크놀로지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데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고 그 속에서 새로운 사회가 만들어지고 있다. 가상의 세계에서 사람이 실재하지 않음과 동시에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우리의 일상에서 너무나 당연시되던 미디어의 존재가 새로운 공간의 등장이었음을 깨닫게 되지 않을까. 어느 공간에서든, 살아남기 위해서는 응당 그에 맞는 능력을 키워야만 한다.
사실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용어가 생소하더라도 미디어 교육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많은 사람이 실감하고 있었을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 등의 나라에서는 몇십 년 전부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수교과과정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IT 강국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한국에서는 왜 아직 그 영향력이 미흡한 것일까.
지긋지긋하지만 '수능'이 그 주된 이유일 것이다. 한국의 교육은 아직도 수능 위주로 돌아가니까! 정보는 이미 넘쳐난다. 교과서에 기록된 그 모든 정보는 인터넷만 있으면 단 몇 초 만에라도 찾을 수 있는 것들인데 아이들은 그걸 또 죽어라고 머릿속에 밀어 넣고 있다. 수능을 위해서. 더군다나 미디어 리터러시는 수능의 관점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다. 한마디로 쓸데없는 공부인 것이다.
결국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수능이라는 명목하에 단순히 머리에 지식을 많이 넣는 것에 급급해 인공지능의 등 뒤만을 바라보게 한다. 이제는 인공지능과도 경쟁을 해야 하는 걸까?
그렇다면 우리는 대체 언제까지 경쟁해야 할까.
연령과 세대를 막론하고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디지털 미디어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뉴미디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두에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당연한 것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꼭 강조하고 싶은 것은, 모든 교육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교육의 부재는 많은 사회 문제들을 일으킨다. 그렇기에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그 존재 자체로 하나의 사회문제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생각하면 참 씁쓸하다. 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가 위기를 맞이했지만 그로 인해 커다란 변화도 함께 맞이하고 있는 만큼 이번 사태가 한국 교육이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 수 있길 바란다.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러스 앞에서도 입시를 더 불안해해야 하는 아이들의 상황이, 더 이상은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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