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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메로나 May 12. 2024

그것은 그곳에 없었다(10)

바람이 이렇게 무서울 줄이야

바람이 너무 불어서 잠을 잘 수가 없었던 어느 날

또 어느 날, 또 반복된 어느 날

더 세어졌던 날

이럴 수 있나 창문 안 날아가나 했던 날

정말 농담 아니고 한 시간에도 몇 번씩 창문밖을

보면서 물건들 사람들 날아가나 했던 날


태풍은 태풍 분다 해놓고 오기라도하지

돌풍이나 난데없이 급 센바람으로 창문이 붕붕

거리면 정말 오싹하다못해 내가 잠들면

아이들을 지킬 수 없을까 봐

잠들 수 없어 뜬눈으로 덜덜 떨던 날들

지역 카페에도 육지에 있는 남편한테도

지인들에게도 이모들에게도 무섭다 했던

날들


강풍이 부는날 유치원은 당연히 보낼 수

없지! 이 바람 언젠가는 끝나겠지!하며

유치원도 안보내고 며칠을 집에 있기도 했다


그러다 등원을 하면

'너 정말 바람 불어서 안왔어?'

하고 친구들이 몰려와 참새처럼 물어보았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이 제주에서는 하루에도 열두번씩 날씨가 바뀌는 요상한 날도 있고

날이 너무 좋아 나들이를 갔다가

돌아오는길에 폭우와 안개를 만나 고생

하기도 하기 때문이였다 


 선생님도 하루 쉰다는 메세지에 확인전화로

'어머니 **이 오늘 바람 불어서 안온게 맞지요?'

하고 호탕하게 웃으셨다



어떤 날은 비가 마구 내렸다

또 어떤 날은 더 내렸고

하늘이 뚫린건가 앞이 안보게 내리고

바람부는데 비가 오니까 비는 위에서 아래로

내리지 않고 왜 옆으로 내리고

선생님은 다시 이번엔 비가 와서 안온게 맞냐고

확인하시고



어떤 날은 눈이 마구 내렸다

또 어떤 날은 더 내렸고

내렸는데 또 내렸고

바람이 세서 옆으로 날리는데

아래에서 위로 솓구쳐서 내리고

자꾸 또 아래에서 위로 가짜눈처럼

휘몰아치면서 14층 유리창을

찰싹찰싹 때릴때면 이런말이 절로 나왔다


"집에 가자, 육지로 가자 못살겠다"



사람들은 걱정해주기도 하고 웃기도했다

나에겐 안정제도 있었지만 무서웠다


사실 이유는 있었다

둘째 만삭일 , 큰 태풍이 왔었다

우리집은 16층에 뚫린 뷰여서 잘못하면

오즈의 마법사처럼 집이 날아가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아직 태풍이 근처에 도달하기 전에도 

샤시가 너무 흔들려서 공포스러웠다 남편은 월말이라 퇴근이 늦어지는 상황이였고 난 퇴근을 기다릴 수 없었다

아파트에선 계속 방송이 나와 창문 보양을

하라고 독려했고 결국 만삭인데 의자에 올라가서 테이프를 붙이고 신문지를 붙여야했다


성격 급했던 첫째는 안아달라고 울고불고

바람은 유리가 깨질 듯 불고

배는 만삭이라 균형잡는것도 힘들고

남편은 결국 12시가 넘어서 겨우 퇴근하고

그때 느꼈던 공포가 컸었는지 나는

바람이 그렇게 무섭다


남편은 육지에 있으니 티비틀고 아이들과

자거나 이모댁에 가서 자라고 했지만

이놈의 제주를 떠나고 싶었다

바람이 그렇게 무서운 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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