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유이 Aug 11. 2020

끝없는 논쟁, 인간과 질문

연극 <라스트세션> 리뷰


신은 참 이상한 존재다. 대체 그 '신'이라는 것이 무엇이기에, '종교'라는 것이 무엇이기에 사람들은 이리도 서로를 물어뜯어 왔는가. 역사적으로 보자면 종교의 탄생은 매우 필연적이었을지 모른다. 과학적 증명이 불가능한 시대에 대중의 불안을 통제하고 다스릴 수 있는 것은 신이라는 절대적인 존재가 없다면 불가능한 것일 테니까. 

하지만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이하고, 언택트가 일상이 된 현대에도 종교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더 거대하다. '크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종교가 전하는 진리와 가르침은 한 사람의 가치관을 바꿔놓는다. 하지만 그 모든 가르침은 신에게 직접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사람의 손과 입을 거쳐 전해져야 하기에 그 과정에서 왜곡이 생기고 갈등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신은 완벽한 존재일까? 그들이 관장하는 이 세상은 이리도 부조리한데 말이다. 


나도 신을 믿었던 적 있다. 지금은 아니지만, 외부적으로든 내부적으로든 종교와 신앙심은 내 삶에 큰 부분으로 자리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에는 나 자신과의 충돌 또한 함께했다. 종교에 관한 질문은 아무리 해도 끝날 줄을 몰랐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말이다. 이번에 관람한 연극 '라스트세션'도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에는 '프로이트'와 '루이스'의 맹렬한 토론에 기인하는 갈등이 덕지덕지 묻어있다. 


국내 관객들에게 처음 소개된 이 작품은 영국이 독일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제2차 세계대전에 돌입한 1939년 9월 3일을 배경으로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C.S. 루이스’가 직접 만나 ‘신의 존재’에 대한 논쟁을 벌인다는 상상에 기반한 2인극이다. 


역사상 실제로 만난 적 없는 ‘프로이트’와 ‘루이스’ 두 사람은 이 작품을 통해 무대에서 약 90분 동안 강렬한 만남의 순간을 선사한다. 20세기 무신론의 시금석으로 불리는 ‘프로이트’와 대표적인 기독교 변증가 ‘루이스’는 신에 대한 물음에서 나아가 삶의 의미와 죽음, 인간의 욕망과 고통에 대해 한치의 양보 없이 치열하고도 재치 있는 논변들을 쏟아낸다.



“시대를 초월한 최대의 미스터리를 하루아침에 풀어 보겠다고 생각하는 건 미친짓이죠.”
“딱 하나 더 미친 짓이 있지. 그렇다고 생각을 접어버리는 거.”


이번 한국 초연에는 실제로 신앙 생활을 해본 적 없는 신구와 현재 신앙이 없는 남명렬이 무신론을 대변하는 ‘프로이트’ 역을, 독실한 신앙인 이석준과 모태신앙으로 알려진 이상윤이 대표적인 유신론자 ‘루이스’ 역을 맡았다. 이를 두고 남명렬은 “배우 개개인의 신념과 딱 맞는 캐스팅이라 실제 무대에서 더욱 불꽃이 튈 것”이라며 본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던 바 있다. 


그래서일까. 프로이트와 루이스의 대화에 나도 모르게 이끌려 조명 밖, 관객석에서 그들과 함께했다. 실제 토론 현장에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90분, 한 시간 반, 단둘이서 대사만으로 이끌어가는 극이기에 그 대사량이 어마어마함과 동시에 내용도 탄탄하고 깊이 있었다. 


극장에서 나오자마자 작가가 누구인지부터 찾아봤다. 미국의 극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Mark St. Germain)이 아맨드 M. 니콜라이(Armand M. Nicholi, Jr.)의 저서 『루이스 vs. 프로이트(THE QUESTION OF GOD)』에서 영감을 얻어 쓴 작품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번역의 중요성도 다시금 깨달았다. 


봉준호의 <기생충>과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음과 동시에 여러 상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도 번역의 완성도에 있다고 하지 않는가. 이번 <라스트세션>의 번역은 김승완 번역가가 맡았다고 하는데, 기회가 된다면 다시 대사를 하나하나 짚어보고 싶다. 


난 지금은 무신론자에 가깝다. 하지만 다른 이의 종교나 신앙심을 두고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 뭐든 본질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신에게 있어 신이란, 종교란 무슨 의미인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또한 종교에 기대어 누군가를 본인의 잣대로 정죄하고 있진 않은지. 


나에게 여러모로 뜻깊은 연극이 될 것 같은 <라스트 세션> 속 프로이트와 루이스의 대화에는 이 모든 질문이 함께했다.




라스트 세션

- Freud's Last Session -


일자 : 2020.07.10 ~ 2020.09.13


시간

화, 수, 금 오후 8시

목 오후 4시

토 오후 3시, 6시

일 오후 2시, 5시 

*월 공연 없음
*08/09,16,23,30 일요일 2시 공연만 있음


장소 : 예스24스테이지 3관


티켓가격

전석 55,000원
  

주최/기획

(주)파크컴퍼니


관람연령

14세 이상 관람가


공연시간

90분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49296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49296

작가의 이전글 '나'를 담아내는 기획, 퍼스널 브랜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