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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메로나 May 09. 2024

그것은 그곳에 없었다(9)

요망진 아이가 된 기분

일년 반 전에  5살이였던 막내의 세상은 어떻게

변했을까? 아무리 육지에서 이주를 했다 한들 5살인 막내에게는 생각보다 적응이 쉬워보였다

아이들은 해맑았고 선생님은 친절하셨기에

그런줄만 알았다 아이는 좀 수줍어했지만 이것저것 신기하다 좋다는 말을 자주 했다


6살이 된 작년,

막내가 유치원 가는길에 동백꽃잎이 어여쁘게 떨어진것을 보며 예쁘다고 감탄했다

그리고는 내가 생각치도 못한 말들을 이어갔다


내가 처음 여기에 이사왔을때

힘들어서 너무 너무 힘들어서

다시 가고싶었거든

친구도

선생님도

다 싫었어

그런데 이제는 알겠어 힘들어도 잘 견디니까

좋은 일이 많아졌어 이제 뭐든지 할 수 있어


말문이 막혔지만

그랬구나 대견하다 우리 아들

앞으로 힘들 땐 엄마한테 더 편하게 말해줘


아이는 기분좋게 신나게 가보자! 하고 말하며

가볍게 걸어갔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와 동네 여기저기에서

막내는 지금껏 살면서 한번도 듣지못한 말들을

많이 듣게되었다

"잘도 요망지개 생겼다"

"아꼽다 아꼬와"

"요망진 아이!"


육지말로 요망한 것 이라는 말이 주는 의미와달리

요망지다는 똑똑하고 예쁘다란 뜻이였다

그런 말을 써본적도 들어본적도 없기에 그저

분위기상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하곤 했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우리는 '잘도 요망지다?'

하고 신기해했다


아이는 어느덧 초기와는 달라졌다

"나는 나는 요망진 아이~"

를 가사로 만들어 부르면서 요망진 아이임을 즐기고 있었다

외국어처럼 낯설던  그 말을 이제는

온전히 즐기며 눈을 빛냈다

심지어 예쁘다고 지나갈때 마다 인사를 해주시던 치킨집 사장님께는 '안녕하세요 요망진 아이 왔습니다 ~' 라고 할 정도 였다


나는 멋적게 웃으며 뒤에서 감사를 표하고

아이가 익숙한곳에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음에

감사하며, 이제는 제법 의젓해진 막내와 또 하루를 지낸다


언젠가 네가 커서 낯설어하는  아이의 눈을 발견하면 그땐 먼저  따뜻하게 인사해주렴


"안녕?너 잘도 요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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